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을 모셨지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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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의 원피스를 쳐다보며 이백 코루나를 건네자, 그녀는 받지 않고 둘려주며 그건 어제 내가 잊어버리고 놓고 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멋진 양귀비 꽃다발을 사놓을 테니 저녁에 라이스키에 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햇빛에 라즈베리 그레나딘 주스가 말라버려 머리카락이 뻣뻣해지는 게 보였다. ...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사소해 보였다. 내게 충격적이었던 건 그녀가 나와 이야기를 했고 나를 겁내지 않으며, 나에 대해서 우리 레스토랑 식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그녀가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32)

날씨가 습하고 차거나 비가 오면 그는 항상 내장탕 한 냄비와 빵을 구해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노파들에게 직접 들고 갔다. ... 그는 냄비 안에--그렇게 내 눈에 보였다--자신의 심장을 담아 모든 노파들에게 각각 전해주러 가는 거였다. 내장탕 속에 인간의 심장, 자신의 심장을 잘게 잘라 파프리카와 양파를 넣고 버무렸다. ... 그는 자신의 착한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비록 우리 호텔에 외상이 있었지만 그는 노파들을 위해서 수프를 샀다. 그건 그들의 몸을 덥히기 위한 게 아니었다.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 톤다 요들이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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