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는 계속 자랄 것이다. 하지만 우정은 가꾸지 않으면 결국 시들어버린다. 나를 기쁘게 하는 존재와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니, 그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다. 더 나아가 시간을 소유함으로써 모든 일에 온 마음을 담고, 좀 더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하여 매 순간이 영원의 한 방울이 된다. 작은 공간에서 순간은 완전히 다른 가치를 지닌다. (28)
진정한 부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줄 아는 것이며, 덜 일하기 위해 적은 수입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세운 계획이 아니라 미학적, 지적, 정신적 계획에 따라 풍요로운 삶을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란한 과장과 허황된 생각 없이, `출세했다`고 뻐기며 번드르르한 직함이 박힌 명함을 거만하게 사방에 뿌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지혜롭고 절도 있게, 걱정 없이, 과도한 짐 없이, 자기만족 없이, 과시하지도 우쭐해하지도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것은 마치 완벽한 도교 신도의 삶과 같다. (78)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는 고독을 장려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도리어 고독을 불행한 것,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쳐야만 하는 병으로 왜곡한다. 하지만 고독이 없다면, 고독을 체험하기 위한 자기만의 장소가 없다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이르기는 불가능하다. (101) ...... 오늘날 내밀한 공간에서 침묵과 고독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어쩌면 고독은 깨끗한 공기나 고요함, 천연 식품처럼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103)
토머스 드퀸시...가 썼듯, 삶이라는 길에 고독이라는 돌을 깔지 않는다면 자기 지성의 진정한 능력을 결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104) ...... 내밀한 인간관계 또는 연인관계를 전혀 맺지 않고도 무척 행복한 삶을 누리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또는 삶의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 영화, 만화에 고독한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독립적이기 때무에 비탄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예술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유를 쟁취하고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이 되었다. 세상 뒤로 물러나 말없이 고독한 삶을 살며 자기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작자들은 고독을 필요로 한다. 자기 내면에서 작품의 주제를 구하기 때문이다. (108)
하지만 `깨우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유롭다. 과거에 그들의 삶을 정의했던 것들에 기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의 사람들과 사건들이 현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오늘은 또 다른 현실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래에 대해 열린 정신을 유지한다. 스스로를 미래에 열어 보이자.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자. 수정 구슬 안에 보이는 미래가 정말로 실현될지도 모른다. (164)
따라서 살고 싶은 장소를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집의 넓이보다 입지다. 졿은 환경은 삶의 에너지와 기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집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당신의 새로운 생활을 이룬다. 마당은 없지만 전망이 아른다운 아주 작은 집이든, 전망이 뛰어난 방 두 개짜리 아파트든,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의 질과 아름다움이다. 환경이 좋으면 집이 아무리 작더라도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라 격렬한 소비 욕구도 끊을 수 있다. 아름다운 장소에 살면 필요한 것이 아주 적어지기 때문이다. 집 근처를 잠시 산책하기만 해도 충분히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공원, 잘 꾸며진 길, 바닷가, 전망이 좋은 산까지 집 주변에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나 다름없다. (168)
대조적인 색들은 눈을 피곤하게 하는 반면, 비슷한 색들은 방을 통일되어 보이도록 한다. 모든 장식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면 공간이 극적으로 넓어 보인다. 물론 모든 것을 똑같은 색으로 맞출 수는 없겠지만, 색조를 맞추면 결과적으로 그러데이션이 이루어져 매우 부드럽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어느 영국 집의 인테리어가 떠오른다. 그 집 1층은 완전히 청록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안락의자, 소파, 식기류, 심지어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깔린 두터은 양탄자까지, 실내에는 깊은 평화와 우아함이 가득했다. (195)
공간을 좀 더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을 소개한다. 책을 책등이 뒤로 가게 끼워 두는 것이다. 새 종이와 노르스름해진 종이가 어울려 전체적으로 에쁜 베이지색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게다가 무신경한 손님들이 목을 비비 꼬고 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 알아내려 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빌려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199)
쓰보니와는 서양식 정원처럼 거닐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눈으로 보기위해 존재하는 정원이다. 산책도 좋지만 진짜 거닐어야 할 곳은 자신의 내면이다. 작은 정원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 제곱미터의 녹색 공간이면, 그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아주 멀리 떠나기에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물을 주고 정원을 돌보면서 명상을 할 때와 다름없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 수 있다. ...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원을 응시하는 일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욕구가 된다. 그것은 생명의 움직임 속에서 영원을 응시하는 것과 같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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