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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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짜 바닥부터 시작해 한평생 현장에서 잘 여문 삶, 귀하다! 그간의 고생 헛되지 않게 유명세 조심하시며 한국 중식계의 다음 세대 길러내는 큰 사부로 도약하시길. 순전히 혼자 쓰진 않았겠지만, 허세 없이 진솔하고 장 간 연결도 매끄럽다. 특히 요리사의 어질고도 강단 있는 마음가짐 깊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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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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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찮은 음식이라는 건 없다. 입안에 들어가는 건 모두 다 귀하다.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면, 먹고 만드는 사람 간의 관계도 더 좋아져야 한다. 서로를 더욱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13)

다른 요리사들이 따라 하는 것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다.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잠도 못 자고 고민하는 그런 마음이 있으면 뭐든 잘하게 된다. 함께 요리하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4)

다른 이유가 아니다. 지금 어려운 사람들, 뭔가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잘 되는 이야기만 하니까,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나도 같이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나는 사람이 마음을 쓴다는 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잘나갈 때 서로 친하게 구는 게 아니라, 내개 부족한 것을 털어놓으면서 같이 고민하는 게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게 진짜 의지고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36)

내가 요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식재료다.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좋은 재료는 절대 맛을 배신하지 않는다.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가 가게의 매출과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밑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받고 일한다고 한들, 정성스러운 음식을 마음에서 우러나서 만들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주저 없이 가게를 나오기로 결심했다. (74)

오사카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들도 입맛이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니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해선 승산이 없다. 사람들 입맛이 각양각색이니 한국 사람한테는 한국 스타일로, 일본 사람한테는 일본 스타일로, 대만 사람한테는 대만 스타일로 만든 음식을 내놓자고 생각했다. (79)

워낙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라이라이에서 내가 만들었던 음식들은 한식, 일식, 중식이 섞여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바로 중식이 갖고 있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나 중국 음식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달해 먹는 만큼 중식은 어떤 환경에서든 변형이 쉬운 음식인 것이다. 한식이나 이탈리아 음식만 해도 확고한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중식은 상대적으로 응용이 빠르다. ... 그러니 중식 요리사들은 자기가 노력만 하면 어디에 가서든, 어떤 음식이든 해낼 수 있다. (82)

만두소의 핵심은 육즙인데, 그게 고기만 많이 쓴다고 맛있는 만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채소를 잘 써야 한다. 잘 다져진 채소에서 나오는 즙이 고기의 즙과 어울려야 풍성하고 촉촉한 맛이 나는 것이다. 그중에서 배추를 잘 써야 한다. 지금은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청양고추도 살짝 넣어보고 하지만, 원래 목란 만두의 기본은 배추와 고기의 배합이 얼마나 잘되느냐에 달려 있었다. (98)

꼭 뭐든 손으로 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어디에 손이 가야 하는지, 어디가 포인트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목란 짜사이의 비법은 양념이 아니라 탈수에 있다. ...
모든 음식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음식은 반드시 어느 대목에서 맛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건 알아야 한다. 작은 디저트 하나라도 그렇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내 입에는 맛있는데 사람들은 별로라는, 그런 음식은 없다. 그게 요리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123)

나는 지금도 큰 가게보다는 작은 가게를 하면서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더 맛있는 메뉴들을 개발해보고 싶다.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조그마한 가게를 두세 개 더 해보고 싶다. 스무 명 남짓 들어올 수 있는 곳에서 도란도란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가게를 만들고 싶다. 그런 가게라고 쉬울 리가 없다. 언제나 열성을 다해야 한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149)

손님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랐다. 일본에서는 음식을 주문할 때 무조건 많이 달라고 하지 않았다. ... "빨리빨리 좀 줘요", "여기 양 많아요?" 같은 말에 익숙하다가 음식이 남으면 안 되니 적게 달라는 사람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그런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더 신경이 쓰였다. 예전에는 손님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요리사를 대접해주는 손님들 앞에 서니 그 대접에 맞게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문화가 더 낫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의 외식문화도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오가는 장사여도 서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 태도에 따라 음식이나 서비스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61)

아무래도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더 눈에 밟히는데, 주방에서 일할 때 가장 강조하는 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면만 뽑는 사람, 칼질만 하는 사람, 그렇게 역할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음식을 한다는 것은 재료 손질에서 손님들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전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언제나 여러 역할을 해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목란의 주방에는 별다른 위계나 직급이 없다. 누가 하나 빠지더라도 다른 사람이 바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일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171)

그런데 다른 실수는 이해할 수 있어도, 손님에게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불만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음식의 간에 대한 것이다. 그게 내 원칙이다. 철마다 재료가 달라지기도 하고, 날씨에 따라 맛이 조금씩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일단 간은 잘 맞춰야 한다. 누가 먹어봐도 `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음식이 나가야 한다. 그게 목란에서 누가 요리를 하든, 손님이 100명이 오든 10명이 오든 변하지 않아야 하는 원칙이다. (172)

가게라고 다 바쁘겠는가. 손님이 없어서 오히려 끙끙 앓는 집도 있다. 그런 곳에 또 오래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지내기 편하니까 그런 것일 텐데, 그러다 보면 오히려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 수가 없다. 일은 힘들게 배워야 한다. 힘들고 정신없이 배워야 하고, 경험치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순발력도 생기고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중에 주방장이 되면, 그 모든 일을 자신이 통제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 `나는 모르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237)

현재 우리나라 요리전문학교들을 보면 요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일본이나 중국만 해도 요리학교를 나오면 웬만한 기본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중화요리 레시피를 아는 것과 요리사로서의 기술을 갖추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어찌 보면 요리의 기초를 익히는 것은 무림에서 실력을 쌓는 것과 한 가지다. ... 사소한 것부터 미치도록 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실력을 쌓는 것이다. 기술 하나를 제대로 익히고, 재료 하나를 끝까지 이해하고, 이론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요리사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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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메뉴 중 호박이 주인공인 요리는 호박선 밖에 없는 듯.

호박선 연습 기록은 여기에.

 

 

첫 번째 연습 (11/8 甲午)

  • 제주도에서 컴백.
  • 업무 끝나고 동문시장에 들러 생선은 택배로 부치고(모델급으로 잘생긴 갈치는 1마리가 8만원! 흠마~. 차마 8만원짜리는 못 사고 내 경제력에 맞춰 수수한 녀석으로 결정했다. 꾸덕한 옥돔은 한바구니 8마리 구입--5만원.), 모자반 / 톳 / 건표고는 가방에 넣어 왔다.   
  • 밀린 일은 많은데 피곤하고 하기도 싫다 → 요리로 도피 → 호박이 있으니 호박선 당첨 → 당근과 석이 없어 수퍼 가야 하는데? → 나갈 기운 없음 → 그냥 없이 가기로.
  • 제주산 표고버섯을 물에 불렸다 꺼내 드는데 그 압도적인 향기에 순간 놀랐다. 이렇게 rich한 향! 제주도는 표고버섯도 좋은 걸까?? 한 봉지만 사온 것이 후회막심. 
  • 좋은 재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호박선은 실전 기준으로 보면 완벽한 실패였다. 표고와 고기에 양념을 한 뒤 '본능적으로' 그들을 팬에 볶아버린 것.   
  • 기억하라: 호박선은 끓이고, 오이선은 볶는다!  
  • 주어진 간단한 메뉴도 제대로 못 만들지만 상상은 자유롭게 해본다: 한식조리사 메뉴의 폭을 한 100선이나 150선으로 늘리되, 그 중 콩쿨로 치면 '지정곡'(공통 과제)과 '자유곡'을 구별하여, '자유곡' 메뉴는 수험자 개인이 사랑하는 음식들로 스스로 채우게 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 곱창전골, 가자미식혜, 양념게장, 오징어순대 등 자신만의 별미요리를 선택해 배울 수 있다면 조리사 준비 과정이 지금보다도 더더더 재미있을 것임.   

 

 

 

 

 

 

두 번째 연습 (11/9 乙未)

  • 퇴근길에 당근 사와서 다시 도전.
  • 오이 끓인다고 시작부터 물을 올려 놓고, 뎁혀진 물로 표고를 불리고, 물이 팔팔 끓자 아예 끝내 놓자며 간장과 소금을 뿌려 두었다. 
  • 돌아서서 당근을 썰고 나니, 아뿔싸, 당근 데칠 물이 없다. 별수없이 간장물을 다시 끓여 당근을 데쳤는데, 실전에서 이러면 안 됩니다.  
  • 어제는 호박이 자꾸만 짧게 잘려서 두 조각 만드는데 호박 한 개를 다 써버렸음. 오늘은 좀 길게 잘라 보았더니 내 눈으로 보기에도 참 길다. 자로 재어보니 6센티. 좀더 잘라내어 봐도 5센티에 가깝다. 한식을 하다 보니 1센티가 뭐야, 심지어 0.2-0.3센티 차이도 한식에선 크다. 
  • 오늘 큰 뉴스가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하다. 이런 때일수록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이자,
  • 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일을 마치고 타이머를 멈췄더니 믿을 수 없는 숫자가 찍혀 있다. 호박선의 제한 시간은 35분인데 내 기록은 무려 74분. 실은 나도 충격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충격을 받아 손이 느려진 게야.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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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미학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이가림 옮김 / 영언문화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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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루프넬에 의지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짓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현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은 각기 단독적인 충실이고 확실한 명증이다. 우리는 하나하나 자신의 완전한 개별성을 가지고 현재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단지 현재에 의해서만 그리고 현재 안에서만, 실재의 감각을 갖는다. 그리고 이 같은 현재에 대한 감정과 삶에 대한 감정 사이에는 절대적 동일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삶 그 자체의 견지에서 보면, 현재에 의해서 과거를 이해해야 하고, 과거에 의해서 현재를 설명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속의 감각 또한 그에 따라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 (31)

아마도 베르그송은 진화의 서사시를 씀으로써 우연을 무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면밀한 역사가였던 루프넬은 행동 하나하나가 그것이 아무리 단순한 것일지라도, 삶의 생성의 연속을 필연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사람이 각기 삶의 역사를 상세하게 바라볼 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증언부언, 시대착오, 초벌손질, 좌절, 되풀이로 가득 찬 역사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우연들 속에서 베르그송은 단지 생의 약동의 거기서부터 분할되고, 계통수...가 거기서부터 여러 개의 가지로 나눠지는 진화적 활동만을 다루었을 뿐이다. 이와 같이 그는 프레스코화...를 그리기 위해서라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세부를 소묘하지 않았다. 아니 대상을 소묘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하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라는 그의 저서가 보여 주듯이, 인상주의적 경향의 그림을 그리고 말았던 것이다. 거기에 보이는 유명한 직관은 사물의 초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신의 이미지이다. (37)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검은 직선으로 베르그송적 시간을 아주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 하나의 무, 즉 허구의 공허로서의 순간을 상징화하기 위해 하얀 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루프넬에 있어서 시간의 참된 현실은 순간이고, 지속은 어떠한 절대적 현실성을 갖지 않는 구성물에 지나지 않는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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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많이, 아니 다양하게 만들었다. 질은 어쨌든간에, 일단 종류는 많이.

생애 최초 튀김에 이어 52메뉴 중 최고 난이도 중 하나로 악명 높은 그 메뉴, 두부전골에 도전했다!

 

그 긴~ 제작 과정은 딱히 쓸 것은 없고, 다만 한 가지, 완자 완성이 쉽지가 않다는 것만 기록하자.

칼이 안 들어서 고기를 다져도 잘 끊어지지 않고 몇 개의 큰 조각이 될 뿐이었다.

게다가 두부의 수분도 잘 제거가 안 되었고.

어찌어찌해서 완자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팬에 지지는 건 정말 안 되더라.

팬에 넣고 얼마 안 되어 홈런볼이 되었다. 

 

완자 만들고 지지는 과정만큼은 확실히 연습이 필요하다.

 

공 들인 만큼 맛은 좋아서 만족한다. 맑고 깊은 채소육수 맛이 속을 편하게 해준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고도 건강하질 못했다는 조선 왕실 분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하긴 다병의 원인은 여러가지였겠지? 

세종도 문종도 종기로 돌아가셨다고 나와 있던데,

종기가 정확히 무엇이며 얼마나 심하면 피부병이 직접사인이 되는지 짐작이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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