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외국어를 다시 시작하다 - 심리학자가 말하는 어른의 외국어 학습 전략
리처드 로버츠.로저 쿠르즈 지음, 공민희 옮김 / 프리렉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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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성 휴리스틱과 더불어 대통령이 되는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진행하려면 관련 정보를 얻고자 반드시 기억에 접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동안 기억 속에서 이 정보를 얼마나 빨리 얻을 수 있는지 인식하게 되고 머릿속으로 만든 시나리오와의 연관성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쉽게 기억을 떠올리고 대통령이 되는 시나리오가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자신감이 높아질 것이다. 당신이 주지사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일이 고등학교 때 반장이었던 것이 고작인 사람보다는 더 수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공부하기로 결정을 내릴 때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를 것인지 머릿속으로 시각화해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35)

예상할 수 있겠지만, S3/R3 수준의 외국어가 필요한 모든 적군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들여 해당 언어를 공부하지는 않는다. S3/R34의 수준에 도달하는 시간은 해당 언어의 난도에 따라 다르다. 난도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습자가 전혀 숙달되지 않은 상태(0)에서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 숙달된 수준(3)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를 공부하는 외교관들은 24주 안에 S3/R3 수준에 올라야 한다. ...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스와힐리어는 36주로 잡는다. ... 마지막으로 아무 기본 지식 없이 S3/R3 수준에 오르기 `엄청나게 어려운` 언어인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는 근 2년, 즉 88주로 잡는다. (66)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레퍼토리를 달달 외운 오페라 가수는 오페라를 완벽하게 부를 수 있지만, 오페라 하우스를 나서서 그 언어로 택시를 불러 세울 수는 없다. 이 가수는 유창함을 보여줄 수 있지만, 해당 언어에 숙련되지는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사람의 모국어 수준은 유창하게 보이지만 숙련도는 낮다. (69)

해당 언어로 대부분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면 더는 중간 언어가 향상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 학습자가 하는 말이 알아듣기 쉬우므로 원어민은 의미를 방해하지 않는 한 더는 사소한 실수를 지적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을 거란 기대가 사라져서 자신이 그 언어를 완전히 완전히 정복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단계에 이르면 언어 능력 향상이 둔화될뿐더러 오히려 퇴보해 앞서 제대로 구사하던 부분에서도 실수하게 된다.
......
이것이 한 사람의 중간 언어가 너무 이른 단계에서 사소한, 혹은 그렇게 사소하지는 않은 오류와 함께 화석화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79)

따라서 교실 밖에서 쓰는 외국어가 제대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빠진 정보를 채워서 이 공통분모를 확장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외국어로 인사와 사교적인 말들을 건네면서 대화 상대로 하여금 당신의 억양에 익숙해질 기회를 준다. 또한, 상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친근감을 높일 수도 있다. 모국어로는 이 같은 행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외국어로 소통할 때는 공통분모를 잃어버릴 염려가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당신을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낯선 사람과의 대화보다 좌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81)

따라서 전반적인 유창함을 높이려면 최대한 다양한 맥락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또한, 대화 상대에게 당신이 틀릴 때면 지적하고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필요하다. 당신이 하는 말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라면 그들은 무례하고 싶지 않아서 지적을 삼갈 테니 반드시 지적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게다가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당신이 한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고 알려줄 때는 수천 번도 넘게 그렇게 말해왔었다고 해도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다. 짜증은 나겠지만, 충고를 받아들이는 편이 중간 언어가 화석화되는 것을 막고 성공적인 대화에 필요한 공통분모를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83)

성인 외국어 학습자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른처럼 말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성인 외국어 학습자는 자신이 세 살배기, 혹은 더 어린 아이처럼 말하는 사실에 애통해하고 세 살짜리 원어민의 유창함을 질투한다. 외국어 학습자의 `비유적 지능`을 높이면 더욱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또한 발음, 단어, 문법 체계를 자연스럽고 고상하게 강화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데 꼭 필요한 문화적인 규범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어른처럼 멋지게 말할 수 있다. (102)

고맥락 혹은 저맥락으로 설명된 문화라고 해서 그 속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표현될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저맥락 혹은 상대적으로 저맥락인 문화권 출신인 성인 언어 학습자가 고맥락 문화권으로 갈 경우 자신이 대인관계를 맺던 방식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상당한 배경 정보가 내포되어 있음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 사용 방식을 통해 외부에서 왔다는 점을 드러내며 너무 많은 것을 묻거나 깊이 파고들면 무례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맥락에서 또 다른 고맥락 문화권으로 옮겨가는 경우라고 해도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중요한 맥락적 단서가 말로서 전해지지 않는 것은 두 고맥락 문화권 사이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106)

따라서 당신의 목표는 자신과 목표 언어와 문화 사이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언어의 유창함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목표는 원어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문화와는 별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정도로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데 두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원어민처럼 되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쳐 잘돼야 조롱거리고 못되면 적대감을 얻을 뿐이다. 해당 언어를 사용할 때 문화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부분에서 모든 책임을 당신에게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외국어 학습자는 원어민의 화용론적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문화의 맥락과 일치하는 화용론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107)
......
그러므로 화용론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어민을 모방하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어 좀비로 불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108)

이 책에서 우리는 외국어 학습자들이 해당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일찍 확립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그저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외국어로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학생도 대화에 자신의 특성, 성격, 개성을 반영하지 못할 때는 좌절을 느낀다. 자신과 관련된 새로운 단어, 문장 구조, 화용론적인 장치를 익히면 새로운 언어를 말하기 한층 수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다. 모국어의 억양을 없애는 것은 이 과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실상은 그 반대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131)

..., 우리 대부분은 맥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언어적인 유창함을 어느 정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외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장소, 시간,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부호화 특수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분산 학습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2시간을 공부한다면 1시간을 공부한 다음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하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 공부하는 것이 좋다. 비록 분산 학습이 시간에 국한되지만, 다른 환경에서 공부해보는 것도 좋다.
......
그뿐만 아니라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있으면 부화 효과(Incubation Effects)가 나타난다. 부화 효과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역설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과 창의성이 발휘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심지어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이 부화 효과를 더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순행 간섭 해제를 잊지 말자.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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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딘 파라 지음, 이석호 옮김 / 인천문화재단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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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안 맞아서 패쓰. 굳이 2인칭 써서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아기나 가정부 같은 인물들마저 달고 사는 관념어와 내겐 역효과만 나는 광범위한 성적 멘트가 아주 거슬려. 역사 들여와 텍스쳐 짜는 `제3세계 리얼리즘` 인정하고 좋아하는데, 이런 노골적이면서도 왜곡된 설정은 또 비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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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딘 파라 지음, 이석호 옮김 / 인천문화재단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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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괴롭혀라. 그러면 그 아이에게서 어른을 만날 것이다.`
그녀는 이 말을 속담이라 여겨 여러 차례 반복하곤 했다.
`선물을 주어 어른을 즐겁게 해주어라. 그러면 그에게서 어린이가 다시 출현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너를 괴롭히기도 하고 기쁘게 하기도 했다. 그녀는 충분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네 안에 있는 어른이 걸어 나와 스스로를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했다. 그녀는 네게서는 아버지를, 자기 자신 속에서는 어린 아이를 보았다. 그녀는 다양한 영토를 보았고 색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과거라는 영사막 위로 수많은 사진들이 마치 진짜처럼, 어제의 일 마냥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네 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찾았고 또 네 속의 너에게, 오로지 너에게만 기꺼이 나누어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비밀을 숨겼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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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백서 - 형형색색 화려한 도심부터 아기자기한 골목까지 여행백서 시리즈
김선녀 지음 / 나무자전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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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경우, 환승객을 위한 무료시티투어 활용하기. 정식 여행이라면: 래플스 호텔, 국립갤러리와 아트뮤지엄 반드시 가보고, 페라나칸 뮤지엄, 나이트 사파리와 리버 사파리, 큰 시장 가보고, 티옹바루와 하지래인, 싱가폴식 조식 먹기. 그리고 인니 빈탄으로 들어가서 쉬었다 오기(탄중피낭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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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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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뇌`과 의사의 자서전&참회록. 원제 Do No Harm(국제개발에서도 자주 쓰이는 모토이다)이 바로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는 언어장애를 얻고 식물인간 되고)에 대한 사과와 회한의 의미. 작가가 솔직하게 썼고 뭉클한 부분도 있지만, 환자 가족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읽다가 오히려 화가 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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