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 2
안드레아 히라타 지음, 김선희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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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고 유투브로 영화 본 뒤 2권을 읽었다. 무엇보다 린탕이 영화에서처럼 공부를 그만두지 않기만을 바랐건만, 소설이 보여주는 오늘이 된 미래는 더 복잡하고 냉정하기만 하다. 반장만 빼고 분대원 누구도 꿈을 이루지 못했고 삶은 비참할 뿐. 그래도 더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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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 2
안드레아 히라타 지음, 김선희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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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배원 아저씨의 고된 삶을 잘 알았다. 나는 한밤중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진심으로 기도했다.

신이시여, 저는 앞으로 제가 뭐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제발 신이시여, 제가 집배원만은 안 되게 해주세요. 새벽에 시작하는 일은 하지 않게 해주세요. 신께 약속합니다. 코란 선생님의 자전거를 다시는 반탄 나무에 매달지 않겠습니다. (33)

나느 헤리엇의 문장 하나하나와 더불어 새로운 정신이 내 머리에 불어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입이 떡 벍어졌다. 에덴서 마을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에는 숨을 죽였다. 여리저기 흩어져 있는 언덕의 경사면이 마치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경사면이 초록의 언덕과 광활한 계곡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높은 산꼭대기를 상상했다. 머릿속에 버드나무와 자갈로 지은 농부 집 사이, 계곡 바닥을 굽이치는 강을 그려 넣었다.
에덴서의 자그마한 마을에 푹 빠졌다. 이 세상에는 사랑 말고도 아름다운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헤리엇의 아름다운 묘사는 완벽한 감동을 주었다. 동물을 돌보던 집 밖의 자그마한 둥근 조약돌이 깔린 좁다란 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가축 울타리를 따라 좁은 길을 흐르는 냄새를 맡을 수도 있었다. (63)

물리 교사의 행동은 인도네시아에서 전형적인 문제였다. 반지르르한 용어와 높은 수준의 이론을 언급하는 영악한 사람들은 과학적 진보를 위해 그리하는 것이 아니다. 침묵하며, 논쟁의 단어를 찾을 능력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물리 교사가 보여주는 행태처럼, 억압과 독단적인 지성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식 조작자에 불과하다. 가짜 과학자들, 배우지 못한 공동체에서 자기과시를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거만하게 군림한다. (109)

오래전에 교장선생님에게는 함께하는 교사와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서서히, 공동체는 학교에 대한 믿음을 잃고, 교사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잃었다. PN의 교육차별은 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시들게 했다. 그 차별로 인해 벨리퉁 토착 원주민들은, PN 스태프의 아이들만 학교에서 성공하고 대학에 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장래가 촉망되는 선생은 오직 PN 학교 선생이라고 믿게 되었다. 덕분에 마을 아이들은 하나씩 하나씩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학교 교사들도 하나둘씩 그만두었다. 교사들은 PN의 근로자나 어부가 되었다. (121)

학교에 다니지 않는 꼬맹이들의 `성공`과 더불어 상황은 더욱 비참해졌다.
......
교장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에게 지식은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며, 교육은 신에 대한 신앙생활이며, 학교는 학위를 받고 부자가 되는 것 따위의 목표에 묶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신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학교는 고괴하고 신망 있고, 인간(성)에 대한 찬양이었다. 학교는 배움의 즐거움이자 문명의 빛이었다. 이것이 교장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영광스러운 정의였다. 하지만 차별에 길들고, 물질의 유혹에 눈이 먼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계몽은 통하지 않았다. (122)

대답 대신, 선생님은 그저 PN 총책임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선생님의 눈이 보름달만 해지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생님은 쥐고 있던 종이를 손으로 더욱더 단단히 거머쥐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수년 동안 선생님과 함게 공부하면서, 우리는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분명 팍 하르판 교장선생님을 떠올렸다. 선생님은 벨리퉁 무하마디아 학교 창설자들의 얼굴에 사로잡혔다. 그분들은 학교를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식민지 당국자들로부터 위협받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추방당하고 내동댕이쳐지고 죽임을 당했다. 선생님은 스스로 학교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끔찍했다. 어찌 됐든, 선생님은 식민지 당국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나라 사람에게 대항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도 울지 않으려 애썼다. 우리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다. (180)

그렇지만 결국, 우리 학교는 사라졌다.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무자비하고, 싸우기에 가장 힘든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지고 말았다. 그것은 학생, 교사, 심지어는 교육 시스템 그 자체를 마치 해로운 종기처럼 서서히 갉아먹었다. 그 적은 바로 물질주의였다.
현재의 교육계는 팍 하르판 교장선생님처럼 학교를 바라보지 않았다. 즉, 지식이란 자기가치에 관한 것으로, 교육을 더 이상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삶의 추구로 바라보지 않는다. 교육은 그저 단순히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순단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학교는 더 이상 인성을 배양하는 곳이 아니다. 그저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는, 학문적 타이틀을 과시하고 권력을 획득하는 자본주의적인 계획의 일부일 뿐이다. (263)

나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공부를 계속할 기회를 갖게 된 걸 행운이라고 느꼈다. 후에 나는 배낭을 매고 여러 곳을 여행했다. 가는 곳마다, 나는 사람들이 각각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나는 삶의 관찰자로서 내 비공식적인 직업을 즐겼따.
......
나는 많은 경험을 통해 결론을 얻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분명 그렇게 멀리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세계를 정복할 필요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믿었던 지혜는 내가 무지개 분대 친구들과 함께한, 결국 바람에 쓰르진 그 학교에서 배웠던 잊지 못할 시절로부터 얻은 단순한 철학이었다.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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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소설의 이해
야꼽 수마르죠 지음, 김장겸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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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을 기대함. 우선 원서 제목이 '인니 소설의 이해 1920~77'이며 저자가 곧 77년 이후 개론서를 낼 것이라 말하는데도, 한국어판 제목에서 연도를 뺌으로써 인니 근현대문학 전반을 다룬 책인 듯한 모양 취하고 있음. 둘째, 한국어 갈무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의미가 정확히 잡히질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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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 1
안드레아 히라타 지음, 김선희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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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찡하다가 또 웃다가. <내 인생의 아이들>의 인니버전. 회상 주체가 선생님 아니라 성인이 된 아이. 외부인은 보기 힘든, 인니 대자연 속 기층민의 쓰라린 삶을 아이의 맑은 시선 통해 간접체험. 민족-언어-문화 너무 다양하고 불평등도 큰 그 사회를 아이들이 이해하는 과정을 이해하게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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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 1
안드레아 히라타 지음, 김선희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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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죄송합니다. 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서 린탕 아버지는 자기가 태어난 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애처롭게 덧붙였다. 순간 갑작스레 린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아버지한테 가 손에 든 서류를 낚아채 이렇게 외쳤다.
"제가 나중에 이 서류를 다 채우겠습니다, 선생님. 제가 읽고 쓰는 걸 배우고 나서 말이에요!"
모두가 린탕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저렇게 작은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옹호하다니! (29)

그 아이가 가져온 공책도 엉뚱한 것이었다. 짙푸른 색 표지에 줄이 세 개였다. 그건 2학년 때 필기체 배울 때 쓰는 그런 공책이 아니었던가! 그날 아침, 바닷가에서 온 내 짝꿍이 난생 처음으로 책과 연필을 잡아보는 모습을 난 평생 잊지 못한다. 그 뒤로, 그 아이가 쓰게 되는 모든 글은 투명한 마음의 열매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은 찬란한 빛의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 가난한 바닷가 소년은 오랫동안 우리 학교에 드리웠던 어두운 비구름을 밝게 빛나게 했다. 이 아이는 내 평생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33)

벨리통 섬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장악한 최초의 장소로, 7대째 억압받아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년 동안의 불행한 가뭄이 하룻밤 사이에 비에 흠뻑 젖었다. 그런데 그것은 고통스러운 비였다. 즉, 일본인들이 몰려왔던 것이다. 내 아버지는 그 폭풍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칼, 군인들이 이곳을 지옥으로 바꾸어놓았단다. 총검에서 결코 손을 떼지 않았어."
아버지의 순진한 눈은 자신의 위엄이 상처 입고, 자신의 땅이 약탈당한 비통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350년 동안 지배하고 난 뒤, 네덜란드인들이 말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일본인들이 외쳤다.
"사요나라."
불행히도, 그것은 우리 벨리퉁 원주민들에게는 행복한 결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또 다른 방식의 점령을 당해야 했으니까. 우리 땅은 또 한 번 지배를 받았다. 보다 문명화된 방식으로. 우리는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유롭지는 못하다. (61)

다음 날 학교에서, 린탕은 우리가 세 자릿수 좌표에서 헤매는 걸 보고는 당혹스러워했다.
이 마을 아이들은 도대체 뭘 헷갈려 하는 거지?
린탕은 속으로 생각했다.
흔히 자신의 우둔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것을, 신으로부터 지식과 이어지는 운명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109)

그는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떠다니는 구름 너머로. 사랑은 정말 잔인하다. 부 무스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마하르를 응시했다. 우리는 호기심이 일었다. 선생님은 시를 몇 구절 인용하며 마하르에게 노래를 청했다.

"벌판으로 난 이 길은 구불구불
소나무 숲으로는 지나쳐 가지 마요
당신의 노래를 불러요
내가 당신의 슬픔을 알 수 있게."

마하르는 입술을 깨물고 낯을 찡그리며 미소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하르는 준비되었다. 우리는 긴장감 속에서 기다렸다. 그가 등으로 만든 가방을 열고 악기를 꺼냈을 때 우리는 한 방 먹었다. (146)

이런 돈 관리 문제 때문에, 사왕족은 흔히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희생양이 되었다. 말레이인 다수와 중국인 공동체에서 나쁜 일은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사왕족과 연관 지었다. 사왕족을 폄하하려는 이런 시도는 자기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말레이인과 중국 소수민족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스스로 힘든 일을 하는 걸 꺼렸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왕족이 단합된 종족이라는 것을, 그들 자신의 공동체 내에서 배타적으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의 비즈니스에는 코를 들이박지 않고, 높은 노동윤리를 보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사왕족은 자기가 진 빚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으려는 거였다. (159)

린탕의 가족은 말레이와 인도네시아의 평범한 어부들의 가난한 모습 그대로다. 이들은 세대를 대대로 이어오는 자신들의 비극을 가슴속에 간직했다. 미래에 대한 공허한 기대의 괴로움과 자녀교육에 대한 의구심을 억눌렀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 같은 비극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가진 자들은 물론이고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바닷가에 살고 있는 이 가난한 가족에게 이 같은 비극은 한순간 멀리 사라졌다. 비범한 어린 아들의 성적표에 채워진 점수에 가려졌다. (169)

우리 조화로운 공동체 속에서 중국인들은 유능한 장사꾼들이었다. 실제 제품을 만든 사람들은 우리 모르는 곳 출신이었다. 우리는 그저 바지 뒤에 붙은 태그를 보고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알 뿐이다. 말레이인들은 소비자였다. 점점 더 가난해지면서 점점 더 소비에 치중했다. 반면, 사롱 사람들은 사왕족에게 계절 일자리를 제공했다. 사왕족은 물건들을 사롱 사람들의 배로 운반하는 일을 했다. (198)

안무에 따를 것 같으면, 우리 공연의 다음 부분은 스무 마리 치타의 공격이었다. 우리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사로잡혀 치타와 싸워나갔다. 혼란에 빠져 당혹스러워하며, 치타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이런 건 예정에 없었다. 계획에 의할 것 같으면, 우리가 무서워 도망쳐야 했다. ... 치타들은 다시 결집하고, 우리는 다시 받아쳤다. 계속 이렇게 이어졌다. 기적적으로, 안무로부터의 이탈은 예상치 못하게 동물의 진정한 특성을 불러왔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무자비하게 사악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울 수 있었다. 나는 마하르를 흘끗 바라보았다. 마하르는 우리의 자발적인 즉흥 동작을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게 분명했다. (230)

내게 있어 보물찾기는 그저 하나의 행사가 아니었다. 배워야 할 교훈이 많은 살아 있는 문화의 도서관이었다. 이 행사는 내가 속한 종족 집단인 말레이인은 물론이고 전체로서의 인간의 특성에 대해 내가 정통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말레이인들은 평상시처럼 자체적으로 조직을 꾸리는 데 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행사를 위한 행동과정과 경쟁에서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한 패끼리 싸우는 정치적 난투극에 사로잡혀 있었다. 말레이인들은 언제나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각기 다른 생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즐겼다.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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