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탄생 - 요리계의 하버드, CIA에서 보낸 2년
마이클 룰먼 지음, 정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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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는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해야 한다. 하다못해 식기의 위치까지.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본질을 살려 요리하는 방법이지." 델 그로소는 연극조로 말을 이었다. "‘여어, 소고기, 넌 정체가 뭐냐?‘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맞게 요리해라. 아주 색다른 요리법이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모든 요리를 다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냐. 나도 그렇게는 안 하니까. 달걀 요리를 할 때마다 ‘달걀은 뭐지?‘ 라고 묻는다고 생각해봐. 안 그래? 하지만 때로는 질문을 던지는 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34)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음식을 내가면 절대 안 된다." 셰프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바쁘다는 건 핑계가 안 돼. 그 어떤 상황에서든 요리를 내놓을 수 있어야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어. 나는 너무 바쁘고 요리는 어쨌거나 나가야 하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알아채지도 못할 거야.‘ 이런 마음을 품는다면 딱 제 수준에 맞는 레스토랑에서 남은 인생 썩고 말 거야. 그저 그런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그저 그런 셰프로 늙어가겠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라. 지금 당장! 제대로 해야 해. 찬찬히 자기만의 속도로 해야 한다." (85)

스킬 수업 11일차였던 그날의 소스는 소스 로베르를 넘어서는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마치 비밀의 방 열쇠를 찾아내리라도 한 듯, 멋진 경험이었다. 분명 칙칙한 맛이 나던 소스가 불과 3, 40초 후 정교하고 섬세하며 풍부한 맛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게 정말이라면... 하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쁨도 컸지만 동시에 몹시 부끄러웠다. 다시는 그 어떤 음식도 우습게 볼 수 없으리라. 소스 로베르...가 어떻게 쓰이는지, 또 프랑스 소스의 여왕인 데미글라스의 뛰어남과 역할을 모르고서 뭘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100)

"어떤 면에서는 보호책이라고도 볼 수 있어." 셰프는 재킷을 빨래 바구니 안에 던져 넣었다. "평범한 삶을 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막아주는 보호책 말이야. 이 일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했던 모든 일에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데, 옷을 갈아입던 셰프가 내쪽으로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 번도 추수감사적을 지내본 일이 없어. 올해도 말이야. 그뿐인 줄 알아? 어버이날을 우리 어머니와 보낸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워. 한 해 중 가장 바쁜 날이니까. 이 일을 하느라 잃은 게 많았지. 그리고 난 그게 싫었어." (115)

파두스와 비키는 침대에 앉아 접시를 바라보다 요리를 분리해 관찰하고 세심히 살폈다. 그리고 말로 분석해 읊어본 뒤 다시 합쳤다. "아름다운 요리였어. 나는 중얼거렸지. ‘그래, 여기 들어가는 것들을 나는 모두 다 만들 줄 알아. 다만 이런 식으로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122)

하지만 스킬 수업에는 파스타 물에 간을 하는 방법이나 양 다리 브레이징을 배우는 것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있었다. 기술이나 비율, 지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사람의 기질 안에 천천히 스며들어, 그 사람이 손을 대는 모든 것 안팎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기도 했다. 나로선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이름이 있기나 한지, 그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단편적인 내용만 들먹일 수 있을 뿐이었다. (151)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것을 비유할 말은 얼마든지 더 있다. 아마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 효과를 느꼈을 것이다. 물론 스킬 수업은 어떤 셰프가 가르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담당 셰프의 성품에 따라 필연적으로 그 주방의 기풍이 달라지지만, 스킬 주방에서 잘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형언할 수 없는 힘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일단 받아들이면, 수업이 시작하는 2시에 그것들을 활성화시켰다가 주방을 떠나면서 도로 넣어두는 일 따위는 할 수가 없었다. 그 힘은 우리 마음속에 영구적인 체계를 뿌리내렸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힘이 하나가 되어 윤리,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도덕률, 즉 가치 체계였다. (152)

"나한테 말대꾸를 해라. 내게 도전하라는 말이야. ‘셰프, 에스코피에는 그걸 이런 방식으로 하라고 하는데, 셰프는 다른 방식으로 하라고 하네요, 왜죠?‘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해." (169)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품질은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 생각할수록 말이 되더라고....... 시간이 가기만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고,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고, 더 빨라질 수 있을 것 같지?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지금 잘해." (184)

르블랑과 설탕당근이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은 결코 내가 여리거나 섬세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CIA의 본질과, 그것이 나를 비롯한 이곳 학생들의 내면에 일으킨 큰 변화 때문이었다. 많은 현대 교육 기관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지식과 기술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까지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들이 가르치는 가치 체계는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가치 체계였다. 나로 하여금 고작 설탕당근 튀김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이 가치 체계였다. (204)

하지만 애인스워드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어떤 경우든 스스로 해결할 숙제를 남기는 게 그의 철칙이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들은 이제 곧 현장 실습을 나가게 돼. 그러면 스스로 질문의 정답을 찾아내게 되겠지." (223)

펠더가 우리에게 들려준 마지막 메시지가 생각났다. 대지를 돌보고, 혹시라도 제초제로 상수도가 오염되지 않았는지를 살피며, 우리를 먹여 살리는 농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신경 쓰고, 바다에 엉뚱한 것을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정신 차리고 살피라는 그녀의 말은 간절한 부탁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옳다. 대지가 완전히 망가진다면, 우리 잎에 들어가는 음식도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251)

실제 리스토랑 요리사와 홀 직원들은 걸핏하면 싸우는 부부 사이처럼 상대방의 개성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기도 하고, 또 기꺼이 이해해주기도 하며 아옹다옹 지낸다. 그렇기에 CIA에서 훈련받은 미래의 요리사들이 직접 테이블 시중을 들고 그 어려움을 겪어보는 것은 일종의 혜택이었다. 직접 해본 덕에 무엇보다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혹시라도 나중에 소테 스테이션에서 애써 빠르게 만들어낸 요리를 웨이터가 신속하게 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그런 요리사가 될 수 있었다. (302)

미슐렝 직원들에 레스토랑을 평가하기 위해 찾아오자 미헬 셰프는 그들을 내쫓았다.
"미헬 셰프가 신경 썼던 건 신선도였어. 요리의 완성도와 계절 변화에도 주의를 지울였지. 그는 내게 근처에서 나는 계절별 식재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어. 까다로운 상황 속에서 빠르게 열심히 일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지. 그 코딱지만 한 레스토랑에서, 엄청 바쁜 와중에도 말이야."
CIA에서 만난 최고의 셰프들은 모두 그 같은 ‘내 인생의 셰프‘ 한 명씩을 기억하고 있었다. (336)

"그다음은 개념적 기술이야. 이건 마치 칼 다루는 기술과 같아서,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하고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비전과 창의성 같은 것이 개념적 기술에 속하지. 업계에 진출하면 자신의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 앞날을 이끌어나갈 셰프로서 확고한 철학 그리고 뚜렷한 신념과 이상을 품어야 해. 자신이 목표 지점을 제대로 바라보고, 또 거느린 직원이야 운영하는 사업체, 그 외 모든 것이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내다볼 수 있으려면, 본인 인생에 대한 비전은 필수인 거야. 거기에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348)

"미래의 셰프가 정말 다른 점은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훌륭한 음식을 만들 줄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지.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목적으로 조사 연구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만 해. 뜻이 명확하고 완전한 문장을 쓸 줄도 알아야 해. 문법까지도 정확하게!" 셰프의 목소리에 잠시 벽이 진동하다 멈췄다. "제발 부탁 좀 하자. 응? 이젠 우리도 지적인 전문가들처럼 글을 쓸 때가 되었단 마링야. 최소한 한 가지 언어는 유창하게, 정확하고,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해. 두 가지 언어를 쓸 수있다면 그야말로 좋겠지. 세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러면 못할 게 없을걸?" (351)

라이언은 내가 루이 관심이 많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면서, 지난해에는 스킬 교과과정에서 전통 기본 소스를 전혀 가르치지 않는 방향으로 현대화를 추구하는 게 맞을지에 대해 쭉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업계 내 인물 40인에게 조사를 했다. "정말 놀랐지요. 만장일치였어요. 교과과정을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기본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바닥 사람들이 유행의 첨단을 걷지는 않아요." (363)

"열정을 가르칠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물론이지.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면 돼. 입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걸세. 분명 가르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변변치 않은 생 허브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구 흥분하기 시작하는 선생이라면, 분명 열정을 지닌 사람이지. 자신보다 성숙하고 경험 많은 사람이 그처럼 몰두하는 것을 즐기고, 본인이 만든 요리에서 뭔가 다른 요소를 찾아내 기뻐하는 모습을 목격한 학생은 당연히 그 열정을 학습하게 될 걸세." (376)

" ... 음식을 즐길 사람이 누구든지, 나는 언제나 말한다네. ‘이렇게 음식을 장만하게 되어 행복하다. 분명 맛있을 거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면 내오지도 않았을걸.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 기준에 맞춰 만든 정말 맛있는 음식이야. 부디 맛있게 먹어주길.‘ 이렇게 매번 가치 선언을 한다고나 할까."
작별 인사를 한 뒤에 깨달았다. 그 말이 결국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요소라는 사실을 말이다. 숨겨진 비밀 같은 것은 없었다. 바깥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가치, 자신의 기준, 그게 전부였다. (378)

그 말이 맞았다. 나도 터전이 말한 바로 그것을 대충이나마 느꼈다. 무엇인가를 띄엄띄엄 깨닫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일어난다." 체계가 생기고, 정보와 경험의 파편들이 결합해 견고해지고 자리를 잡는다. 전체 속도 시스템이 점차 아귀가 맞아 들어가다 갑자기 딱 맞물리게 된다. 그것은 주방 안이든, 밖이든,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직접 겪어봐야 한다. 그냥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터전은 이를 가리켜 여섯 번째 감각이라고 말했다. 무엇인가 ‘철컥‘ 하는 순간, 주방에서 일어나고 있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406)

" ... 하지만 그날 일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나머지를 준비할 수 있었지. 나는 2년 반 동안 비벤 밑에서 일했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 내게는 호된 가르침이 필요했던 거야. 그가 일하던 방식은 지금도 생생해.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늘 스테인리스 스틸을 닦고 있었지. 언제나, 늘 뭐든지 다 문질러 닦았어.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조차도 저쪽에 앉아 테이블을 닦으면서 하는 거야. 좀 광적인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지." (415)

어디를 가게 되든지 그 도시에서 상위 10개, 혹은 사우이 20개의 레스토랑을 찾아서, 그중 하나에서 일하도록 해. 돈을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 ...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계속해서 옳은 결정을 내리고, 옳은 사람 밑에서, 그리고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도록 해라. 꾸준히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졸업하자마자 평균적인 호텔에 들어가 서른두 살에 수 셰프를 꿰찬 친구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훨씬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될 거야. 처음에는 배울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두 번째는 나 역시 실천했던 것이기도 한데, 몸담았던 곳을 떠날 때는 절대 그보다 못한 곳으로 가지는 마라. 반드시 더 나은 곳으로 가라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돈은 들어오게 마련이고, 옳은 결정을 내리기만 했다면 그 돈은 생각보다 정말 많을 거야.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핵심이야."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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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탄생 - 요리계의 하버드, CIA에서 보낸 2년
마이클 룰먼 지음, 정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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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으면 덮으려 했는데 엄청 재미있다! 스릴 있는 요리수업도 좋고, 제빵과 접객이 또 다른 예술임을 이해하게 된 것도 좋다. 좋은 요리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가치 체계 세우고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효율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 이 인간으로부터 좋은 요리가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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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보다 중요한 100가지 요리 비결
쿠아야마 케이토 그림, 김혜선 옮김, 도요미츠 미오코 감수 / 숨쉬는책공장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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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보다 중요하다기보다 개별 래시피로 들어가기 전의 기본기들. 엄마한테 그래야 한다고 들어는 왔고 봐는 왔지만 전공자 아니니 왜 그런지 ‘과학적‘ 이유는 몰랐음. 이 책이 그 이유 말해줘서 좋았지만 그 부분만 글씨가 너무 작아서 불편. 글자 좀 키우고 중요사항 강조처리 해주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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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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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생이면 많은 나이도 아닌데 이렇게 지혜롭고 심지 곧다니, 감탄감탄! 삶의 중심에 생활을 놓고 매일 충실하게 살기. 남편과 아이도 이 노선과 철학을 공유한다니 더욱 부럽고. 딱 세 개만 도입해보자: 1) 빨래판 사놓고 비누로 빨기 2) 아날로그 안전 네트워크 수립 3) 마트 끊고 동네가게 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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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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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무리하는 게 아니에요.
전 이런 것들이 더 좋아요.
다만 그 뿐이에요. (10)

오골계는 젊을 때는 대체로 이틀에 한 번 정도 알알 낳아요. 나이가 들면 사흘에 한 번, 나흘에 한 번으로 점점 간격이 넓어지죠. 우리 집은 현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계란을 사지 않아도 신선한 계란을 먹을 수 있어요. 엄청난 호사를 누리는 거죠. (80)

당연한 말이지만, 인생은 생활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떤 사람이든 매일 생활을 하지요. 어차피 해야할 생활이라면 즐겁게 해야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이고요.
옛날에는 인생의 한복판에 ‘생활‘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회사일의 비중이 커죠 ‘생활은 되도록 생략하고 간단히‘라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일을 해서 번 돈으로 편리한 도구를 사서 되도록이며 편하게 생활하려고 합니다. (119)

저는 현재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가지고 있었는데 정작 지진 때는 전화 연결이 전혀 되지 않더군요. ...
지진 때 느낀 것은 ‘역시 믿을 건 아날로그적인 수단‘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전화만 믿고 재해 시 가족 간의 연락방법도 전혀 논의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말 난감했었죠. 편리한 것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그 때 다시 실감했어요.
제대로 된 안전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아날로그적인 수단을 만들어 두어야 해요. 지금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만날 장소와 몇 가지 연락 수단을 정해 두었어요. (145)

저는 아이에게 공부보다는 자기 주변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어요. 채소 키우는 법, 세탁과 청소하는 법, 장아찌 담그는 법 같은 농업과 생활 기술을 가르치고 싶어요. 공부나 영어 회화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니까요. (184)

투자에도 별로 흥미가 없어요. 저는 투자 지식도 없거니와 돈을 불리기 위해 시간을 들이거나 신경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생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일종의 투자에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도요.
싫어하는 일이나 좋아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들여 돈을 벌기보다는 지금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더 큰 투자라고 생각해요. (188)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것은 갖지 않는 것, 그뿐이에요.
그리고 제가 돈을 쓸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돈의 목적지‘예요.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입된 값싼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에게는 아주 조금의 돈을 주고 운송비, 유통비 등 다른 곳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가잖아요. 하지만 근처 직매장에서 사면 지역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이 더 돌아가지요. 어차피 사는 거라면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내고 사고 싶어요.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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