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숙 연습한 그림도 한 곳에 모아서 Progress 체크하자. 

 

 

첫 번째 연습 (10/11 丙寅)

  • 아래 사진은 허겁지겁 인공호흡 해서 살려 놓은 것이고, 사실 오늘 배숙은 참패하였음. 
  • 원래 우리집은 설탕이 없었음. 매실액이나 엄마마마가 주신 파인애플액으로 요리를 함.
  • 한식조리사를 하려고 보니 설탕이 자주 들어감. 부모님집에 설탕이 큰 봉지로 있기에 협찬 얻어 옴.
  • 아무 설탕이나 넣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갑자기 이것이 흑설탕인 것에 주목하게 됨.
  • 설탕을 정량 넣었는데도 배가 전혀 뜨질 않았기 때문. 배 세 마리가 모두 공기 밑바닥에서 잠수 중.
  • 이왕 망한 것, 어디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떠오르는지 실험해 보자며 더 넣기 시작했는데 무려 3TS을 추가한 뒤에야 아래와 같이 부웅 떠올랐음.
  • 이 때부터 '혹시 흑설탕이 황/백설탕에 비해 당밀도가 한참 낮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 
  • 흑설탕을 직접 찍어 먹어 보았으나 내 혀로는 당도 측정이 될 리가 만무.
  • 또 다른 실수는, 손에 잡히는 대로 굵은 나무젓가락으로 배를 뚫고 통후추를 박은 것.
  • 배를 익히던 냄비가 끓기에 뚜껑을 열어 봤더니 통후추 세 마리가 냄비 안을 유영 중.
  • 뜨거운 배를 호호 불며 끄집어내 통후추를 다시 원상복귀시켜야만 했음.
  • 모두 배숙을 쉽게 생각한 나의 불찰.         

 

 

 

 

두 번째 연습 (10/12 丁卯)

  • 저녁을 거하게 먹고 들어온 날. 날이 쌀쌀하다는 핑계로 다시 배숙에 도전.
  • 정량대로 물과 설탕을 사용하였는데 역시나 배는 뜨지 않았음. 가운데 배가 떠보이는 것은 크기가 크기 때문. 문제 심각...!
  • 배 세 마리의 크기가 각각 다 다름. 게다가 배 모서리 다듬다가 칼의 내 팔목 방향 끝에 검지를 콱 베였음. 배에 핏물이 들 뻔!
  • 다 버리기 아까와서 작은 쪽 하나만 먹었는데도 통후추에 속이 얼얼함. 여전히 이 음식의 맛이 잘 이해가 안 됨. 궁금한 것은 이것 만이 아님. 옛날에는 전체 음식이 달지 않으니 이 정도면 아주 맛난 후식이었을까? 후추는 왜 넣어 먹었을까? 단 맛에 매운 맛이 겹쳐진 걸 맛있다고 느꼈을까? 후추는 이 땅 고유종은 아닐텐데 언제부터 들어와 쓰인 것임?  ☞ 검색해 보니: 후추 원산지는 인도 남부. 육조시대 또는 한나라 때 중국으로 전해짐. 이후 중국 남부에서도 후추 직접 재배. 우리에게 후추는 매우 값비싼 수입품이었음.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함. (네이버-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검색일 10/13) 

 

 

 

 

세 번째 연습 (10/13 戊辰)

  • 오늘도 저녁은 밖에서 먹고 들어왔다. 메뉴는 중국음식. 깐수새우를 바라보며 조금 전 이걸 만들었을 중식조리사의 손을 잠깐 떠올렸다.  
  • 먹고 들어왔기에 집에서 요리 연습을 할 짬이 생겼다. 다시 배숙 도전!
  • 어제 배조각이 너무 커서 보기 싫었던 것을 기억하고 오늘은 되도록 작고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계속 배를 깎아냈다. 원래 덩치 컸던 배인데 스몰사이즈로 전락.
  • 그리고 물의 양을 죽였다! 그랬더니 배가 넉넉하게 뜬다! 역시 설탕농도가 관건이었어! (이것이 논리적인 추론일까? 혹시 배가 가벼워져서 뜬 건 아닐까?)
  • 정량 3C에 연연말고, 결과물에서 배가 떠오르게 하는 데 집중하기로 하자.
  • 음식점 조리사들은 어떻게 매일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인지. 배숙 하나도 어제와 같지가 않다. 오늘은 배를 계속 오려내다 보니 배의 밑둥이 사각형에서 거의 삼각형으로 변해버렸다. 물에 뜬 건 좋은데 셋 다 뒤집어져 얼굴을 밑으로 숨긴다. 아래 사진은 가까스로 어르고 달래서 얼굴을 다시 위로 향하게 만든 것.  
  • 햇생강이 나오는 철인가보다. 퇴근길 동네 가게 여기저기에서 뽀얗고 통통한 생강들이 눈에 띈다. 그 동안 마르고 누런 애들만 보다가 깨끗하고 맑은 애들을 만나니 기분 좋다. 이맘 때 생강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배숙 말고.) 
  • 1. 생강청 2. 생강차. (사실 이 둘은 같은 것임.) 그리고??

 

 

 

네 번째 연습 (10/22 丁丑)

  • 간만의 배숙. 앗, 잣이 또 없네. 패쓰. 
  • 햇생강으로 베이스 만든 뒤, 아예 한 컵을 덜어내고 설탕을 넣었음.
  • 배가 동동 잘 떠서 좋긴 한데, 흑설탕물이 너무 진해서 배에 갈색물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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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생전 관심 없던 기술자격증에 도전하기로 먹어진 이 마음, 한 번 가면 오지 않으리.

17년 1월 출장 후 3월 이사 전에 실기 도전하여 한 번에 따자.  

 

국수장국 연습한 사진을 아래에 모아가기로 함.

 

 

두 번째 연습 (10/11, 丙寅)

  • 일식 용기에 담아 보았는데 나쁘지 않다.
  • 국수를 평소보다 조금 적게 담아 봄.
  • 쇠고기 없어서 멸치국물, 즉 칼국수용 국물 썼음.
  • 실고추는 아무 맛이 않나서 김치를 썰어 넣었더니 간이 딱 맞음.
  • 석이버섯도 손만 많이 가고 맛을 느낄 수 없어서 표고로 바꿈. 표고 양념은 간장 설탕 참기름인데 석이를 생각하다가 석이 양념인 소금 참기름을 해버림. 뒤늦게 깨닫고 간장 투하.
  • 국물에는 간장 딱 1TS만 넣었다. 내 입맛엔 딱인데 실전에선 소금 더 추가해야 함.   

 

 

 

세 번째 연습 (11/4, 庚寅)

  • 출근 전까지의 아침 시간은 늘 촉박한데도, 게다가 집에 먹을 밥이 있었는데도, 아침에 갑자기 국수를 한 젓갈 먹고 싶었다. 고기 먹고 시키는 김치말이국수나 일식집 코스 끝날 때 나오는 모밀국수 같이 작고 정갈한 국수를.
  • 그래서 갑자기 육수를 끓이고, 고명을 만들고, 면을 삶았다. 면과 고명을 세팅하고 육수를 부었다. 그 사이에 감을 잃은 게지.
  • 한 입 먹는 순간에야 깨달았다, 나의 실수를. 육수가 다 식어 있었다! 맛이 하나도 없다!
  • 더불어 면도 맛이 없다(기분탓?). 우리밀 면인데 일반 면보다 감기는 맛이 덜하다.
  • 그리고나니 떠오르는 질문. 육수에 바로 면을 끓이면 안 되는지? 칼국수는 그렇게 하잖아? → 다음에 실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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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강명구 옮김 / 나무연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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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제학자는 시장의 힘을, 정치학자는 비...시장의 힘을 선택한다. 경제학자는 특정 기업의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고객들이 다른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이탈‘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반면에 정치학자는 조직이 무너져갈 때 구성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문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으로서의 이탈과 항의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36)

이와 같은 관측들을 종합해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잉여생산 능력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잉여를 좋아하지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두려워한다. 진보는 포기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에 빠져들 때면 자신을 규제하는 단순하고 엄격한 행동의 제약을 바라는 것이다. 낙원 신화의 밑바닥에 이처럼 행동을 제약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각박하게 제약하는 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그 조건에 다시 속박되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순한 상상력이 그들이 그리도 바라던 속박의 조건들을 정확히 그 반대쪽인 에덴동산으로 변형시켜버렸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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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박공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2
너대니얼 호손 지음, 정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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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불균형 부조화. 첨부터 끝까지 장황하면서도 정교한 언어가 굽이쳐 흐르며 배경(특히 이 집) 인물 분위기 착착 세워 나가는 데는 할 말이 없을 정도. 생활스릴러로서도 훌륭한 편. 그러나 초자연에 필요 이상 기대며 내용은 구닥다리 권선징악(유전되는 선과 악, 신세대 결혼 통한 화해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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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박공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2
너대니얼 호손 지음, 정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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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고리를 돌리자 문은 그의 뜻에 따라 스르르 열리더니, 갑작스럽게 바람이 불어와 문을 활짝 열고는 크게 한숨 쉬듯이 가장 바깥쪽 현관부터 시작해 새집의 통로와 방을 구석구석 쓸며 지나갔다. 바람은 귀부인들의 실크 드레스를 펄럭이고 신사들의 가발의 긴 곱슬머리를 일렁이게 하고는 침실의 창문 걸개와 커튼을 흔드는 등 어디에서나 특이한 살랑거림을 일으키면서도 오히려 숨죽인 침묵처럼 느껴졌다. 무엇인지, 혹은 무엇 때문이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경이감과 얼마간 무시무시한 예감의 그림자가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갑자기 드리웠다. (24)

그녀의 얼굴이 못생긴 것은 아니다. 근시 때문에 미간을 좁혀 오만상을 찌푸림으로써 그나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존재는 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있어 엄청난 삶의 시련이라고 해 봐야 육십 년 동안 하는 일 없이 지내다가 조그맣게 가게를 하나 차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인류의 영웅적인 운명들을 모두 잘 들여다보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고귀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로 천하고 시시한 것들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삶이란 대리석과 진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넘어서는 포괄적인 공감에 대한 깊은 믿음이 없다면, 운명의 냉혹한 얼굴에 서리는 누그러지지 않는 찌푸린 인상과 모욕적인 비웃음만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다. 시적 통찰력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이것저것이 뒤죽박죽 섞인 이러한 영역에서 지저분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과 위엄을 선별해 내는 재능인 것이다. (58)

어린 피비는 온전히 집안 내력으로 실제적인 정돈 재능을 가진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 혜택 받은 사람들이 주변의 온갖 물건들이 가진 숨은 가능성을 끌어내고, 특히 아무리 잠깐이라도 어쩌다 자신이 집으로 삼게 된 장소라면 어디든 안락하고 살 만한 곳의 분위기를 선사하는 재능은 일종의 타고난 마법에 가까웠다. 원시림을 뚫고 지나간 여행자들이 관목덤불로 아무렇게나 만든 거친 오두막도 그러한 여성이 하룻밤만 묵으면 가정적인 면을 얻게 될 것이고, 그녀의 조용한 모습이 주변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난 뒤에도 오랫도안 그 면모를 지닐 것이다. 지금 피비가 있는 황량하고 우울하고 음침한 방을, 말하자면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가정적 마법이 필요했다. 그 방은 거미와 생쥐, 시궁쥐, 그리고 유령 외에는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아 황량함이 방안을 온통 뒤덮어 행복했던 인간의 시간을 흔적조차 깡그리 지워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99)

인간의 목소리란 얼마나 놀라운 악기인가! 인간 영혼의 감정에 얼마나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마치 말들이 자체로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마음속에 담겨졌던 것처럼 그 순간 헵지바의 말투에는 어떤 풍부한 깊이와 촉촉함이 있었다. 부엌에 있는 램프에 불을 붙이며 피비는 아주머니가 다시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잠깐만요, 아주머니!" 소녀가 대답했다. "이 성냥불이 깜박이고 있으니까 곧 완전히 꺼질 거예요."
그러나 그녀는 햅지바에게서 어떤 대답을 듣는 대신 모르는 목소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130)
......
"아주머니, 이 방에 우리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니죠?" 왠지 모르게 내키지 않음에도 그녀가 겨우 물었다. (131)

그녀는 침실로 왔지만 바로 잠이 들지 않았고 아주 푹 잘 수도 없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한밤중에, 말하자면 비몽사몽처럼, 힘차거나 단호하지는 않지만 육중한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오는 것을 의식했다. 내내 숨을 죽인 채 헵지바의 목소리도 발걸음과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피비는 다시 햅지바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사람 말의 어렴풋한 그림자와 비슷한 기이하고 희미한 중얼거림을 들었다. (132)

그 순간 ...... 그를 제지한 것은 동정심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처음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그의 눈에서 붉은 불길이 타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바로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을 때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사남고 냉혹한 무언가가, 말하자면 그라는 인간 전체에서 시켜멓게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핀천 판사를 알려면 바로 그 순간의 그를 보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이 드러난 후에는 아무리 뜨거운 미소를 짓는다 해도 목격자의 기억에서 쇠로 낙인찍힌 인상을 녹여 없애기란 포도를 검붉게 익히고 호박을 노랗게 익히는 일보다 어려울 것이었다. 그것이 문노나 증오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어떤 격렬하고 지독한 목적의식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그의 면모를 오히려 더 무시무시하게 만들었다. (175)

그렇다면 피비는 클리피드를 어떻게 보았을까? 그녀는 인간의 특성에서 기이하고 예외적인 것에 특히 끌리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을 많이 다녀 닮고 닮은 평범한 삶의 길이었다. 그녀가 가장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길모퉁이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클리퍼드를 둘러싼 불가사의함은,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면, 많은 여성들이 느꼈을 수도 있을 어떤 날카로운 매력이라기보다는 곤혹스러움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그녀의 상냥함이 강하게 발동했는데, ......그의 마음과 경험 속의 병적인 부분은 무엇이든 그냥 모른 척했는데,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했지만 말하자면 하늘이 방향을 정해줬으므로 그들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193)

그러나 일곱 박공의 뾰족지붕 위에서 햇빛이 사라지자 클리퍼드의 눈에서도 생기가 사라졌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잃어버린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게 그것을 원하는 듯이 슬픔에 차서 멍하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 행복을 원해!" 마침내 그가 단어를 뭉뚱그리며 쉰 목소리로 불분명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다고! 행복을 원하는데!" (213)

핀천 가문은 앨리스의 장례를 장대하게 치러 주었다. 온갖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였을 뿐 아니라 그 마을의 고관대작들도 모두 왔다. 하지만 장례 행렬의 마지막에 매슈 몰이 있어, 자신의 심장을 물어뜯어 두 동강이라도 낼 듯이 이를 갈고 있었다. 이제껏 망자를 따라 걸어간 사람 중에서 아마 가장 암울하고 슬픔 가득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앨리스의 오만한 콧대를 꺾으려 했을 뿐이지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한 여성의 섬세한 영혼을 무지막지하게 그러쥐어 장난을 쳤고, 그래서 그녀는 죽은 것이다! (283)

그러나 친절하고 순리를 원하는 성격에 알맞게도 자신이 사회와 대립하면서 ... 피비가 느끼는 공포감을 예술가는 알지 못했다. 또한 그녀와 달리 그는 서둘러 평범한 삶의 테두리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그는 상궤를 벗어난 격렬한 기쁨을 만끽했다. 말하자면 황량한 허허벌판에서 바람을 맞고 자라는 기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과도 같은 순간적인 행복감을 지금 상황에서 맛보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과 피비를 세상으로부터 떼어 내, 판천 판사의 불가사의한 죽음을 오직 그들만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그와 관련해 그들이 함께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의견으로 두 사람을 함께 단단히 묶어 주었다. 비밀이란 그것이 비밀로 유지되는 동안은 어떤 주문의 원환으로 그들을 감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완전한 고립의 상태에 놓는다. 비밀이 누설되고 나면 바닷물이 둘 사이로 밀려 들어와 그 둘은 멀리 떨어진 해변에 따로 서게 될 것이었다. 그 때까지는 ... 서로의 몸을 딱 붙인 채 손을 꼭 잡고 그림자로 어둑한 통로를 지나가는 두 명의 아이들과 같았다. (414)

그동안 내내 물의 우물은 홀로 남겨졌음에도 만화경 같은 그림을 계속해서 뽀글뽀글 뿜어 올렸는데, 선견지명을 지닌 눈이라면 그 속에서 헵지바와 클리퍼드, 그리고 이야기 속 마법사의 후손과 그가 마법으로 사랑의 거미줄을 친 시골 처녀의 운명이 예견되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9월의 돌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잎을 달고 있는 핀천 느릅나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예언을 속삭였다. 그리고 ...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했는데, 그것이 자신과 피를 나눈 인간들의 과거의 비통함과 지금의 행복함을 포함한 이 모든 일들을 지켜봐 온 사랑스러운 앨리스 핀천이 일곱 박공의 집에서 이제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작별 삼아 기쁨에 찬 영혼으로 그녀의 하프시코드를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것이라 상상했다.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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