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2외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좌담회에 출석했는데 불어를 가르치는 K선생님이라든가 독일어를 가르치는 T선생님이라든가 각가의 분야에서 저명한 선생님들이 초급 어학을 가르치는 일에 쏟고 계시는 열정에 깜짝 놀랐다. "학자 중에는 초급 어학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뭐랄까 얕보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저는 초급 어학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열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나도 이 주장에는 찬성이다. 그리고 약간 냉정해졌을 때 `커피를 드시겠습니까, 홍차로 하시겠습니까?`라든가 `테이블 위에 책이 한 권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열성적으로 가르치시는 이런 분들의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쳐 지나갔던 것도 솔직하게 언급해두도록 하겠다. (104)
그의 말은 "I have a book"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어울리지 못했다. 그가 했던 말은 모두 진정으로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다. 그가 나의 대답에 진정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 나란 존재가 마침 그에게 생각나게 했던 외국인이라는, 그의 마음속의 뻔한 대상을 향해 말을 걸었을 뿐이다.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은 그 자신도 아니었다. 그가 암기했던 문장은 틀에 박힌 문구였으며 그 문장과 그 자신의 성격, 생각이나 느낌과의 사이에 뭔가의 관련이 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그저 두 개의 음성자료 사이에 행해진 회화였다. (149)
외국어를 한 가지만 배우라는 법은 없다. 몇 가지나 배워도 무방하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 이점을 살려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외국어를 습득하면 얻어지는 여러 플러스 요소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데 그것을 시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두 가지 언어보다 세 가지 언어, 세 가지 언어보다 네 가지 언어로 나아감에 따라 그 사람의 시야는 복안적...이 되며 사물의 서로 다른 점들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 체코어에는 그것을 나타내는 훌륭한 표현이 있다. ...--언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인간은 성장한다.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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