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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필만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옮긴이의 말처럼 이제 유태인 관련 문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독일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행위 때문이기도 하고,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가 대중적인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폴란드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브 스필만은 가장 운 좋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하는 그 와중에 살아남았음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최고조의 고통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애”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게 된 것이 그 두 번째 이유가 된다.
글쓴이는 전쟁 상황을 차분하고, 침착하게 기술해나가고 있다. 나 같으면 독일인에 대한 증오심과 혐오감, 그리고 가족을 잃은 외로움, 슬픔 등의 감정에 휩싸여서 이런 “이성적인” 그리고 “객관적인”작품을 써낼 수 없었을 것이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그와 독일인 장교 단 둘이 있는 그 공간에서, 죽은 도시에서 연주되는 쇼팽의 야상곡은 눈물을 자아낸다. 지나치게 슬프면서, 행복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눈물과 함께 북받쳐 오른다. 그것은 이 피아니스트가 겪었던 고통이 쓸모없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고통스럽기만 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은 “전쟁”이 주는 고통을 말해준다. 전쟁을 일으키는 쪽이나 공격당하는 쪽이나 모두에게 남는 이득은 없다. 전쟁의 이점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교훈을 잘 잊어버린다.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고통일 뿐이다. 모든 것을 원점 그 이하 즉, 마이너스로 되돌려버리는 전쟁은 그나마 이성적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개념이 아닐까?
그 어떤 동물도 다투기는 할지언정, 전쟁을 목적으로 무기를 만들어서 싸우지는 않는다. 이책에서 스필만을 구해준 빌름 호젠필트는 그런 자신의 나라, 동족 그리고 거기에 포함되는 자신까지 부끄럽게 여긴다. 이렇게 뒤돌아 볼 줄 알고 반성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