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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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스페인사에서도 확인되는 보편적인 일들: 아나키스트 용병과 공산주의 군대를 믹스하는, 정치란 것의 황당무계함, 피아막론 천하고 잔인한 심성 가진 이들이 활개치는 전쟁판, 정글 같은 세상에서 그토록 쉽게 비인간화 도구화되는 여성들, 삶이라는 악몽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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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박진희 옮김 / 궁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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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은 활자로 된 다큐멘터리. 철도와 연동된 변화된 물질세계(근대: 유리건물, 여행서적, 이중구조의 역사 등) 변화가 어떻게 인간의 인식-감각-문화에 스며들어 갔는가(근대성: 쿠션화, 쇼크)를 구미를 관통하며 따져보다. 책의 편집이 원고의 가치에 미치지 못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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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박진희 옮김 / 궁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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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만들어낸 것과 유사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배열이 건축에서는 철과 유리 같은 새로운 건축자재들의 사용으로부터 유래하게 되었다. 선로와 증기 기관의 조화를 통해 교통의 속도와 용량은 배로 늘어났다. 건축 자재로서 철과 유리는 지붕에 해당하는 공간의 용량을 몇배로 늘렸다. 철도와 유리 건축, 이 둘은 산업 혁명기에 배가된 생산력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철도는 양적으로 다른 규모에 이르는 상품을 유통시키고, 유리 건축--역들, 시장의 건물들, 전시 공간들, 상가들--은 중간역이나 상품 보관 건물의 건축에 일조했다. 유리 건축의 공간 용량과 전통적인 건축 방식 간의 관계는 철도의 교통 용량과 산업화 이전 시대의 교통 간의 관계와 유사하다. (62)

여행 독서의 출현은 속도로 인한 외부 세계의 사라짐과 파노라마화의 결과가 아니라, 객차 안에서의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열차는 여행자들이 관통하여 지나쳐가는 풍경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자 서로서로간의 관계 역시 방해한다. 18세기의 여행자들은 서로 활발한 관계를 맺는 여행자 사회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는 다시금 이 시기의 여행 소설의 소재가 되는 삽화를 제공해 주었다. 열차 객실에 있는 여행자들은 서로 어떤 대화를 시작할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독서는 그들에게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대화를 대체한다. (90-1)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객차의 등급 구분을 초래한 철도의 역사는 다른 많은 생시몽주의자들의 희망은 물론, 여행객들이 기술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됨으로써 사회적인 평등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철도 역사는 페퀘르의 지적 속에 진실한 핵심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비록 페퀘르가 지적한 것과는 다른 양식으로 나타나지만 말이다. 여러 객차 등급에 소속되는 사람들이 그렇지만 동일한 열차로 여행하고, 동일한 동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 여행객들을 사회적으로 동일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실은 여행객 모두의 의식 속에는 항상 존재하게 된다. 선로와 증기력으로 움직이는 철도로 하는 여행은 산업화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경험되었다. 하층에 속하던 이들에게는 이 경험은 직접적이었다. (96)

미국에서는 완전히 반대였다. 여기서는 증기력이 도입되던 19세기 초까지도 발전된 수공업 문화도, 여행 문화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여기서 보여지는 상황은 한편으로는 실질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엄청난 천연 자원의 존재, 다른 한편으로는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때문에 어떤 형태의 기계화도 여기서는 실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창조적인 것으로 경험되었다. 교통수단의 기계화는 유럽에서처럼 전통적인 문화 경관을 파괴하는 것으로 경험되지 않고, 접근할 수 없는 야생성으로 인해 그때까지 가치가 없던 땅에서 문명 경관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121)

기술적인 사고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충격에서 기술의 완벽화를 통해 억압된 불안은 말하자면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 원래의 불안이 새로운 기술에 직면하면서 기술에 익숙해져서는, 무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잊혀지고, 억제되고--이렇게도 말할 수 있는데--안전함이라는 느낌으로 물화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불안은 새로운 형태로, 그것에 부딪힌 사람의 등 뒤에서 경악으로 나타난다. 불안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 허상이든 혹은 실제든 야기되는 위험을 예견해 주고, 또한 인간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예상 자체를 취하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실제 벌어지는 사고로부터 인간을 보호했다면, 경악은 그 역으로 작용한다. 경악에서는--사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억압되어 있는--안전에 대한 느낌이 배후에서 그리고 준비 없이 닥친다. (207)

전통적인 소매에서 상인과 고객은 인격적으로 서로 만난다. 상점에 들어서는 것은 구매가 아니라 해도 최소한 상점 주인과 고객 사이의 대화를 포함한다.
이것을 백화점이 마감한다. 열차가 여행 중의 대화를 종결시켜 버린 것처럼, 백화점은 상거래시 일어나는 대화를 종결한다. 그리고 여행 중의 대화가 여행 중의 독서로 대체되는 것처럼, 상거래 대화는 계속 확정된 가격들을 말없이 알려주는 가격표로 대체된다. 이러한 변화는 상품 총판매고가 증가한 결과이다. 양의 증가는 여행 공간에서나 상거래 공간에서나 새로운 배달 형태와 새로운 행동 형태를 요구한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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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이야기 세계문학산책 32
루트비히 토마 지음, 붉은 여우 옮김, 김욱동 해설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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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축. 하나는 `벌거벗은 임금님`, 즉 불평등과 위선, 심지어 임박한 위기(이 책에선 세계대전)까지도 감지하는 소년의 명징한 의식. 둘째 축은 지역성, 즉 20세기 초 바이에른의 문화와 세태에 대한 사심 없는 보고. 특히 학교-종교-군대의 삼각형에 대한 고발: 두려움과 속물성에 기반한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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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이야기 세계문학산책 32
루트비히 토마 지음, 붉은 여우 옮김, 김욱동 해설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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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는 나더러 벌서 딴사람이 된 거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건 확실히 변한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지?"
"아주 쉬워. 하려고 마음먹으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노력해 봐."
프리츠는 내일부터 그렇게 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구두장이 레텐베르거 집 창문에 돌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89)

초등학교 선생 같은 그 작은 사내가 우리를 너무 험상궂게 째려보는 통에 우리는 더 이상 모르는 척 버티기가 힘들었다. 마침내 프리츠가 그들에게[맥락상 '그들 보라고'의 의미임]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
"이봐, 루트비히. 자네는 우리 라틴 어 학교 신입생 녀석들이 왜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나."
"글쎄, 도대체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뻔하다네. 요즘 초등학교 교사들의 질이 워낙 형편없기 때문일세.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 게 바로 그들이거든." (108)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수염을 번쩍 쳐들고 손가락으로 훈장을 가리치면서 물었다.
"이게 도대체 뭐냐?"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것은 놋쇠입니다."
그는 눈을 무섭게 부릅뜨더니 소리를 질러 댔다.
"이건 최고 무공 훈장이란 것이야. 만약 너처럼 남몰래 편지에다 멀건 수프 얘기나 쓰고 있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받을 수 있었겠니? 결코 그럴 수 없는 법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스파르타 사람을 본받아야 해. ..." (223)

나는 온갖 약속으로 상심한 어머니를 위로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저 슬픈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면서 이렇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아니, 아니야. 아무래도 그 아이처럼 될 수는 없을 거야."
사실 어머니 말이 맞았다. 나는 그 아이처럼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5년이 지나서 나는 다행스럽게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했지만, 그 전해에 한 번 시험에 떨어져서 나와 같이 재시험을 봤던 폴벡 씨의 딸은 그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합격을 못하고 말았으니까. (259)

나도 빈딩거에게 가서 축하를 해야 했다. 빈딩거는 내 인사를 받더니 의미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나는 이제 네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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