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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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보다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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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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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하는데, 대출대에서 책을 건네주던 아저씨께서 “공부하다가 죽으면 안 돼요!”라고 농담을 하셨다. 난 피식 웃었는데, 아저씨께서 책 표지를 다시 보시더니 “아~ 수행하다가는 괜찮아요.”라고 하셨다. 나 역시 사전 정보 없이 책 제목만 접했을 때는 이 책이 ‘학문’에 관한 것인지 알았다. ‘공부’라는 단어만으로 ‘학문’을 떠올리다니, 직업병인가보다.

  공부하는 것에 회의가 들던 요즘이었다. 머리도 식힐 겸 소설책을 잔뜩 읽고, 내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목적으로 이 책을 빌렸는데, 수행에 관한 책이었다니,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래도 도서관까지 다녀온 시간이 아까워서 책을 펴들었는데,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만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다가 사진 뒷면의 낯선 외국인 수행자들의 사진과 이력을 봤는데, 경력이 참 화려하다. 다들 열심히 공부했지만,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어 출가를 했다고 한다. 그들과 나 사이에 뭔가 통하는 것이 있겠다 싶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무려 11명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에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 진리만 체득한다면,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쉽게 깨달을 수도 있다. 집착하지 말 것. 모든 것이 무상함을 깨달을 것. 이러한 삶의 진리를 평생 공부하라는 것이 바로 제목의 원 뜻 일게다. 정말 가슴에 확 와 닿았던 내용이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상처를 받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중심적이라 타인이 모두 나의 바람대로 움직여주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중심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가장 힘든,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 실제로 나는 남의 말에 잘 좌지우지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칭찬이라도 해주면, 좋아서 히히거리고, 비난을 받으면 바로 의기소침해져버렸다. 문제는 이런 감정의 기복이 나를 굉장히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 사람 방금 나를 칭찬해놓고, 왜 갑자기 나를 비난하는 거지? 나를 아프게 하니까, 나도 저 사람을 미워해야겠다.’라는 생각 같은 것들. 물론 즐거움과 미움과 같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들까지 깡그리 없애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로봇이 아닌 이상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처받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마음의 수양’을 끊임없이 할 필요는 있다.

  요즘 사람들은 다들 자신을 생활에 너무 바빠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것을 도와준다. 생소할 수도 있는 ‘인생의 무상함’만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를 바라보게끔 만든다. 그래서 훌륭하다. 곁에 두고 찬찬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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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배성아 글.사진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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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현실을 벗어나는 것에 있다. 각박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로부터의 탈피. 그래서 여행은 항상 사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여행이 ‘노가다’가 아님에도 여행을 참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귀한 시간을 쪼개서, 비싼 돈을 들여서 왔는데 조금이라도 많이 보고 가야지’라는 생각은 여전히 우리가 진정한 여유가 없는 바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또한 조금 더 많이 눈에 담아오기 위해 열심히 사진 찍고 구경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은 좀 다르다. 그녀에게는 여유가 있다. 원래 계획되어 있지 않은 곳으로 훌쩍 떠나서는 예상치도 못했던, 우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소중한 경험은 일상생활 속 늘 우리 곁에 있어 소중함을 느끼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장소와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은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글쓴이는 파리의 세탁방에서, 두브로브니크의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는 헤어진 연인들 혹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 즉 연인들만을 위한 책일 꺼 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내 추측은 빗나갔다. 말 그대로 곳곳에 있는, 허나 우리가 소홀히 했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10년 지기 친구, 부모님.. 항상 고마우면서도 농담으로 조차 ‘사랑한다’고 전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내가 당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늘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풋풋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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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황혼 - 마지막 황제 부의의 스승 존스턴이 기록한 제국의 최후
레지널드 존스턴 지음, 김성배 옮김 / 돌베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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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지막 황제’가 있어서인지, 우리에게 중국의 마지막 황제 부의는 비교적 친숙한 존재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화려한 자금성의 모습과 뛰어놀던 어린 부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또한 영화 속의 공허함까지도.

  ‘근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유지해오던 기존의 체제를 전복시켰고, 이 개혁으로 인해 부의 역시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당시의 백성들은 여전히 황제를 원하고 있었다. 이는 백성들이 결코 무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묘사되고 있는 부의의 덕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만일 군주제가 여전히 유지되었다면 부의는 선조에 버금가는 훌륭한 황제가 될 수 있었음을 백성들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스턴의 부의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독자들은 저자가 부의를 존경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부의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서양인임에도 유가 사상에 정통했고, 이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그가 명나라 황족의 후예인 연은후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즉, 이 책은 부의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존스턴에 대해 알 수 있는, 존스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부의의 스승이었던 만큼 그와 각별한 사이였으며, 그의 성장을 직접 지켜봐왔기 때문에, 부의의 품성과 당시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알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원세개, 서태후 등의 권력 싸움과 저자가 밝히고 있는 당시 사건들의 구체적인 원인은 중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훌륭한 참고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사료부족으로 생긴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탁월한 효과를 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 황제’로서 자금성에 남게 된 부의를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가 사전정보로써 제공한 서태후에 관한 이야기는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태후를 능력과 수완이 대단한 최고의 여제로 평가하는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왔는데, 존스턴의 서태후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찬사로 치달아있는 현재의 평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이 밖에 존스턴은 자신만이 간직해오던 뜻밖의 사실들도 (시쳇말로) 많이 터뜨려놓았다. ‘등형린’이라는 이름으로 일간지에 실린 시들은 모두 부의의 작품이었다는 것. 이러한 비밀들의 폭로는 독자 및 학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 책은 부담스러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쉽게 잘 읽히며, 정말 재.밌.다. 독자들은 저자를 통해 백성의 마음으로 황제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고,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역사의 ‘진실’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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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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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화가 10년 동안 쓴 대작 『형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야기꾼” 위화가 이 책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자세한 심리묘사와 사건묘사이다. 그 중에서도 서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욕망”이다. 문혁시기의 욕망은 이광두의 엉덩이 훔쳐보기로 대표된다. “훔쳐보기”는 문혁이라는 억압된 시대가 만들어낸 욕망이다. 소년 이광두는 단순한 호기심에 여자의 엉덩이를 훔쳐보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류진 사람들의 숨겨져 있던 욕망과 맞아 떨어져서 그는 임홍 엉덩이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대가로 삼선탕면을 배불리 먹는다. 이광두는 후에 갑부가 되었고, 유명인사가 되었음에도 욕망은 끝이 없어서 매스컴의 주목도 받을 수 있고, 성욕까지 해소할 수 있는 처녀미인대회를 개최한다. 미인대회는 류진 사람들의 욕망과도 부합한다. 류진 마을은 “처녀미인진”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당당히 드러내놓고 미녀들을 구경한다. 이는 이성을 ‘몰래 보던’ 문혁과는 완전히 상이한 모습이다. 도청 현장은 이 대회를 통해 현의 GDP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찬성한다.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관없이 단지 GDP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특별한 가치 판단 없이 행하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욕망은 폭력성과도 일련의 관련성을 가진다. 문혁 시기의 폭력성은 홍위병들의 잔인한 행동으로 대표된다. 사람들의 감정 표현을 끊임없이 억압하던 시대에 홍위병의 폭력은 배출구와 같다. 개혁개방시기의 사람들은 마음대로 욕망을 드러내고,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억압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것, 이 공허함이 바로 억압이다. 그들은 이미 돈, 명예, 지위의 억압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억압을 해소하기 위한 그들의 폭력성은 홍위병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폭력이 그것이다. 주유는 송강에게 아무 죄책감 없이 몸을 상하게 하는 엽기적인 수술까지 감행하게 한다.

  위화는 이 책에서 세상이 격변해도 변함없는 형제의 우애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제를 통해 극단적 욕망이 가져온 공허함과 폭력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송강의 죽음, 즉, 마음의 안식처를 잃은 이광두와 임홍이 어떻게 변했는가? 정신적 공황상태는 사람들이 가짜 행복을 느끼게 하여 정작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게 한다. 동철장의 아내는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가 된 듯한 느낌을 얻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자아에 대한 가치를 찾으라.”고 설교하지만 그녀의 성공은 명분상의 거짓 행복과 같은 것이다. 

  송강은 류진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상황은 이미 너무 늦었었다. 이것이 위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후기에서 오늘날은 ‘윤리가 전복되고 경박한 욕정을 추구하는 만물군상의 시대’라고 말한다. 임홍이 이광두의 권력과 명예에 매혹되었듯이, 현재의 우리들도 피상적인 즐거움과 허황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위화는 억압으로 가득한 문혁의 시대도, 욕망으로 가득한 현재도 긍정하고 있지 않다. 그는 현재의 우리들이 송강의 죽음과 같은 어떤 계기로 너무 늦게 뒤를 돌아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중국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희극적인 사건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라.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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