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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하는데, 대출대에서 책을 건네주던 아저씨께서 “공부하다가 죽으면 안 돼요!”라고 농담을 하셨다. 난 피식 웃었는데, 아저씨께서 책 표지를 다시 보시더니 “아~ 수행하다가는 괜찮아요.”라고 하셨다. 나 역시 사전 정보 없이 책 제목만 접했을 때는 이 책이 ‘학문’에 관한 것인지 알았다. ‘공부’라는 단어만으로 ‘학문’을 떠올리다니, 직업병인가보다.
공부하는 것에 회의가 들던 요즘이었다. 머리도 식힐 겸 소설책을 잔뜩 읽고, 내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목적으로 이 책을 빌렸는데, 수행에 관한 책이었다니,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래도 도서관까지 다녀온 시간이 아까워서 책을 펴들었는데,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만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다가 사진 뒷면의 낯선 외국인 수행자들의 사진과 이력을 봤는데, 경력이 참 화려하다. 다들 열심히 공부했지만,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어 출가를 했다고 한다. 그들과 나 사이에 뭔가 통하는 것이 있겠다 싶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무려 11명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에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 진리만 체득한다면,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쉽게 깨달을 수도 있다. 집착하지 말 것. 모든 것이 무상함을 깨달을 것. 이러한 삶의 진리를 평생 공부하라는 것이 바로 제목의 원 뜻 일게다. 정말 가슴에 확 와 닿았던 내용이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상처를 받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중심적이라 타인이 모두 나의 바람대로 움직여주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중심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가장 힘든,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 실제로 나는 남의 말에 잘 좌지우지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칭찬이라도 해주면, 좋아서 히히거리고, 비난을 받으면 바로 의기소침해져버렸다. 문제는 이런 감정의 기복이 나를 굉장히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 사람 방금 나를 칭찬해놓고, 왜 갑자기 나를 비난하는 거지? 나를 아프게 하니까, 나도 저 사람을 미워해야겠다.’라는 생각 같은 것들. 물론 즐거움과 미움과 같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들까지 깡그리 없애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로봇이 아닌 이상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처받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마음의 수양’을 끊임없이 할 필요는 있다.
요즘 사람들은 다들 자신을 생활에 너무 바빠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것을 도와준다. 생소할 수도 있는 ‘인생의 무상함’만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를 바라보게끔 만든다. 그래서 훌륭하다. 곁에 두고 찬찬히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