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 2 - 가난한 성자들 조드 2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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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칭기스는 초원의 새 거버넌스를 세웠고 자무카의 실패는 뭣보다 출신 컴플렉스 때문이라는 건데 결국 출신의 중요성만 강조되는 느낌(출신 좋은 사람이 맘도 시야도 넓다?). 음유시인인 그가 진심 한번 제대로 토로함 없이 테무진을 보내는 부분 이해 어려움. 대남자주의 서술은 몰입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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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2 - 가난한 성자들 조드 2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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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날에 자식이 없는 여자들에게 아이를 열여덟 개의 뿔 위에 얹어다 준 고마운 사슴 이야기가 있지? 무슨 얘긴 줄 아니? 부모는 자식을 낳아도 몸을 낳을 뿐 마음을 낳지 못해. 마음은 기르는 것이야. 너의 자식을 갖고 싶으면 너의 마음을 심어라. 훌륭한 마음을 심으면 훌륭한 자식이 나와." (16)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있다. 어떤 것은 알에서 나오고, 어떤 것은 자궁에서 태어나며, 어떤 것은 습지에서 탄생한다. 그것이 자라고 변하는 동안 각자 땅에서 머물고, 물에서 머물며, 또, 불 속에, 바람 속에, 꽃 속에 머문다. 모두 푸른 하늘의 지체들이고, 대지로 사용된 거북이의 연결체이며, 또한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그 위로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삶이 흐른다. 그 위로 나그네가 기자가듯이 죽음과 소멸의 때가 스쳐간다. 우주의 구석진 어느 자리에 서서 태무진은 지금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48)

‘아, 조드와 저렇게 싸우는 수도 있구나!‘
쿠리엔에도 사람이건 가축이건 젊고 건강한 것들만 보이고 비실비실한 물체는 하나도 없다. 게르마다 연기가 꽂혀서 아르갈의 향기가 코를 찌르고, 곁에 쌓인 소똥은 초원을 다 뒤져 긁어보았는지 봉우리가 높다랗다. (61)

칭기스칸의 주변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이런 이야기판은 그의 능력을 평가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다. 칭기스칸과 함께 있으면 누구나 마음껏 제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전투력을 만들어내는지 다른 지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35)

말들은 대지를 머리로 기억하지 않는다. 발밑에 밟히는 게 풀인지 모래인지를 발굽으로 기억하고, 땅과 언덕의 경사를 눈으로 기억하며, 모든 바람을 얼굴로, 모든 냄새를 코로, 모든 소리를 귀로 기억한다. 그게 질주의 방향이 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자는 기수뿐이다. ... 말을 탄 사람은 언제 속도를 줄여 말의 힘을 보존할지, 어디쯤에서 달리는 속력을 높여야 하는지, 앞에 달리는 말을 제치려면 어디쯤에서 호흡을 바꿔야 하는지, 뒤따라오는 말에게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수많은 상황을 그때그때 판단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마디로, 유목민은 고독 속에서 위대한 능력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148)

"칸에게는 푸른 하늘이 있잖습니까? 모든 운명을 하늘에 맡기면서도 왜 주치 문제는 그곳에 맡기지 못하십니까?" (200)

"먼발치에서 자무카도 본 적이 있습니다. 상인들이 그를 찾지 않는 이유는 공도체를 혈통으로 묶으려 하기 때문이에요. 칸께서 혈통이 아닌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늘 궁금합니다. 서로 다른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든다는 것은 각기 다른 대지를 하나의 대지로 엮는 것과 같지 않아요?" (277)

저무카는 이송되는 동안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은 운명의 끈에 묶여서 사는 존재이다. 신체의 포박이 없어진다고 마음이 자유로을 것인가? 그는 부하들이 수모를 줄 때마다 파렴치한 배신에 치가 떨렸지만 그렇다고 분기탱천하거나 저항할 기분도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답답하지만 억울해한다고 풀릴 일도 아니었다. 무엇엔가 사로잡힌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추락해야 깨닫는 법니다. (327)

"하하. 내게 많은 것을 주고 간 사람이 있었다. 끝없이 굽이치는 바다처럼 넉넉한 초원도 더럽히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떠났어. 이름은 자무카! 엄청난 대장부가, 그러나 자신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고 패했단다." (345)

이로써 칭기스칸은 자연 경제에 손 하나 대지 않고도 강도, 절도, 약탈, 내부 갈등의 위험 비용을 없앰으로써 평민의 가축을 엄청난 양으로 늘러버렸다. 하지만 초원에는 주기적으로 조드가 닥쳐서 초지당 가축 비율이 일정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자연적 기후 변동으로 수천 마리의 가축을 한순간에 잃는 재앙을 입고는 했다. 초원의 통일만으로는 안정이 확보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유목민으로 하여금 언제나 푸른 하늘이 내려준 대지 전체를 바라보며 살게 한 이유가 되었다.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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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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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고 살면 살리라.‘ (48)

"하늘에는 기러기들의 세상이 있고, 물에는 물고기들의 세상이 있어. 초원에는 사내들의 세상이 있지. 그걸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들 고통을 참으면서 자기 자리를 견디는 걸 좀 봐. 이럴 때 한 명이 인간의 도리를 져버리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하찮은 자리로 떨어지고 말 거야. 너는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확인시켜주었어. 그래,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라." (62)

"물보고 싫다는 사람은 없지? 당연히 다투듯이 샘을 찾다 보니 비슷한 곳에 닿는다. 한데, 사람이건 동물이건 발자국이 많아지면 초원이 파괴돼. 이걸 발자국 조드라 하자. 처음에는 인정에 끌려 보살피던 주민들도 발자국 조드 때문에 점점 폭력을 쓰는 거야. 그래서 충돌이 커지다가 나중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게 돼. 지금 오논 강 주변에서 싸우는 것들을 가만히 두면 이렇게 될 거야." (119)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다. 세상은 따뜻하다고 믿는 순간에 너무 차고, 차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온기가 나온다. 어떤 것이 참모습일까? 테무진은 잠시 혼란을 느꼈다. 보르지긴의 흰 뼈들, 친척과 지인들은 왜 그토록 가혹하고, 어쩌면 흰 뼈를 미워해야 옳을지 모르는, 부족의 혜택이라고는 보지 못한 사람들은 왜 그리도 인정이 많은지, 그러나 낯 뜨거워서 친구에게 고맙다고도, 미안하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155)

그런데 왜 못 죽였을까? 칼을 쥔 손에 몇 번이나 힘이 들어가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왜 휘두르지 않고 돌아갔을까? 테무진에게는 그것이 언제나 수수께끼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의문이 풀렸다. 매번 남들이 보고 있었다는 것, 비겁한 이웃을 원망할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 된다는 말이 백번 옳다. 아버지를 잃고 죄도 없이 붙들려온 어린 소년을 뚜렷한 잘못도 없이 죽였다가 인심을 잃게 되면 키릴툭의 권세는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목이 자신을 살린 것이다. 그 이목을 일컬어 사람들은 세상이라 부른다. (174)

어머니는 며느리가 행복해하는 표정에 안심이 되면서도 염려스러웠다. ... 하지만 행복에 예민한 가슴이면 불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테무진은 초원의 모든 위험에 노출된 사람. 이웃도 없지만 다른 쿠리엔에 들어갈 생각도 없는 망명 부족장의 후손이니, 그의 아내라면 마땅히 누가 보호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존엄을 지켜야 한다. 빈털터리이면서 왕비 같은 품격을 가지려면 절망에 눈멀어야 하고, 슬픈 감정이 엄습해도 푸른 하늘을 원망하지 않도록 수양해야 한다. 간이나 허파, 쓸개 같은 신체 기관처럼 너무도 명백하게 존재하는 절망, 낙담, 후회 같은 감정 기관을 잘라야 하는 것이다. (234)

어머니 안에는 언제나 그가 가보지 못한 대륙이 있었다.
"울 생각 마라. 자신의 생애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이해하기에 인간은 너무 작아. 인간은 아주 크단다. 우리는 자기 발밑도 온전하게 볼 수가 없어. 사랑의 생명이 끝나버린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걸 누가 알아? 한데 그것도 하나의 생명이란다." (290)

"보오르추가 물안개 피는 언덕에 게르를 쳤을 때, 나는 말이나 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 이제 깨달았지. 초원에 그런 삶은 없다는 거. 혓바닥에 고기 한 점이라도 올릴 수 있으려면, 그리고 제멋대로 찾아오는 적에게 천창이 불타고 하늘이 지붕이 되는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어. 흩어진 부족을 모으자." (303)

진정 신비에 찬 순간은 새로운 통치력이 탄생하는 때이다. 호기심에 가득 찬 영혼들에게 한번 자극된 기대가 저절로 사라지는 법은 없다. 자무카는 사만의 용사들을 완벽하게 휘어잡았다. 눈앞의 모든 것이 그의 생각과 의지에서 나온다. 자무카가 속도를 높이면 대열이 빨라지고 그가 멈추면 거대 집단이 마치 하나의 몸체처럼 따라서 멈춘다. 생명체는 하나인데 그 움직임은 천지를 진동시킨다.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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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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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 아닌 대자연을 문자로 실감나게 창조한 것이 귀함! 대자연(조드)-운명(푸른하늘)-인간 관계에 대한 좋은 사유. 늑대는 늘 인간에게 영감 주는 멋진 존재. 단 대자연이라는 강력 캐릭터에 비해 인물의 매력 및 인물간 갈등은 약함. 몽골에 어두운 독자 위한 설명적 부분은 필요하지만 부자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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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960년대 - 도쿄대 전공투 운동의 나날과 근대 일본 과학기술사의 민낯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임경화 옮김 / 돌베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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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일본인의 반성 중 가장 철저한 것 중 하나. 파시즘과 민주에 동시 복무하는 ‘가치중립적‘ 과학이라는 최면이 3.11까지 이어진 것과 그런 과학의 온실인 도쿄대 이학부의 해체까지 생각했던 전공투를 보여줌. 그 난폭한 세월의 본질을 평이한 언어로 무척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밀려드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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