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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사
마이클 설리반 지음, 최성은.한정희 옮김 / 예경 / 2007년 4월
평점 :
나는 미술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여기에는 평소 그림 그리기를 즐기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생각하는데, 어릴 적부터 이젤을 펴놓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시회나 미술관에 갔던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직접 그리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능력 부족으로 인해 뛰어난 작품을 창조한다기보다는 그저 혼자 즐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 조금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소망도 간직하고 있는데, 지금은 여건이 썩 좋지 않아서 못하지만 언젠가 꼭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그리지 못한다면 이론적 지식이라도 보고 배우자는 생각으로 미술에 관련된 여러 서적이나 전시회,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고자 노력하는데, 이 역시 그다지 여의치만은 않아서 약간 아쉬울 때가 많다.
미술과 함께 흥미를 가진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역사로서, 물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이므로 역사에 대한 나의 지식이란 한낱 중고교 교과서 수준에서 그치고 있지만, 이 역시 좀 더 알고자 기회가 될 때마다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미술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미술과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는 미술사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관심의 반영으로 서양미술사와 한국미술사라는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서양미술사는 그동안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이 많아 그다지 큰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내가 한국 사람이면서도 정작 한국미술사 쪽은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어서 하나하나가 새롭게 접하는 것들뿐이라 공부하면서 엄청 헤맸던 기억이 난다.
중국은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으로서 그 장구한 역사의 흐름 속을 다양한 왕조가 거쳐 갔으며, 광대한 토지를 지녔기 때문에 지역적인 차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하고 거대한 문화의 공존체인 중국은 미술에 있어서도 시대나 지역에 따라 각기 특색 있고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켜 왔으며, 따라서 기나긴 시간을 거쳐 축적되어온 중국의 미술에 대해서 한마디로 평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 책은 이처럼 쉽사리 논하기 어려운 중국의 미술사에 대하여 각 시대별, 분야별로 정리하여 미술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라도 쉽고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괄적인 설명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마이클 설리번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동양미술사를 전공했으며, 중국 산수화의 기원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오랫동안 동양미술사 담당교수로 재직한 중국미술의 권위자답게 중국미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처음에 발간 된 이후로 중국 미술에 대한 다양한 연구로 밝혀진 새로운 내용이나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을 경우 수정을 하여 바로잡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중국 미술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각 시대별로 첫 장에서 역사적 배경이나 주요 사건 및 변화 등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먼저 해주기 때문에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전체적인 흐름과 그 저변에 깔린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미술 분야를 공예, 건축, 도자, 회화, 조각, 등 대표적인 항목별로 구분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각 항목의 내용은 전반적인 설명이 선행된 후, 특히 주목할 만 하거나 유명한 작품을 도판을 함께 실어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단순히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또한 당대의 미술가 중 획기적인 양식이나 기법을 창시하는 등 그 시대 미술에 영향이 지대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지면을 따로 할애하여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고 있으며, 엄밀히 따지자면 미술 작품은 아닐지라도 중국의 미술을 구성함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이념(불교나 도교 등)과 소재(용이나 비단, 옥 등)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중국의 미술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가 서양인인 관계로 중국의 미술이 서양인의 사고 내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동양권의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서양인의 관점에서 중국의 문화에 대해 바라본 것을 서술하고 있으므로 중국 미술 전반에 걸쳐 객관적인 자세가 유지되고 있어 중국인들 특유의 문화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은 느낄 수 없다. 또한 중국의 미술이 서양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을 하고 있는데, 중국의 미술에서 서양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번역본이다 보니 원래도 쉽지 않은 용어와 문장들이 어색하게 연결되어 이해하기 힘들었던 문장들도 몇몇 있었다.
개인적으로 회화에 관한 부분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회화이기도 할뿐더러, 한국미술사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열심히 들었던 분야 역시 바로 회화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회화의 발전과 중국 회화와의 연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들도 많지만, 회화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사실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사물을 보이는 대로 재현하여 실제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통한 내면의 표출을 중시했던 문인화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게 남는다. 그림을 단순히 예술의 한 장르가 아닌 자신들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철학적 수양의 수단으로까지 끌어올렸던 중국 선비들의 고고한 마음가짐이 그림 속에 녹아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방대한 중국 미술의 내용을 압축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놓치지 않았고, 시대 분석과 미술품 분석이 상당히 치밀하고 깊이가 있다. 적절한 묘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내용 모두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의 중국미술을 한 권의 책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일반적인 중국 미술의 역사를 무리 없이 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