2002년 2월 22일 

 5시 20분 '나쁜 남자'를 봤다.

  '한기'라는 창녀촌 깡패가 '선화'라는 여대생을 창녀로 만들고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야기. 처음은 한기의 계략에 의해 창녀촌에 강제로 오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자기의 의지로 그곳에 남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한기와 함께 떠난다.

  한기가 처음 만난 '선화'에게 길에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선화가 '한기'를 격멸의 눈초리로 봤기 때문이다. 상큼하고 예쁘장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넋을 빼고 바라보는 한기에게, 검게 그을린 피부에 스포츠 머리, 지저분한 누추한 옷차림, 매서운 눈빛의  낯선 남자에게 '선화'가 느낀 것은? 고귀한 자신과 다른 차원의 인가... "어딜 쳐다봐. 건방지게" 이 정도일까.

  그런 그녀에게 한기는... 개끗한 벽을 보면 마구 항칠을 하고 싶은 것처럼... 맑은 물을 보면 마구 휘젓고 싶은 것처럼. 귀여운 너무 귀여운 아기를 보면 꼭 꼬집어 울려 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을 느꼈을까. 그녀에 대한 앙심과 동경심으로 한기는 그녀를 자신과 같은 하류인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선화. 그녀는 자신을 타락시킨, 자신을 창녀촌에 오도록 만든 장본인이 한기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증오한다. 그러나 그녀도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수동적으로 손님을 끌던 소극적인 모습에서 차츰 '놀다가'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그곳에 적응해 간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이 이제는 겨우 6만원짜리인 어두운 뒷골목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며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감정... 어두운 뒷골목 삶을 살게 되면서 살기 위해 눈에 독기를 품고 맨주먹에 피묻히고 살아가야하는 한기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화는 한기에 대한 애증과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왔기에 한기와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감히 근접하지 못하고 이중유리 사이로 훔쳐 보기만 하던... '깡패새끼가 무슨 사랑이냐'고 자신을 다그치던 한기도 결국 그녀를 찾아 함께 하기로 한다.

  이렇게 둘은 서로에 대한 동정과 사랑으로 어둠으로 얼룩지고 불안정할 지 모를 , 결코 곧지 못한 구부러진 길을 함께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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