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이 우연히 들은 절이었다. 화엄사에서 하동으로 나오다가 그 사이 표지판을 보고 잠깐 들러가자고 찾아간 곳이었으나 생각보다는 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꽤 올라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거기가 '피아골'이라는데 '피아골'... 많이 들어본 지명이기도 하고...
그 절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건물이 세 채인가가 다이며 탑과 부도 몇 개, 답비가 둘이 다였다.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우리나라 대부분의 절이 임진왜란 때 한번은 다 타버렸던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다시 복원한 것을 구한말에 일본에 의해 의병들의 근거지라하여 다시 한번 태워졌고 그래, 지금 세 채 정도만 다시 지어놓은 것이라 한다. 아마도 산 깊숙이 자리잡은 이 절에서 의병들이 거사를 도모했음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나라의 구국정신과 관련있다하니 왠지 마음이 아렸다. 더우기 지금은 사람도 거의 찾지 않는 것같이 쓸쓸히 서 있고 거의 사람 손길도 잘 닿지 않고 방치된 듯 싶었다. 들어가는 입구 부근에 거미줄 잔뜩 쳐진 곳에 시주함(이름이 맞나? 절마다 있는 돈을 넣도록 되어있는 네모난 함.)이 먼지가 뽀얗게 씌어진 채 놓여있었는데 왠지 나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도... 내가 많은 절들을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부도를 보고 그리 예쁘다고 느껴 본 적은 없는 것같다. 그런데 여기 부도는 그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눈을 끌 만큼 예뻤다. 크기도 다른 절에 있는 것보다 조금 큰 편이며 문양이 왠지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 하나 정성이 들여진 듯, 정교하고 예쁘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비를 짊어지고 있었을 거북... 탑비의 아랫부분도 다른 어느 절보다도 크고 정교했다. 왠지 지금은 조금 초라해지고 쓸쓸한 절이 되어 있지만 탑비나 부도의 크기와 정교함을 보면 왠지 예전에는 꽤 큰 절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절의 이런 분위기에 맞추기라도 한 듯 절 입구 왼편으로 숨막힐 듯한 보라빛 도라지꽃이 한창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웠는데, 그 보라빛 속에 계속 서 있으니 왠지 몽환적인 느낌이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누가 부러 심은 것일까?, 아님 자연히 이 많은 도라지꽃들이 피어난 것일까?' 문득 궁금했다. '부러 심었다면 왜 하필 도라지꽃일까?'
연곡사, 우연히 알게 된 절이지만 내 마음을 짠 하게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 마음에 담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