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저번주부터 오늘까지 참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운 날들이었다. 옥숙이가 학교를 착실히 나오려 한다고 나름대로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덜컥 더 큰 일을 저질렀다. 지난 화요일 평소 채팅을 통해 알고 지내던 아이들 사이에서 감정이 상하여 4명이서 1명을 때렸단다. 그래 수요일 수업 중간에 수학선생님께서 부르시는데 뭔가 불길한 느낌이... 그날따라 옥숙이가 학교를 오지 않았었고. 교무실에 가니 맞은 아이 아버님이 학교로 찾아와 애를 찾아내라며 큰 소리를 치셨다.

나는 옥숙이가 다른 아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아이들이랑 어울려 놀러다닌다는 것, 늦게 노느라 늦잠을 자서 학교를 늦게 나오는 것, 복장 불량에 머리가 파마 엉망인 머리라는 것은 알고 있고 그러려니 했는데 폭력이라니... 뭔가 옥숙이가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닌 것같았다.

그 아버님과 옥숙이 집을 갔으나 만나지를 못했다. 그 아버님은 애를 병원에 입원 시키러 갈거라시며 옥숙이를 경찰서에 집어 넣겠다고 하셨다. 저녁에 옥숙이에게 전화 하니 오늘 겁이 나서 학교를 가지 못했다고 한다. 숨어있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음 날 옥숙이에게 학생부장님이랑 경위서를 쓰도록 했는데 원래 그 또래 아이들이 친구를 때리는 이유가 무어 그리 대단할 리도 없겠지마는, 그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해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단다. 친구에게 무슨 권리로 힘을 가하는지... 항상 모든 사람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고.. 그때마다 폭력을 써서 강제로 하게 하고 말하게 할 수는 없다고 없다고... 더군다나 지금은 아이이니까 어느정도 용서가 되어도 좀 더 커서 사회로 나가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그리고 동생들... 그 동생들이 누나 보고 배울지도 모르는데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실 나는 나나름대로 난처했다. 옥숙이를 이래저래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감싸주었던 면이 없지 않았던 터라 ...꼭 내가 죄를 지은듯이...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데 결국은 사고를 치는 것에 많이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일이 이렇게 되니 옥숙이에게 마음놓고 든든히 의지할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라 많이 걱정스러웠다. 그 맞은 아이 아버님은 옥숙이와 그 외 아이들이나 그 보호자들이 자신에게 사과의 말이 없어 더 화가 난다며 경찰서에 넣겠다는 말을 통화할 때마다 반복하셨다. 어머니가 할 것도 아니고 언니들은 연락도 잘 안되고 그리 믿음직스럽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그 아버님 마음을 풀고 합의가 되도록해야 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이번주 화요일쯤 합의가 되긴 했다. 합의 과정에서도 가해 아이들 집들도 모두 어려워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형편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옥숙이처럼 학교를 몇 번 옮겨 다니면서 사고를 쳤던 아이들이고 결손 가정이 많은 것같았다. 많은 관심과 사랑, 풍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들이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고 문제아로 낙인이 계속 찍힌다는 것에서 마음이 아팠다.

합의가 되었으니 이제 학교에서 아이에게 벌을 줄 차례였다. 폭력사건인데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 부랴부랴 징계위원회를 열기 위해 옥숙이 언니에게 겨우 연락하였다. 목요일 ....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 예정되어 있는 아침, 마음이 무거웠다. 학생부에서는 일단은 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며 강제전학을 말씀하셨다. 정말 그렇게 꼭 하시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황스러웠다. 나 자신도 사회봉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옥숙이에게도 니가 잘못을 했으니 벌은 받아야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정말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 해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옥숙이도 그 정도의 벌은 받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것같았는데....

문득 옥숙이 머리를 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숙이 머리는 척 보기에도 파마에 염색에 그렇다. ) 일단 옥숙이를 불러 미용실에 내려가 머리 풀고 까만 염색을 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순간 옥숙이 표정이 뿌르퉁해진다. 하기싫다고...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며 다그쳐 겨우 내려보냈다. 점심 시간에 미용실에 내려가보니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파마도 완전히 풀린 것같지 않고 머리도 새까맣지 않았다. 머리도 층머리 그대로이고... 층난 아래머리를 자르라고 했더니 옥숙이가 싫다며 운다. 휴~... 미용실 아주머니는 사정도 모르시면서 이만하며 되지 않냐고 머리묶고 있으면 될 것같은데 내가 왜이렇게까지 심하게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옥숙이편을 드신다. 결국 더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옥숙이는 화가 났다는 듯이 자기가 앞장서서 학교로 올라갔다. 순간 너무너무 우울했다. 다 저 위해 그런건데...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4시쯤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학생부장님과 그 외 학생부 선생님 2분, 나, 옥숙이, 옥숙이 언니가 참석했다. 옥숙이, 언니, 담임 순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했는데... 철없는 옥숙이... '반성하고 있구요... 사회봉사하면 안돼요?'

내 차례에서는 말이 잘 안나왔다. 옥숙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데 실수한 것같다고... 많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잘할거라고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옥숙이 어려운 사정 생각하면서 노력한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속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전에 미용실에서의 옥숙이 행동에 문득 내가 정말 남은 동안 옥숙이를 데리고 있으면 잘 지도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아침에 옥숙이, 언니와 함께 노인요양원에 데려다주고 왔다.

이것으로 대충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고 넘기긴 넘겼는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더 무거워졌는지...

철없는 옥숙이가 언젠가 내 맘을 어느정도 헤아릴 수 있을까? 이런걸 바란다는 것도 우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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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잠시 다대포를 다녀왔다. 올해 초에도 갔었는데 그때는 왠지 황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추워서 그랬을까? 그런데 오늘은 전과는 조금 달랐다. 저번은 바다물이 깊숙히 들어온 상태였다보다. 오늘은 저번보다 갯벌이 넓고 해변이 많이 넓었다.

약한 빗방울이 날렸다. 갯벌에 밀려온 바닷물이 차가워보일만큼 투명했다. 밑에는 진흙 구멍 사이에서 작은 게가 들락날락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그리고 켜켜이 밀려나오고 들어간 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모래사장....

바다쪽에서 인가를 보니 또한 낯설고 새로웠다.

다음에 올 때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 근데 어딜가나 쓰레기가 문제이다. 자신들이 사용한 것에 왜 책임을 지지 않을까? 구석구석 깨진 병조각과 떠밀려온 스티로폼 잔해들... 폭죽 ... 버려진 그물...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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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 > 그대, 거기서 행복하라

 
다만, 그대 거기서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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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머리검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옥숙이가 앞날 '머리 검사해요? 어떻게 하지요?' 문자를 보내왔다. 옥숙이와 옥숙이 머리를 어떻게 감출 것인지 상의하는 것도 우스웠지만 나에게 상의하는 것과 머리검사 할 걸 알면서도 학교를 오겠다는 것이 기특했다. 그러고 월요일날 일찍 와서 자율학습을 조용히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흐뭇했다.

화요일은 5교시에 왔었다. 12시쯤 이제 일어났다며 '지금 학교갈게요'라는 문자가 왔었다. 나는 '그래 빨리 오너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그리고 마칠 때쯤 불러서 왔으면 선생님에게 니가 왔다는 것을 알려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옥숙이는 '알겠어요'했다.

그러고 어제 결석을 했다.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옥숙이가 2시쯤 일어나서 학교를 못왔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얘들아, 옥숙이도 학교는 오고 싶은데 자꾸 늦잠을 자서 학교에 못나오는 것같다. 우리가 옥숙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물으니 아이들이 제 각각 신이 나서 말한다.

'모닝콜을 해주지요, 조를 짜서 5분간격으로 동시에 아침에 전화해주든지' ' 아침마다 돌아가면서 옥숙이 데리러 가지요'  '그러면 아침에 거기까지 가려면 너희가 힘들잖니?'  '아예 옥숙이집에서 하루전에 자죠~'

ㅎㅎ

우스겟소리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옥숙이를 어떻게든 학교 나오게 만들려고 같이 고민을 해주는 것같아 흐뭇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칠판에 옥숙이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아침 7시 30분쯤에 마음이 있는 사람은 전화를 하라고 했다.

오늘 교실에 들어서니 옥숙이가 짐짓 명랑하게 다가와 '선생님, 나 왔어요~'한다. 그러면서 오늘 7시에 등교를 했다고 한다.  어제 결석을 해서 오늘은 마음먹고 일찍 왔나보다.  

아무튼 옥숙이가 꼬박꼬박 정시에 와서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오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기특하다.   그리고 내 말을 조금이라도 기억했다가 따르려 한다는 것이 기뻤다. 그리고 내 수업 시간에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도....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일단은 교사가 할 일은 그것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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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선생님 말씀 : 왜 3학년 4반 프로젝션 TV위에 걸상이 올라가 있노?

...........

아침에 설화가 자기 의자가 없어졌다고 하던 것이 떠올랐다.

얼마전부터 장난이 심한 아이들이 서로 의자를 뺏고 숨기고 하더니 거기까지 올려놓은 모양이다.

교감선생님은 아이들이 프로젝션 TV문이 열려서 안 열리도록 그렇게 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며 애써 좋게 해석해 주시는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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