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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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에 아무 의미도 없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샘에 비친 영상을 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다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는 더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바로 그 영상을 우리는 모든 강과 바다에서 본다. 그건 결코 움켜잡을 수 없는 인생의 환영이며, 모든 것의 열쇠다. - P38

하느님 아버지! 제게 늘 채찍이 되신 분이시여, 영생을 얻을지 못 얻을지 알 수 없으나 저 이제 죽나이다. 세속의 인간이기보다, 저 자신이기보다. 당신이 되고자 노력했나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것도 아니니, 제 영생을 당신게 맡깁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신처럼 영원히 살겠습니까? - P104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거의 숭고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혼 곶으로 가기 위해 ... 고향에서 3만 6천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와 있었고, 목성에 와 있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사람들 속에 내던져졌다. 그런데도 그는 더없이 침착해 보였고 완전한 평온을 유지했으며, 자신을 벗 삼는 것에 만족하고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수준 높은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태도였다. 물론 그가 철학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 P107

어쩜 그리 무심하던지. 자신이 인류 박애 협회의 훈장을 받아 마땅한 행동을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소금기를 씻어 낼 수 있도록 담수를 달라고 했을 뿐이고, 그런 다음에는 마른 옷을 입고 파이프에 불을 붙인 다음 뱃전에 기댄 채 주변에 모여 선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공동 자본으로 세운 주식회사 같은 거야. 어딜 가나 마찬가지야. 우리 식인종은 이 기독교도들을 도와줘야 해.> - P124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스타벅의 이 말은 가장 분명하고 유용한 용기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며,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인 것 같았다. - P203

[만세! 만세!] 선원들은 방수모를 벗어 흔들며 돛대에 금화를 박는 선장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분명히 말하지만, 흰 고래다!] 에이해브를 망치를 내던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흰 고래. 눈을 부릅뜨고 잘 봐라. 하얗게 일어나는 파도를 빈틈없이 살피란 말이다. 흰 거품이라도 보이면 소리를 쳐라.] - P276

이제 에이해브는 이걸 가슴으로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내 수단은 모두 멀쩡하지만 동기와 목적은 미쳤다는 걸. 그래도 그 사실을 없애거나 바꾸거나 회피할 힘은 없다. 그리고 자신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실체를 감춰 왔으며, 어떤 면에서는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감추고 있는 그것은 다만 자각의 대상일 뿐,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워낙 잘 감췄기 때문에, ... 낸터컷 사람들은 그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했으니 골수에 사무치도록 비통해하는 게 당연하다고만 여겼다. - P316

그리하여 지금 백발의 불경한 노인은 저주를 퍼부으며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고, 스타벅은 미덕과 곧은 마음을 가졌으나 동조해 주는 사람이 없어 영향력이 없고, 스터브는 언제나 명랑하지만 매사에 무관심하고 무모하며, 플래스크는 평범하기 짝이 없다 보니, 오사리잡놈의 배교자와 추방자와 식인종이 대부분인 선원들을 도덕적으로 이끌만한 인물이 없었다. 이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애초에 에이해브의 편집증적인 복수를 돕기 위해 악마 같은 운명이 특별히 골라 뽑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노인의 분노에 어떻게 그토록 열광적으로 반응했을까.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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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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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공들여 쓴 책인데 사실 메시지는 단순함. 이 단순한 메시지를 이렇게 구구절절 조심스러워하며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 책을 둘러싼 컨텍스트를 반영함. 이 시대에 이 책의 유용성이라면 자연을 인간화--그것도 아주 값싼 의인화--하는 부정확할 뿐더러 위험한 ‘습‘에 대한 해독제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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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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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종에서는 실제로 생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개체가 태어난다. 그 결과 계속해서 생존 투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복잡하고 때때로 변화하는 생활 환경이라는 조건으로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그 유기체에게 이로운 변이가 나타나게 되면, 그 유기체는 더 좋은 생존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자연에 의해 선택될 것이다. - P40

즉 우리가 사육하고 재배하는 동식물들은 자연 상태의 일정한 생활 조건에 노출되었던 그들의 부모 종과는 달리 각기 조금씩 다른 환경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이러한 엄청난 가변성이 새겨난다는 것이다. - P47

이러한 몇몇 경우에서, 특정 성장 기간에 약간의 수분이 있고 없고의 차이 같은 매우 사소한 변화가 그 식물이 씨를 뿌릴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 P49

동일한 과육으로부터 나온 묘목들이나 한배에서 난 어린 새끼들이 서로 상당히 다른 경우를 가끔 볼수 있다. 프리츠 뮐러...가 언급한 것처럼 부모와 어린 새끼들이 겉보기에는 정확히 동일한 생활 조건에 놓였음에도 말이다. 이것은 번식의 법칙, 성장의 법칙 그리고 대물림의 법칙에 비해 생활 조건의 직접적 영향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보여 준다. - P51

나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원인 중에서 단연코 가장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누적적 선택의 작용이라고 확신한다. 그 작용이 체계적이고 빠르게 적용되든,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느리게 적용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 P91

대신 나는 부모와는 약간 달라진 상태에서 점점 더 달라지는 상태로, 어떤 분명한 방향으로 구조적 차이들을 누적시켜 나가는 자연 선택의 작용... 때문에 변종의 계대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 P105

생존 투쟁의 보편성을 말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 결론을 계속해서 마음속에 새기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마음속에 완벽하게 새겨지지 않는다면 자연의 전체 경제..., 즉 분포, 희귀성, 풍성함, 멸종, 그리고 변이에 대한 모든 사실들은 희미하게 보이거나 완전히 오해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P119

그런 시도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는 한 가지 사실은, 모든 유기체들의 상호 관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일 것이다. 이런 확신은, 얻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한시라도 잊지 않는 것뿐이다. 각 유기체들은 기하 급수적인 비율로 개체수를 증가시키려 애쓰고 있고, 각 세대 동안이나 세대 사이의 특정 시기에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하며, 파멸의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38

이러한 생존 투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자연의 전쟁이 쉴 새 없이 일어나지는 않고(?), 죽음은 대개 순간적이며,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왕성하고 건강하며 행복한 자가 살아남아 번영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38

(핵심 문장) 자연 선택은 오로지 경미하고 이로운 잇따른 변이들을 축적하는 것에 의해서만 작용하므로,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가 생기게 하지는 못한다. 또한 자연 선택은 매우 짧고 느린 단계를 통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이론을 통해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라는 격언--우리의 지식에 새로운 사실이 더해질수록 그 정확성에 더욱 확신이 가는 명제--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자연이 혁신에 대해서는 인색하지만 다양성에 대해서는 너그러운지를 명백히 알 수 있다. - P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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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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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성인용 동화도 분명 나름의 역할과 가치가 있기는 함. 나이 들수록 해피엔딩이 좋더라. 밧, 기억상실증이라는 너무 손쉬운 그리고 황당한 B급 장치를 쓴 것이 영 못마땅. 기억상실이나 출생의 비밀 등은 이제 금지하자. 의사면허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지되지 않는다는 섬뜩한 실용지식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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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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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은 방 안 구석의 모니터 속에 있었다. 넷플릭스와 인터넷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접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었고, 자신만의 온실인 편의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때론 공무원이 되는 것보다 편의점 알바생의 삶이 계속 되기를 바라는 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힘들게 공무원이 되어봤자 결국 좀 더 큰 편의점이 아닐까? 국민의 편의를 봐주는 공간에서 또 다른 제이에스들을 만나는 삶...... 그렇기에 지금 이 익숙한 공간은 시현에게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보금자리였다. - P59

그녀는 어제도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독고 씨를 생각했다. 그에게 가르쳐주듯 차분히, 천천히, 말하고 움직였다. 어쩌면 노숙자 같은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그렇게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아무런 사회와의 끈도 없다고 느끼던 자발적 아싸인 자신이 무언가 연결점을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독고 씨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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