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시작했습니다 - 신간 서점 Title 개업 기록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한뼘책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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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라서는 품위 있게 팔아야 잘 팔리는 것과, 다소 속되게 팔아야 잘 팔리는 것이 있습니다. 손님과의 사이에 꾸밈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던 후쿠오카 니시진점에서는 철저히 속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격주로 예약 수량의 누계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를 때 눈에 잘 들어오도록 크게 게시했습니다. - P25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점주들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제 처지가 약간 아쉬웠습니다. ‘내 가게를 갖게 되면 지역과의 관계를 실감할 수 있을까‘하고 어렴풋이 생각했습니다. - P32

이케부쿠로 본점의 매니저에게는 정해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계산대에 들어가는 일도 없고 식사는 아무 때나 해도 되며 마음대로 외출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에서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무엇부터 시작할지는 일에 대한 그 사람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34

폐점이 정해진 후 제가 생각한 것은 ‘이케부쿠로 본점을 어떻게 끝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표현은 안 좋을지 모르지만, 일단 폐점이 결정된 점포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매출 목표 등의 나날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서점은 당초 그렇게 있고 싶었던 것과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 P40

‘과외 활동‘이라도 평소의 자기 일과 연결시켜 살릴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흔한 ‘취미‘로 끝나고 맙니다. 그러나 거기서 얻은 유대감과 기술 등을 회사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살릴 수 있다면 그 과외 활동은 다른 사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사람의 장기가 됩니다. 저도 그런 과외 활동을 계속하는 사이에 ‘쓰지야마는 그런 놈이니까‘ 하는 식으로, 특별히 아무 말도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 P49

갑자기 늘어난 통장 잔고를 보며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나이로는 이제 책을 파는 일밖에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돈으로 타인을 기쁘게 하기 위하서는, 오는 사람이 그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는 차분한 장소, 다양한 사람을 오가며 새로운 지식과 생각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작아도 좋으니 서점 하나를 이 세상에 만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동시에 생각했습니다. - P53

종래 서점을 내는 곳으로 여겨졌던 역 앞의 일등지는 대부분 월세가 높아 서점을 내려고 해도 다른 업종에 지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에서 떨어진 곳이어도 사람이 찾아와줄 모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앞으로의 서점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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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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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넘는 언어를 평생 옮겨다닌 여행가의 고상한 유머 에세이집. 그 유머가 가끔 묘한 것이 흠이라면 흠(때론 번역 문제). 2차 대전 후 통역업이 길러진 역사적 맥락에 언어-문화-역사에 대한 본인의 끝없는 탐구심이 찰싹 결합하여 이루어진 삶. 소통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세 감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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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머무는 곳, 아치스 - 한 반문명주의자의 자연예찬
에드워드 애비 지음, 황의방 옮김 / 두레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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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자연 작가들은 자연계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글과 삶을 통해서 자연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것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반면에 대부분의 미국 작가들은 안전 제일주의로 논쟁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고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위험을 피하고 주요 문제에 말려들기를 꺼린다면, 결국 소수의 작가들이 그 모든 짐을 떠맡아 자기 몫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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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 7월의 책:  오버스토리

 

  l  2019 7 29() 아침 9시반, 서현역 카페

 

방학이 막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다. 사회인인데 방학과 무슨 관계냐 하면, H가 그 동안 토요일에 대학원 수업을 청강했기 때문. 그 수업이 종료된 덕분에 토요일에 쉽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벌써 한 해의 반이 갔다며 함께 탄식하였다.

 

H가 이번 책이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니 기뻤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방 평대에서 보고 덥석 집어 든 녀석이라 더욱 그렇다. 왜 집어 들었냐 하면 환경 소설로서 어떻게 정보 및 계몽성과 문학성을 조화시키는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대한 것은 정보/계몽성은 거의 느껴지지 못할 만큼 소설 안에 녹아 있는 것이었다. 읽어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나무들의 삶이라는 아주 새로운 콘텍스트로 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하여 그들을 준비시키는 과정이 너무 뚜렷하여 생경할 정도로 설명적인 부분들이 꽤 있었다.

 

반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부분들도 있다. 일단 일단위 초단위로 일희일비하는 인간의 스케일이 아니라 나무의 스케일최소 기백년의 시간과 일정 삼림군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버드아이뷰을 접하고 그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게끔 만든다. 다시 말하면 나무의 관점으로 인간사가 다시 쓰여지는 것이니, 이 책은 미국 환경사, 환경을 테마로 한 미국 현대사 (미국 자체가 현대이지만)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이민자 가족을 데려와 20세기 전반부 세계사 스케치를 시도한 부분은, 시도는 갸륵하나 결과는 참 어설펐다는 데에 H도 나도 의견을 같이 하였다.)

 

숲의 식물들이 제각각이면서도 자연의 섭리 안에 있듯이, 이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아술아슬 이어가는 9명의 사람들도 그러하다. 서로 하등의 관련이 없이 살아온 그들은 각자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나무의 삶에 눈을 뜨게 되고 나무와 함께 하는 삶에 투신하는 과정에서 한 순간 조우한다. 그리고 흩어진다, 영원히. 그들이 투사가 되는 과정에서  계몽성은 전혀 없다. 그들 각자는 너무나 다른 계기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나무를 보는 눈, 그들과 대화하는 가슴을 거의 물리적 수준으로 장착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들 중 우리가 특별히 사랑한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과학자—H가 그녀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그녀가 속절없이 재난을 당하고 자연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은, 발 없는 숲이 다가오는 화마를 어쩌지 못하고 다 타지만 또 시간과 함께 다시 생명의 기지개를 켜는 것과 닮았다. 나에게는 해피엔딩을 맞은 저 과학자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결국범죄자로 생을 마치게 된 교수이다. 속세에서 이룬 모든 것을 잃게 된 순간에 드러난 그의 의연함은, 숲에 대한 그의 사랑이 한 때의 말과 치정이 아니라 몸 자체, 삶 자체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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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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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결한 비유적 표현에 담긴 민중 지혜의 결정체인 속담과 어구 덕분에 언어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 P17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를 빠르게 구사하는 협상 파트너들 사이에서 대략 10분에 한 번씩 언어를 바꿔갔다. 어휘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통역에 아주 필수적인 기술에 있어서도 굉장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수 초 사이에 한 언어의 언어 문맥에서 다른 언어의 언어 문맥으로 옮기는 법을 익혔다. - P27

언어학적 발견의 정신은 나를 채찍질했고, 다음으로 루마니아어를 배우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루마니아어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어보다 더 전원의 맛이 있고, 이탈리아어보다 더 남자답고, 슬라부어 차용어인 덕에 스페인어보다 더 재미가 있다. - P27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
오직 언어의 세계에서만이 아마추어가 가치를 발휘한다. 실수가 가득하다 해도 좋은 의도의 문장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 P35

누군가 언어를 수동적으로만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나는 어린 페테르를 떠올린다. 언어는 못과 마찬가지로 박힌 만큼 무게를 짊어지게 되어 있다. 깊이 박히지 않으면 약간의 무게만 얹어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 P37

노력 없이는 발전도 없다. 그러나 노력에는 시간이 든다. 성인이,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정답, 언어 학습을 일이나 여가와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언어 학습이 일이나 여가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보충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 P71

하지만 어떤 언어를 어느 수준에서 배우든 전문 지식이 있어야 언어 학습의 문이 열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 P72

책이 기존의 지식을 유지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은 나보다 앞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발견한 것이다. 이 잘 알려진 사실에 내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직 두 가지다. 첫째는 아주 초급 단계부터 학습 프로그램에 대담하게 읽기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 현상을 자주 만나야 언어의 구불구불한 역경의 길을 지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P76

책은 비록 가장 효율적이지는 않을지라도 가장 단순하면서 접근이 쉬운 개인적인 ‘언어 미기후...‘를 만들어내는 수단이다. ...... 언어 미기후란 우리가 사는 나라의 언어라는 대기후...와 대조적으로 가정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곧바로 우리를 둘러싼 언어 환경을 일컫는다. 헝가리 백작들의 성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보모와 유모가 그 아이들 주변에 창조해놓은 작은 언어 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 P88

처음에는 얄팍한 수준으로 즐겁게 읽어야 한다. 나중에는 늘 틀렸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읽어야 한다. - P100

글 한 편에 담긴 언어는 드넓은 바다의 물 한 방울 정도이다. 텍스트를 위아래롤 뒤집어엎어 보고 안팎을 까뒤집어 볼 인내심이 있다면 그 글을 조각조각 냈다가 다시 합쳐보라. 힘차게 흔들었다가 앙금이 가라앉게 놔두라. 그러면 거기서 더욱 많은 양을 배울 수 있다. - P103

이미 여러 번 썼지만 다시 한 번 강조를 해야겠다. ... 무제한적인 반복을 제공해주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 시련 없이 몇 번이고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읽기뿐이다. 그리고 책은 목격자를 품게 되어 있다. 책은 반복해서 파헤쳐질 준비가 되어 있다. 책에는 백만 가지 장점이 있지만 비난받을 거리도 하나 있다. 말을 못한다. - P109

단어와 문장의 정확한 억양을 익히는 것은 더 중요하다. 라디오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녹음, 녹화하고 반복적으로 다시 틀면 머릿속에 효율적으로 새겨 넣을 수가 있다. 영원불멸의 규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이것을 짦은 시간 동안, 대신에 최고의 강도로 수행해야 한다. 마음은 어제의 경험이나 내일의 희망 사이를 헤매고 다니면서 몸만 라디오 옆에나 녹음기 옆에 앉아 있지 마라. - P112

오늘날에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통역 분야가 크게 떠오른 까닭은 베네치아 군주와 제노바 군주가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통역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화가와 조각가처럼 통역업계의 옛 시대 대표들은 후원자의 호의를 즐기며 살림살이를 더더욱 불렸다. 19세기 초쯤에 예술가는 귀족 후원자에게서 벗어났고 퉁역사는 한 세기 뒤에 독립했다. 직업으로서의 통역은 ‘자유 칠과...‘의 여덟 번째 자매였다. - P236

결국에 나는 방 안을 물결선 모양으로 뛰어다니면서 이따금씩 신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그 정치인이 끼어들면서 날이 너무 더우면 자기도 때로는 미쳐 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행동 덕에 일본인 손님의 마음속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 [메리 고 라운도]!" 알고 보니 일본어에서 회전목마는 고유어나 한자어보다는 대게 그냥 영어 ‘merry-go-round‘에서 유래한 외래어로 일컬었던 것이다. - P250

그렇다고 특정 언어가 널리 퍼지면서 꼭 다른 민족어를 좀먹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족어는 과거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수많은 문학 및 역사적 기억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가 쓰는 언어의 현재와 미래를 지킬 책임을 진다. - P266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언어도 모른다...." - P267

인류의 발전이 무르익어 국제어 한두 개를 모든 이가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처럼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여러 언어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다시피 다리를 놓는다고 꼭 무거운 벽돌 나르기만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을 추구하고 얻으려는 인간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즐겁게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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