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에 아무 의미도 없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샘에 비친 영상을 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다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는 더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바로 그 영상을 우리는 모든 강과 바다에서 본다. 그건 결코 움켜잡을 수 없는 인생의 환영이며, 모든 것의 열쇠다. - P38
하느님 아버지! 제게 늘 채찍이 되신 분이시여, 영생을 얻을지 못 얻을지 알 수 없으나 저 이제 죽나이다. 세속의 인간이기보다, 저 자신이기보다. 당신이 되고자 노력했나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것도 아니니, 제 영생을 당신게 맡깁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신처럼 영원히 살겠습니까? - P104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거의 숭고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혼 곶으로 가기 위해 ... 고향에서 3만 6천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와 있었고, 목성에 와 있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사람들 속에 내던져졌다. 그런데도 그는 더없이 침착해 보였고 완전한 평온을 유지했으며, 자신을 벗 삼는 것에 만족하고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수준 높은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태도였다. 물론 그가 철학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 P107
어쩜 그리 무심하던지. 자신이 인류 박애 협회의 훈장을 받아 마땅한 행동을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소금기를 씻어 낼 수 있도록 담수를 달라고 했을 뿐이고, 그런 다음에는 마른 옷을 입고 파이프에 불을 붙인 다음 뱃전에 기댄 채 주변에 모여 선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공동 자본으로 세운 주식회사 같은 거야. 어딜 가나 마찬가지야. 우리 식인종은 이 기독교도들을 도와줘야 해.> - P124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스타벅의 이 말은 가장 분명하고 유용한 용기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며,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인 것 같았다. - P203
[만세! 만세!] 선원들은 방수모를 벗어 흔들며 돛대에 금화를 박는 선장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분명히 말하지만, 흰 고래다!] 에이해브를 망치를 내던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흰 고래. 눈을 부릅뜨고 잘 봐라. 하얗게 일어나는 파도를 빈틈없이 살피란 말이다. 흰 거품이라도 보이면 소리를 쳐라.] - P276
이제 에이해브는 이걸 가슴으로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내 수단은 모두 멀쩡하지만 동기와 목적은 미쳤다는 걸. 그래도 그 사실을 없애거나 바꾸거나 회피할 힘은 없다. 그리고 자신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실체를 감춰 왔으며, 어떤 면에서는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감추고 있는 그것은 다만 자각의 대상일 뿐,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워낙 잘 감췄기 때문에, ... 낸터컷 사람들은 그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했으니 골수에 사무치도록 비통해하는 게 당연하다고만 여겼다. - P316
그리하여 지금 백발의 불경한 노인은 저주를 퍼부으며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고, 스타벅은 미덕과 곧은 마음을 가졌으나 동조해 주는 사람이 없어 영향력이 없고, 스터브는 언제나 명랑하지만 매사에 무관심하고 무모하며, 플래스크는 평범하기 짝이 없다 보니, 오사리잡놈의 배교자와 추방자와 식인종이 대부분인 선원들을 도덕적으로 이끌만한 인물이 없었다. 이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애초에 에이해브의 편집증적인 복수를 돕기 위해 악마 같은 운명이 특별히 골라 뽑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노인의 분노에 어떻게 그토록 열광적으로 반응했을까.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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