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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 - 사진 잘 찍는 법, 1분이면 끝난다! ㅣ 무작정 따라하기 건강/취미 6
유재천, 네모기획 지음 / 길벗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 하면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입학식, 졸업식 등 행사 때마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잠깐 짬을 내셔서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오셔서는 일일 사진사가 되었다가 사라지셨다. 그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되는 것도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찍어 주고 싶어도 사진을 잘 찍을 줄 몰라서 난감하지 싶다.
일상에서 핸드폰으로 자주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괜찮은 사진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무턱대고
찍어대기만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사진을 관심사로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둘러보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하나같이 예술 작품으로
보이는 사진들인 것이다. 가까운 지역에 사는 일반인들이 찍은 것인데 말이다. 일단 카메라가 없어서 그런지 카페 회원들이 말하는 용어도 낯선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분명히 나만 모르는 뭔가 사진을 멋있게 찍는 비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프로필을 보니 네이버 포토갤러리의 베스트포토에 다수 선정된 이력이 눈에 띈다. 이 전에도 인터넷에서 얼핏 네이버
포토갤러리를 본 적이 있지만 대단히 감탄이 나오는 사진들이었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그 뿐 아니라 공모전에도 다수 수상한 바 있고 사진전을
열거나 공저로 다른 저서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2009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벌써 9쇄나 발행이 되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비결이
무엇일까?
책을 꼼꼼히 살펴보니 제목에서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진에 막 입문한 초보자들을 위한 도서로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사진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배치 방법, 구도, 카메라 설정방법 등을 차근차근히 알 수
있다. 누구나 따라하면 나도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사진의 종류는 다양하다. 여가생활을 하며 자주 찍게 되는 애완동물, 음식, 일상 사진을 찍는 방법부터 스포츠, 인물,
공연, 풍경, 별의 일주 사진,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 사진, 스토리 사진까지 광범위하다.
책 초반과 후반 부록에 초보자들이 궁금해 하는 카메라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것도 볼만했다. 칠공주, 사공이,
쩜팔, 여친렌즈, 삼식이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하는 별명 및 애칭도 정리한 부분은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사진은 그저 머물러 있는 것을 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대상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역사학자 E.H.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가 남긴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처럼 책에서 본 사진들은 대상과 또는 사진을 보는 이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었다. 큰일이다. 곧 DSLR을
장만하지 않고는 못 베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