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
존 파브로 감독, 존 파브로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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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 한국어 제목 '아메리칸 셰프'도 잘 지었다. 라틴 문화와 미남부 지역음식, 확실히 미국적이니. 제일 매력은 시원시원한 세 셰프들. 주인공이 중심 딱 잡고 무급수셰프 마틴과 아들 겸 어씨 퍼시가 끼 부린다. 아빠&삼촌에게서 음식이 주는 기쁨 전염된 아들은 행복한 어른으로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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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안개 정원 퓨처클래식 5
탄 트완 엥 지음, 공경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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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의 일꾼들이 내 지시에 따라 유기리를 관리해왔다. 비전문가들의 손에 정원이 관리된 셈이다. 그들은 자라게 둬야 하는 가지들을 잘라냈다. 어렴풋이 가려져야 좋을 풍경을 탁 트이게 손봤다. 정원의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오솔길을 넓혔다. 덤불 사이로 드는 바람조차 엉뚱한 소리가 난다. 덤불을 너무 촘촘히 웃자라게 방치한 결과다. (49)

* 말레이 공산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항일전 참전 후 세력이 커졌고, 불법화되면서 정글로 들어가 정부와 게릴라전을 벌였다. 공산당의 주요 세력은 화교였다. (59)

"46년이군. 46년!"
그는 의자에 똑바로 앉으면서 웨이터를 찾느라 두리번댔다. 메그너스가 말했다.
"샴페인을 마실 만한 일이구나!"
"영국인들을 용서하셨어요?"
그는 비스듬히 앉았다. 매그너스는 한동안 침묵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전쟁 중에 그들은 날 죽이지 못했어. 또 내가 수용소에 잡혀 있을 때도 그들은 날 죽이지 못했지. 하지만 46년간 증오심을 부여안고 살았다면...... 그게 나를 죽였을게다." (80)

"어떻게 그게 두 분을 살게 했습니까?"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가상 세계로 도망쳤어요. 어떤 사람들은 꿈꾸는 집을 짓거나 요트를 만드는 상상을 했어요. 상상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이 많을수록 우리를 에워싼 공포감에서 더 멀리 벗어날 수 있었지요. ‘셀‘ 정유사의 네돌란드 기술자 부인은 수집한 우표들을 다시 보고 싶어 했어요. 그 바람이 그녀에게 계속 살아갈 의지를 주었죠. 어떤 남자는 고문을 당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을 모두 반복해서 암송했어요. 희곡이 집필된 순서대로 외웠죠."
...
"윤 홍이 방문했던 교토의 정원을 떠올리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한 덕분에 우린 온전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언니는 내게 말했죠. ‘우린 이 방법으로 목숨을 부지할 거야. 이게 우리가 수용소에서 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야.‘" (90)

아리토모는 연못 바닥에 떨어뜨린 돌멩이라도 찾는 듯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한때 언니와 교토의 정원들을 거닌 소녀...... 그 소녀는 아직 거기 있소?"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때도 작고 건조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아이에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내 눈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리토모는 질문에 스스로 답했다.
"그 아이는 거기 있소. 내면 깊은 곳에, 그 아이는 아직 거기 있소." (144)

"아가씨한테는 너무 무겁습니다요."
아리토모가 한쪽에 서서 나를 지켜보았다.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증오심이 솟구쳤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자 속으로 중얼댔다.
‘지금은 달라. 이제는 일본군 포로가 아니야. 난 자유로워. 자유의 몸이야. 또 난 살아 있어." (158)

나는 창틀에 기대서서 산맥을 바라본다. 샤케이. 아리토모는 모든 작업에 차경의 원리를 적용시키지 않고 못 배겼다. 그가 인생에도 그 기법을 적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아리토모가 그랬다면, 인생에서 현실과 반사에 불과한 것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시점이 왔을까? 또 결국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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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을 모셨지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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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원피스를 쳐다보며 이백 코루나를 건네자, 그녀는 받지 않고 둘려주며 그건 어제 내가 잊어버리고 놓고 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멋진 양귀비 꽃다발을 사놓을 테니 저녁에 라이스키에 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햇빛에 라즈베리 그레나딘 주스가 말라버려 머리카락이 뻣뻣해지는 게 보였다. ...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사소해 보였다. 내게 충격적이었던 건 그녀가 나와 이야기를 했고 나를 겁내지 않으며, 나에 대해서 우리 레스토랑 식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그녀가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32)

날씨가 습하고 차거나 비가 오면 그는 항상 내장탕 한 냄비와 빵을 구해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노파들에게 직접 들고 갔다. ... 그는 냄비 안에--그렇게 내 눈에 보였다--자신의 심장을 담아 모든 노파들에게 각각 전해주러 가는 거였다. 내장탕 속에 인간의 심장, 자신의 심장을 잘게 잘라 파프리카와 양파를 넣고 버무렸다. ... 그는 자신의 착한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비록 우리 호텔에 외상이 있었지만 그는 노파들을 위해서 수프를 샀다. 그건 그들의 몸을 덥히기 위한 게 아니었다.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 톤다 요들이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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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3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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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것도, 긴장되는 것도, 조건은 다들 똑같아. 그래도 보는 녀석은 안 피하고 똑바로 본단 말이지. 진심으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신인은 똑바로 응시하지. 그런 녀석은 반드시 성장해.

데뷔하고 10년은 재능만 갖고 먹고살 수 있지. 그후에는 인간력, 즉 인간으로서의 힘이야.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새로운 그림도 시간이 지나면 낡게 돼. 필요한 건 ‘이야기‘를 만드는 힘, 상상력이지.
정말 귀중한 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신인이야.

회사에서 ‘저 작가의 책은 팔리지 않았다‘라는 딱지가 붙어버리면 다음 작품을 낼 수가 없어.
즉 신인에 한에서는 무조건 중쇄를 찍기 쉽도록 설계해라.
작가의 가능성에 상처를 입히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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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숲 속에서 Best 그래픽 노블 시리즈 1
에밀리 캐롤 글.그림, 김선희 옮김 / 책빛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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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아주 좋아서 분위기는 조성되는데 클라이막스에 닿질 않는다. 온몸이 오싹해지는 한 순간이 없다는 말. 스토리가 너무 단편이고 또 약해서인 듯. 대체 왜 이런 일 일어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전혀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무섭기보다는 뜬금 없다. 북유럽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캐나다 산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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