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퓨처클래식 2
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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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우리 가족은 모든 줄기와 꽃이 완벽하게 배열되어 있는 화환과도 같단다. 엄마는 내게, 마치 우리가 예의바르게 처신하는 것은 단지 의례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예술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런 말을 했었다. (28)

나는 더 열심히, 더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보였다! 아빠가 이야기한,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일부가 언제나 살고 있는 그 다른 세상이. 그 세상은 조용하고 푸르르고 지상인 동시에 천상인 곳이었다. 거기에는 폭발하는 로켓탄이나 폭탄도, 울고 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도, 슬픔도, 눈물도, 애도도 없었다. 제각기 꿈결처럼 화려한 얇고 가벼운 날개를 팔랑거리는 나비들만이 있었고 거기에, 코코넛나무 몸통줄기 옆에 옴 바오가 있었다. ... 그에게 그걸 알려주어야 할까? (45)

아니, 아직은 아니야. ... 나는 그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에게 이 비밀스러운 세상, 그가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형체가 바뀌어 숨겨져 있는 곳을 보여줄 셈이었다. 그때에 가서야 그는 보이지 않는 마법의 세상을 알아볼 것이고, 그때에 가서야 그는 이 꽃들 사이에서 자기가 한때 사랑했던 나비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45)

"멈추지 마시오! 계속 움직이시오! 조직이 동무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것이오! 조직이 동무들의 잃어버린 친척들을 찾아줄 것이오! 계속 움직이시오! 도시에서 빠져나가시오! 조직이 동무들을 보살필 것이오!" (65)

"그래, 바로 그거다. 나는 내가 할 수 있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앟았어. 도와달라고 소리를 칠 수도 있었고, 그 수위를 발로 차고 할퀴고 할 수도 있었지. 그 사람의 곤봉을 내 몸으로 막아낼 수도 있었고. 하지만 나는 그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대신에 한 남자가 내 이름 때문에 한 아이를 두들겨 팼지. 그래서 조만간 나는 그 모든 불의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할 테고. 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 (182)

아빠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도로 건너편에 버려진, 비에 흠뻑 젖은 오두막을 돌아다보았다. 그리고 놀라움과 함께한 존재가 어떻게 드문드문하게나마 다른 존재를 반영하는지 알아차렸다. ... 그 늙은 청소부는 삼바스의 한 변형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내가 고귀하고 훌륭한 모든 것에서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아빠는 어디에서나, 자신이 만난 가난에 찌든 모든 사람들에게서 옛 친구의 모습을 보았고, 그 하나하나에 아빠가 친구에게는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메아리들이란다, 라미." (210)

슬퍼하는 부모에게로 갔을 때 그는 망설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다음에 그가 예사롭지 않은 어떤 일, 스님에게는 금지된 일을 했다. 손을 내밀어 자신의 숭배자를 만진 것이었다. "당신의 슬픔은 스러질 것입니다." 그가 손을 비락 씨의 어깨에 얹고, 그에게 스님으로서가 아니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으로서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맏기 힘들겠지만, 나의 친구여." 그의 흔들림 없는 눈이 비락 씨의 눈물 젖은 눈과 마주쳤다. "꽃처럼 스러질 것입니다. 언제나 뒤에 가능성의 씨앗을 남기고 말이지요." (217)

어쨌건 그 조직은 성스러운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그녀는 숭배하라는 부름에 따라 필요한 공물을 바치고 희생을 치러야 했다. 조직은 지원자들을 필요로 한다고, 혁명군 병사들이 그녀에게 말했다. 도시에서 떠나온 사람들을 자기 집에 받아들이는 참된 농민들인 네악 모울라..., `기반 인민`을 필요로 한다고. 그녀는 자기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것이 자기와 폭에게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이들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는 조직의 방식이라고 믿고 자기네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교분을 위해 그녀 자신과 그녀의 집을 혁명에 바치겠다고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를 보자--오오, 버림받고 돌보아줄 이 없는 것을 보면서!--그녀는 자기가 어떤 위대한 힘에 의해 어머니로 부름 받았다는, 아니면 최소한 피난처라도 제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72)

내 마음이 직관적으로 아는 것들을 그에게 말로 분명하게 알려줄 수만 있었더라면. 기쁨과 슬픔은 종종 같은 길을 여행하고 때로는 행인지 불행인지 그 둘이 만나 서로 친구가 된다는 것을.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내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어쩌면 우리는 폭 토르 코안 토르...인지도 몰라요." 토르는 산스크리트어인 `다르마...`에서 온 말이었지만 내게는 그 말이 단순히 사랑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폭 토르 코안 토르는 피로 맺어지지 않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라는 뜻이었다.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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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캐리 후쿠나가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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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제인으로 보임. 귀티 나는 사색형 얼굴. 로체스터는 링컨으로 보임. 동네 미인이라던 잉그램은 밉상. 세인트존은 미스캐스팅. 원작의 파워는 부족, 지역성과 감정의 미묘함은 잘 살림. 마지막씬 참 좋은데 뭔가 심봉사 눈 뜨는 느낌도 있기는 함. 최고는 OST! 우아하고 섬세한 슬픔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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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한 사회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노택선 옮김, 신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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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임무는 빈곤한 상황을 가정한 진부하고 교묘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과업과 기회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긴급한 일을 회피하는 최상의 방법은 이미 다 된 일을 열심히 하는 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가 단순히 우둔하고 무지해서 우리 사회에 관해 진부하고 모호한 가정을 세우고 거기에 매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 그보다는 사회문제를 논하는 단계)에서 우리를 과거에 얽매이게 만들어놓고 때로는 이미 사라지고 있는 것들까지 되살리도록 만드는 적극적이고 전염성 강한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출을 시도하려면 먼저 우리가 이 세력의 포로가 돼 있다는 사실부터 자각해야 한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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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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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프리카-`동양`을 뒤로 하고 탄생한 섬나라 아웃캐스트 커플. 사회비판도 하지만 결국 행복은 고국에. 고아 노리는 사기결혼 강압결혼을 자존심과 승질로 뿌리치고 때 기다려 정상 궤도 오르는 현명한 여성. 로체스터는 다치더니 귀여워졌음. 세인트존의 화술과 조종술에 '동양'은 괴로웠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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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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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그는 소곤거렸다. "속죄가 될 거야. 속죄가 될 거야. 이 사람은 친구도 없이 썰렁한 가슴을 안고 아무런 삶의 즐거움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을 내가 발견하지 않았던가? 내가 지켜주고 사랑해주고 위로해 줄 것 아닌가. 내 가슴속에는 사랑이 있고 내 결심에는 지조가 있지 않은가. 하느님의 법정에서 속죄가 될 거야. 창조주께서 내가 하는 일을 허락해 주심을 나는 안다. 이 세상의 심판에 대해서는, 나는 세상과는 손을 끊는다. 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나는 움쩍도 하지 않으리라." (37)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나는 하느님이 내려주시고 인간에 의해 인정된 법을 지키리라. 지금과 같이 미치지 않고 바른 정신일 때 내가 받아들이는 원칙대로 살아나가리라. ......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전부터 품어온 의견,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결심뿐이다. 나는 거기에 꿋꿋이 발을 디뎌야 하는 것이다.` (160)

듥판 너머로 1마일쯤 되는 곳에 밀코트의 반대 방향으로 뻗은 길이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가본 적은 없지만 길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어디로 가는 길인지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나는 그쪽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이젠 지난 일은 생각해선 안 되었다. 뒤도 돌아보아서는 안 되었다. 앞을 내다보아서도 안 되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일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과거는 천상의 것처럼 즐겁고, 또 한없이 슬픈 페이지이며 그 한 줄만 읽어도 나의 용기는 좌절되고 냐 힘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미래는 무서운 공백이었다. 대홍수가 지나간 뒤의 세계와 같이. (167)

"나는 당신이 내가 전하를 일자리를 받아주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영구히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그 일을 해주시겠지요. 그건 내가 평온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영국의 시골 목사라고 하는 이 접고, 마음조차 좁게 만드는 직책을 영구히 붙들고 있을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왜냐하면 당신의 성질 가운데는, 종류는 다르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게 있을 수 없는 기질이 있으니까요." (233)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 안을 걸어 돌아다니다가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마땅한 게 있으신가요, 리버스 씨?" 내가 물었다.
"당신은 모턴에 오래 안 있을 거요, 아마 그럴 거요."
"아이참!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당신의 눈을 보고 알았지요. 당신의 눈은 평온한 인생을 계속해 나가는 것에 만족할 눈이 아닙니다." (235)

놀란 표정이 또다시 그의 얼굴을 스쳤다. 여자가 남자에게 감히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나는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개성이 강하고 주도적이고 세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겸양이라고 하는 세속적인 외벽을 뚫고 신뢰의 문턱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마음 속의 화롯가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272)

그는 나를 자기의 무릎에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경건하게 모자를 벗고 보이지 않는 눈을 땅 위로 향하고 묵도를 드리고 서 있었다. 나의 귀에는 그 기도의 끝 부분만이 들려왔다.
"심판을 하시는 가운데에도 자비를 잊지 않으신 것을 감사하옵나이다. 원하옵건대 구세주시여, 지금까지보다도 순결한 생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내려주시옵소서!" (419)

"메리, 나 오늘 아침에 로체스터 님과 결혼했어요."
우리 가정부와 그 남편은 둘 다 의젓하고 침착한 사람들이라서, 언제 무슨 놀라운 소식을 전해도 찢어지는 듯한 높은 목소리를 내서 귀청이 떨어지게 하거나, 놀라서 쏟아놓는 수다스러운 잔소리 때문에 귀가 멍멍해질 염려는 없었다. 메리는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두 마리의 병아리를 불에 구우며 버터를 바르고 있던 그녀의 국자는 삼 분쯤이나 공중에 맞어 있었다. 존이 갈고 있던 칼 역시 이 분쯤이나 멎어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닭고기 쪽으로 몸을 구부리면서 메리는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셨어요? 확실히!" (421)

나는 그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그를 인도하고,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데 싫증을 내지 않았다. 비록 슬프기는 했지만 나의 봉사에는 가장 충만하고 아기자기한 기쁨이 따랐다. 왜냐하면 그는 조금도 고통스러운 치욕감이나 기가 죽는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이런 봉사를 당당히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였기 때문에 내가 시중을 들어주는 것을 조금도 꺼려하지 않았고, 또 내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나의 시중을 받는 것을 나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425)

다음번에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종내 이 선량하고 충직한 종이 부름을 받아 하느님의 기쁨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소식을 전해 줄 것이다. 그런데 왜 슬퍼하라? 죽음의 공포가 세인트 존의 최후의 시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는 않으리라. 그의 정신은 구름이 걷히고, 그의 마음은 움쩍도 하지 않으며, 그의 소망은 확고해지고, 그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의 말이 그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주님께서는 이미 제게 말씀하셨습다. 그리고 매일같이 더욱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나 분명코 속히 가리라!` 그러면 나는 더욱 열심히 매시간 대답합니다. `아멘, 주 예수여, 임하옵소서!`라고."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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