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아쉽게 사라진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백범 김구의 죽음에 대해서, 그의 이상이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 독립 운동의 역사 그 자체이고 그의 이상은 특정 이념에 매이지 않은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열린 민족주의였기 때문이다. 물론 백범에 대해 비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역사에서 나름의 역할을 다한 탁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백범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자신의 일생을 직접 쓴 것이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백범과 함께 등장하고, 끝없는 고통과 핍박 속에서도 독립에 대한 열망을 지켜나가는 이 이야기들은 약간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깊은 감명을 준다.
오래 전에 읽어서 대충 내용만 기억하고 있던 '구운몽'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읽을 때에는 주인공 양소유가 여덟이나 되는 부인을 얻게 되는 것에만 관심이 갔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읽으니 참 어이없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지상에서의 여덟 여자의 삶이란 너무 터무니 없다. 그들은 양소유와의 만남 이전의 자신들의 주체적인 삶, 즉 자객, 기생, 공주, 용왕의 딸 등을 모두 가볍게 여기고 자신들을 한 사람의 아내 혹은 첩으로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물론 당시의 시대 배경을 고려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그당시 사대부들의 한계이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부분들을 그냥 넘기고 학교에서 배우듯이 인생 무상이니, 유불선 삼교니 하는 것을 공부한다는 게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는지 새삼 의문을 갖게 되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 즉 일상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거룩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예배나 기도 등에 비해서 저급한 것 또는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해서 그 시간들을 어떤 의미에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나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소홀히 다루어지는 일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직장에서, 가정에서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식의 권면이나 도전을 주기보다는 우리가 잊고 있는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서구적인 사고방식과 근대 과학의 영향으로 좁아진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과 영적인 부분에 까지 확대하여 순간순간의 삶에서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느끼며 전율하고 경이롭게 살아가라는 권면이다. 구체적인 것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좀 아쉬울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서는 시간들인 기도나 예배 등에 대한 내용이 적어 전반적으로 세상의 문화에 대해서 나이브한 접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의 일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순간순간에 하나님을 느끼며 사는 삶에 대한 소망을 주는 책이었다.
'대한민국사1'과 마찬가지고 이 책도 우리 역사의 숨겨진 부분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특정한 관점이 주류를 이루어 많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들이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만 보아도 그 점은 분명하다. 김일성에 대한 것, 반중국인 폭동과 베트남전 참전, 병역 기피 등 우리로서는 다루기 껄끄러운 것들로만 이루어져있다. 숨겨두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싫어도 이런 사실에 직면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들이 확신되기를 바란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대부분 실학자라거나, 수원성을 건축할 때 사용되었다는 거중기의 설계자, 또는 당대의 비판적 지식인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그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유배지에 있으면서 자신의 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썼던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편지라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편지들은 매우 높은 품격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는 몰락한 집안의 자손으로 살고 있는 두 아들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여러번에 걸쳐서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실학자 답게 구체적인 삶의 지혜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 까다로운 아버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소식에 반응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평범한 한 아버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적인 인물이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