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신, 스위스의 작은 마을 - 헤세 산문집
헤르만 헤세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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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집은 어떤 변화를 통해서도 나와 멀어지지 않았다. 이전의 다른 집보다 더 나의 집이 되었다. 여기에선 남편도, 가장도 아니었다. 여기에선 나 혼자뿐이었다. 배가 난파한 후 고되고 불안한 시기를 투쟁 속에 지냈었다. 종종 내겐 완전히 가망이 없는 전투처럼 보였지만. 여기에서 나는 수년 동안 깊은 고독을 향유하였다. (12)

이따금 저녁나절에 이렇게 앉아 바로 저편 나와 같은 높이에서 떠도는 저녁 구름을 바라보는 기분은 흡족하기 짝이 없다. 나는 저 아래 속세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한다. 너는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나는 이 세계에서 행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이 세계와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는 나의 거부감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고 보복하여다. 그러나 나를 죽이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살고 있다. 그에게 반항하면서 나 자신을 지켰다. 비록 성공한 공장주나 복서, 혹은 영화 스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열 두 살 소년 시절부터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 즉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는 우리에게, 우리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조용히, 조심스레 관찰하기만 한다면, 성공한 자나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자가 알지 못하는 것을 많이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관조의 능력은 탁월한 기술이다. 세련되고, 치유력이 있으며, 종종 아주 즐거운 기술이다. (104)

그러나 도화지를 잠시 말린 후 풀밭 위에 세워 놓자 나는 즉시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음을,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음을 알았다. ... 결국 빨간색을 대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 예술에서 단 하나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인데! ... 모든 인간은 마음 속에 무언가를 지녔다. 무언가 말할 것을 가졌다. 그러나 침묵하거나 더듬거리는 것이 아니라, 말로든, 색깔로든, 음조로든 실제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단 하나 중요한 것이다! 아이헨도르프는 위대한 사상가가 아니었다. 르누아르도 아마 아주 심오한 사람은 아니었을 게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말해야 하는 것을, 많든 적든 간에, 완전히 표현했었다. 그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연필과 붓을 집어던졌으리라! 또는, 틀어박혀 연습을 계속하였으리라. 연습에 또 연습을. 그리고, 그 역시 무언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무언가 성공을 거둘 때까지 굴복하지 않았으리라. (142)

"아무렴요, 선생님." 마리오가 내게 말한다. "인생은 가혹하지요. 어느 누구에게도 수월하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보세요. 저녁나절의 포도주 한잔, 일요일에 즐기는 약간의 즐거움과 음악, 그것이 모든 것을 좋게 만들지요." (164)

내 삶을 쉽고 편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그러나 한 가지 기술만은 마음껏 발휘하였다. 아름답게 하는 기술만은. 살 곳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이후로 나는 항상 참으로 아름답게 살아왔다. 원시적일 때가 많고, 별로 편안하지도 않았지만, 내 창문 앞에는 항상 독특하면서도 크고 넓은 경관이 전개되어 있었다.
나는 테신에서처럼 아름답게 산 적이 없었다. 지금의 주거처럼 충실하게 오랜 세월 머문 적이 없었다. 삼십 오년이나 되었지만,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1907년 처음으로 알게된 테신의 풍광은 예정된 고향처럼, 또는 열망하던 숙소처럼 늘 나를 이끌고 맞이하였다.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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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 패스트푸드에 관해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
에릭 슐로서.찰스 윌슨 지음, 노순옥 옮김 / 모멘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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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번창하자 동업자를 구해 더 많은 햄버거 식당을 열었다. 작고 하얀 중세 요새처럼 건물을 짓고는 이름을 `화이트 캐슬`이라고 붙여, 식당이 견실하며 음식이 순수하다는 인상을 주도록 했다. 화이트 캐슬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간 쇠고기를 하루에 두 번 들여온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네소타 대학에서의 특이한 실험을 후원했다. 그 대학 의대생 하나가 13주 동안 화이트 캐슬의 버거와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실험이었다. 학생이 생존했을 뿐 아니라 건강도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19)

"미소와 열정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온 사람한테 선데이...를 팔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배웠다."라고 그는 뒤에 털어 놓았다. (30)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광고는 한 가지 단순 명쾌한 목표를 갖고 있다. 부모를 조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냥 보채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왜 그 상품을 사달라고 해야 하는지 구체적 이유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한 판촉 담당자는 말했다. 광고는 곧잘 아이들을 작은 판매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 부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아이들이 부모를 계속 들볶기를,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 들볶기를 바란다. (49)

지역사회가 교육에 관한 지출을 줄이자 학교들은 교사, 교실, 책상, 컴퓨터, 체육 프로그램, 교과서, 그리고 식당 종업원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느라 고전해왔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파는 것이 부모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으로 보였다. ... 특정 페스트푸드 체인의 독점을 허용하는 학교들도 있다. (124)

에밀리는 이제 14살로 고등학교 1학년이며 4대째 목장 경영자다. 스쿨버스가 오기 전에 말과 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우리를 청소하는 일로 아침을 시작하기도 한다. 힘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목장 생활이 좋다.
"저한테는 이게 진짜 사는 거예요." 그녀의 말이다. 탄생, 죽음, 행복, 상실, 기막히게 아름다운 노을, 겨울의 폭풍, 사랑스러운 동물들, 자연의 힘--모두 에밀리가 목장에서 겪으며 살아가는 것들이다. (146)

닭들은 묵은 프레첼과 쿠키를 섞고 지방을 덮은 회색빛 모이를 먹는다. 닭 사료는 무엇이든 싼 값에 살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때로는 소도축장에서 나온 찌꺼기가 사료에 섞인다. 닭을 잡는 도계장에서 나온 부스러기 살, 지방, 피와 뼈가 섞이기도 해 닭이 닭을 먹게 만들기도 한다.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싸게 닭들을 살찌우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닭들을 서로를 잡아먹지 않는다. 그들은 풀을 좋아한다. "이 닭들은 평생 한 번도 풀 구경을 못한다."라고 노라는 말한다. (160)

마스터 맥도날드처럼 패스트푸드용으로 기르는 닭은 가슴이 크고 단기간에 성숙하도록 품종이 개량된 것이다. 1965년께 닭들은 양계장에서 두 달 정도 키우면 무게가 1.5kg쯤 늘었다. 이제는 그 시간의 절반 남짓이면 2.5kg정도가 는다. 사람의 어린아이가 그런 속도로 체중이 는다면 6살에 130kg이 될 것이다.
어떤 닭은 가슴이 너무 커져서 걷기조차 힘들다. ... 다리는 체중 때문에 구부러지고 체액이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끊임없는 고통 속에 산다. (161)

전직 맥도날드 중역에 따르면 맥도날드에는 믿을 만한 사업 공식이 있다. 바로 `80 대 20 법칙`이다. 맥도날드가 버는 돈의 약 80%는 단 20%의 고객에게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줄창 맥도널드로 가는 이 페스트푸드 광신자들에게는 업계에서 붙여준 재수 없는 별명이 있다. `헤비 유저`다. ... (191)

미국인들이 담배를 덜 피우자 빈곤국과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겨냥하기 시작한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청량음료회사들도 해외 판매를 늘리려고 애쓴다. 그들은 가난한 나라에 병입공장을 세울 뿐 아니라 가게들에 냉장고를 제공하고, 그 냉장고를 돌리기 위한 전력까지 공급한다. `시원해야 팔린다`는 믿음에 따라 이 회사들은 아프리카의 가게들에 수십만 대의 냉장고를 공짜로 주었다.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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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 즐겁고 넓고 싸고 외롭지 않은
니시카와 아쓰코 지음, 배가혜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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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1. 친구 이상 가족 미만의 관계가 필요하다; 2. 좋은 친구와 좋은 동거인은 달라; 3. 10년 뒤에도 기억날 만한 `오늘`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 그런 `오늘`을 만들어 가기; 4.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하라. 특히 공간 만들기. 좋은 공간을 만들면 사람은 생겨난다; 5. 住み開き의 시스템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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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 패스트푸드에 관해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
에릭 슐로서.찰스 윌슨 지음, 노순옥 옮김 / 모멘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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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알차다. 맥도널드와 패스트푸드 전반에 대한 두꺼운 책들을 읽었을 때 당신의 가슴을 관통했던 전율과 결심이 희미해졌다면 당장 30분만 투자해 읽어볼 것! 공정해지자. '맥잡'이 미국적이라 나쁜 게 아니라 미국적 가치--정직, 근면, 바른 경쟁, 자연 속의 삶, 공동체--도 배신하니까 나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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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 금융회사에 속지 않는 재테크 심리학
구본기 지음 / 라이온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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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는 맞는 말이다. 엄밀한 검증을 통과한 것들만을 진실의 후보자로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리에게 뿌리 내렸는가? No! 권위와 대세에 의존하는 몸만 큰 어린애들이 전문가 명함을 든 사기꾼 집단을 키워내는 것. 끊임없이 회의하고 질문하고 따지는 내적역량이 없으면 '봉'되는 건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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