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의 여왕 - 《빌딩부자들》성 기자의 월세부자 100일 프로젝트
성선화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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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이 부동산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썩 잘 맞으시는 듯. 기자라는 직업에서 오는 (물론 본인의 노력도 있다) 정보, 기동성, 꾼들의 장난을 막고 알짜물건을 검증해줄 전문가 인맥이 있지 않나. 교훈: 직업에서 자연스럽게 얻는 비경제자산을 경제자산으로 전환하는 법을 연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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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돌.흙.나무.사람이 부르는 대자연의 합창곡
자오광차오.마젠충 지음, 이명화 옮김, 한동수 감수 / 다빈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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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림책. 한반도의 사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건축 내용. 장부나 두공 등 이 땅의 전통건축물에도 늘상 등장하는 테마들을 중국이라는 배경 위에 놓고 보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은근히 새 소비주의와 끈 닿아 있는 `에코`바람과는 구별되는, 정신의 자연주의를 조용히 주장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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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타이캉루 티엔즈팡 - 채워져서 아름다운 감성공간
정희정.김옥예 지음 / 미세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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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 798 차오창띠 호우하이 등이 있다며 상해에는 바로 이곳이. 북경의 곳들과는 달리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진짜 동네라는 점이 의미 깊다. 속옷도 거침없이 널어놓는 저 중국식 허심탄회+상해가 오래 닦아온 국제교류의 내공을 보여주는 세련된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사랑스러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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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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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등장인물 `아흐메드 시나이`를 보고 분개하여 몇 달 동안이나 나에게 한마디도 안 하셨다. 그러다가 결국 나를 `용서`하셨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말에 분개하여 몇 달 동안이나 아버지에게 한 마디도 안 했다. 사실 나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반응을 더 걱정했는데 이외로 어머니는 금방 이해해주셨다. "이건 그냥 소설이잖니. 살림은 네가 아니고, 아미나는 내가 아니고, 모두 등장인물일 뿐이지." 그리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훨씬 더 현명하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12)

서양에서는 <한밤의 아이들>을 환상문학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 사람들은 이 책이 역사책에 가까울 만큼 사실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982년데 내가 인도에서 강연을 할 때 어떤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은 제가 쓸 수도 있었어요. 저도 다 아는 이야기였거든요.") (15)

하럼니가 거뭣이냐라는 말을 후렴처럼 입에 달고 살게 된 까닭은 나도 모르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할머니는 그 말을 점점 더 많이 쓰게 되었다. 나는 그 말이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는 무의식적 외침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심에서 우러난 진지한 질문이랄까. 아무튼 원장수녀님은 거대한 몸집과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외로이 우주를 표류하는 신세임을 우리에게 넌지시 암시했던 것이다. 보다시피 할머니는 그런 상태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몰랐다. (95)

"시간을 그렇게 간단히 바꿔버릴 수 있다면 도대체 뭐가 현실이야? 어디 말해보게. 도대체 뭐가 진실이야?"
오늘은 거창한 질문이 거듭되는 날인 듯싶다. 분리주의 폭동 당시 목이 댕강 잘리는 바람에 시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S.P. 부트에게 나는 신뢰할 수 없는 세월을 거너뛰어 이렇게 대답하겠다: "현실과 진실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진실`이란 메리 페레이라가 들려주는 온갖 이야기 속에 감춰진 무엇이었다. 나에게는 어머니 이상이기도 하고 어머니 이하이기도 했던 보모 메리, 우리 모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던 메리. 나에게 `진실`이란 내 방 벽에 걸린 그림 속의 어부가 소년 롤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수평선 바로 뒤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이었다. 지금 앵글포이즈 램프의 불빛 아래서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그러한 옛일에 비춰 진실을 가늠해본다: 메리라면 이런 식으로 말했을까? 나는 묻는다. 그 어부라면 이렇게 말했을까? (175)

아니, 나는 괴물이 아니다. 속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단서를 제공했으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결국 메리 페레이라의 범죄행위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깨달았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아들이었고 그들은 변함없이 내 부모였다. 일종의 집단적 상상력 결핍이랄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고...... (257)

그리고 이제 자신의 집에서 딸의 자리를 되찾은 아미나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에 담긴 감정들이 차츰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접시마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성격이 듬뿍 들었기 때문인데 원장수녀님은 비타협적 태도가 담긴 카레와 미트볼 등을 나눠주었다. 아미나는 고집스러움이 깃든 생선 살란도 먹고 의지력이 깃든 비리아니도 먹었다. (300)

아미나는 온 세상의 짐을 한 몸에 짊어지려는 희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자진해서 죄를 뒤집어쓴 사람 특유의 흡인력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그녀를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은밀한 죄를 고배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들이 그녀의 마력에 굴복하면 어머니는 상냥하고 슬프고 어렴풋한 미소를 지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짐을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때마다 죄의식의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340)

내가 인도의 나랏일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하찮은 이유 때문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짐스러웠기 때문에 우리의 작은 언덕을 벗어난 외부세계로부터 가벼운 위안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371) ...... 낭비하고 잃어버린 세월을 오늘 되새겨보니 그때 나를 사로잡았던 과대망상증은 자기보존의 본능에서 비롯된 반응이었음을 알겠다. 내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무수한 사람들을 내가 다스릴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면 그렇게 모여든 수많은 자아들이 나의 자아를 완전히 삼켜버렸을 테니까......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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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 모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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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기 자신을 혼자서 스스로 가꾸고 실현할 수 있다는 관념은 근본적으로 오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근본인 원래의 사회적 위치로부터, 그리고 자신의 발전을 도와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소원하게 만드는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게 한다. (16)

오히려 최근에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삶이라는 이상이 대안이라기보다는 함정임이 드러난다. 그것은 선진자본주의의 조건들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로서, 사적 영역을 지칠 줄 모르고 돌아가는 생산의 장이자, 가장 판매하기 좋은 자아를 재계발해내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미적인 것에 대한 강조를 통해, 개인의 자기 결단을 향한 추진력--진보적인 사회변화의 촉매로 오랫동안 기여해왔던 가치--이 오히려 가속화된 생산과 소비 기능의 동력으로 전용되어 버린다. (37)

자기계발 문화에 대한 이러한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비록 개인의 자기결단이란 이상이 잠재적인 정치적 힘으로 남아 있더라도, 대부분의 대중적인 자기개발 서적들에서 제시되는 자아실현은 전형적으로 현존 상태의 유지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반면, 자기계발 서적들이 전제로 삼는 관념들--자기결단과 자기충족--은 진보적이고 심지어 급진적인 강령과 연결될 수도 있는 정치적 가능성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실현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각 개인의 형성에 타인의 노동이 투여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새로운 자아 및 자아형성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 개인적 자기결단의 이상을 방치해 보수적인 정치세력에게 내맡기기보다 자아형성에 개입된 타인의 노동을 인정토록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가능성이 열린다고 주장할 것이다. (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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