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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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애의 온갖 형식에서 가장 좋은 것, 자기 본질의 핵심을 언제나 감추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패거리를 짓고, 열성을 다하고 설교하고 행진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세상이야 그 혼란스러고도 어리석은 길을 가게 내버려둔 채 ...... 그를 잘 아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그가 이런 공직의 그늘 속에서 얼마나 오래 끈질기고 영리하고도 유연한 태도로 스스로에게 부과한 단 한 가지 과제에 정진했는지 짐작도 못했다. 공허한 삶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산다는 과제였다. (36)

우리 시대처럼 비인간적인 시대에는 우리 안에 있는 인간적인 것을 강화해주는 사람, 즉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 잃어버릴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자아를 그 어떤 외적인 강요를 위해서도, 시대나 국가나 정치적 강제와 임무를 위해서도 내버리지 말라고 경고해주는 사람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 맞서 스스로 자유를 지킨 사람만이 지상에서 자유를 더욱 늘리고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40)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이 단순한 기억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그가 자기 삶의 증언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63)

나는 책을 쓰는 저자가 아니다. 내 과제는 내 삶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직업이며 유일한 소명이다. (97)

단 한 가지만이 잘못이고 범죄다. 이 다양한 세상을 학설이나 체계 안에 가두려고 하는 것, 다른 사람을 자유로운 판단과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 자기 안에 있지 않은 것을 강요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이고 범죄다. 이런 사람들만이 자유에 대한 경외심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신적 독재에 '미친 자들', 자기들이 얻은 '새로운 것'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옳은 진리라고 우기면서 자기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람들보다 몽테뉴가 더 미워한 것은 없었다. (119) ...... 자기 자신을 위해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지상의 모든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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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부름
다그니 케르너 외 지음, 송지연 옮김 / 정신세계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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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과학이라 말할 수도 있다. 확실히 이 책은 현재 인정되는 바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 있으니. 하지만 나는 식물과 인간의 교감에 대한 이 책의 주장과 증명을 신뢰하며, 천민 어린이 여성 동물의 존엄이 차츰 인정 받게 된 것처럼 식물 역시 정신적 존재임이 알려질 날이 멀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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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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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재단사 친구, 자넨 성경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어.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내 생각은 그렇네. 성경은 오래된 책이지. 옛날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날엔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모르고 있었지.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성경 안에는 아주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거야, 진실한 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들어 있고 말야. 성경의 여기저기에서 난 꼭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네. (37)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하나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79)

이 작은 세계는 그의 것이었고, 그가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속속들이 알고 사랑했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관목과 모든 정원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녔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으며, 내리는 빗줄기와 눈송이도 그에게 말을 걸었었다. 이 세계에서는 공기와 대지가 그의 꿈과 희망 속에서 살면서 그들에게 응답하고 그 삶을 함께 호흡했었다. 크눌프는 생각했다. 아마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 근방에서는 자신보다 이 모든 것들을 더 깊이 소유해 본 집 주인이나 정원 주인이 없을 것이라고. (119)

크눌프가 연신 고집을 부렸다.
"제가 열네 살이고 프란치스카가 절 버리고 떠나버렸던 그때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전 여전히 무언가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제 안의 무엇인가가 고장났던가 망가져버렸던 거죠. 그때부터 전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어요. 아뇨, 잘못은 단지 당신께서 제가 열네 살일 때 죽게 하지 않으셨다는 데 있어요! 그랬더라면 나의 삶은 잘 익은 사과처럼 아름답고 완전한 것이 되었을 겁니다." (130)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은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그래요"
크눌프가 말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사실은 저도 항상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134)

나는 전지전능한 자세로 삶과 인간성에 대한 규범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작가의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그를 사로잡는 것을 묘사할 따름입니다. 크눌프 같은 인물들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롭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유용한 인물들보다는 훨씬 덜 해롭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바로잡는 일은 나의 몫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크눌프처럼 재능 있고 영감이 풍부한 사람이 그의 세계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크눌프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헤쎄가 어느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중,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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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 - 암 전문의사의 고백
곤도 마코토 지음, 박은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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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무렵
내가 좋아했던 젊은 영어선생님이
칠판지우개로 분필 글씨를
깨끗하게 지우고
교과서를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 위로 오후의 태양을 받으며
'그럼, 여러분'하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딱 그 때와 같이
나도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
모든 것을 사뿐히 지우고
'그럼 여러분'이라 말하며.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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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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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는 짧지만, 남다른 감수성과 혜안으로써 삶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뿐 내 욕심대로 가공하려 들지 않으며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헤쎄적 인물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화, 데미안, 지와사랑, 유리알유희 등 뒤 이은 그의 모든 작품들에서 크눌프의 형제와 친구들이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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