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언더커버 보스
정이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상한 설정 그래도 달달했던 연애


<책 소개>

2년간 끈질긴 친부의 설득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강욱.

분명 블라인드를 치고 잔 것 같은데 따가운 볕이 얼굴을 강타하자 눈을 뜬 그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보고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내가 원나잇을 했을 리가 없지.”

어떻게 들어온 건지도 모르는 이상한 여자와 사원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선임과 후임으로 재회하게 된다.

-요즘도 모르는 남자 침대에 몰래 기어들어 오십니까?

시건방진 신입 사원의 메시지에 철의 여인 김수현은 상큼한 웃음으로 대응하는데!

-까불지 말아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혹시나 내 옆에 있는 잘난 신입 사원이 사실은 사장일지도 모른다!


<주요 키워드>

현대물, 사내연애, 사포남, 낮능글밤저돌남, 연애기피녀, 상처녀


<주인공>

이강욱: 태용건설 총괄사업부 신입사원(태용건설 사장), 사포 같이 까칠한 성미, 포기를 모름

김수현: 태용건설 총괄사업부 팀장, 책임감이 강해 일에서는 철두철미한 성미, 귀소본능 매우 뛰어남


<소감>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뉴욕에 있던 강욱이 한국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눈을 간질이는 햇빛에 잠에서 깨는데. 침대에 다른 살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익숙한 듯 편히 자던 그녀, 수현은 목이 말라 잠에서 깨고, 눈앞에 놓인 낯선 실루엣의 강욱을 보고 기함한다. 헌데 이 우연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세 차례에 걸쳐 두 사람을 엉키게 만든다.

건설기업의 후계자라는 다소 진부하고 식상한 남주의 설정이 이제는 너무 빤해서 그러려니 하고 읽게 되었다. 여주 설정도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기만 해서 솔직히 신선한 맛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이노 作, 『사랑, 하고 있어』라는 작품이 자꾸만 생각나는 글이었다(사내연애, 남주가 기업의 후계자라는 설정, 여주의 똑부러지지만 남주한테 만큼은 야들해지는 성격이라는 점이 비슷해서 그랬던 모양). 그런데 흡입력 있는 흐름에 끝까지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강욱의 스킨십에 수현이 긴장할 때마다 나도 긴장해야 했다. 강욱이 원래는 한 번 사랑을 나누고 나면 여자에게서 흥미가 사라지는 모양인데 수현은 그렇지 않다고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만났구나 싶어 흐뭇했다. 말도 안 하고 자꾸만 곁에 있어 달라 조르는 강욱이 ‘아이’ 같았는데 진짜 연애를 하자고 말할 때만큼은 철이 든 것 같았다. 아이에서 남자가 된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 확신이 필요해서 말로 표현 안 하고 심통 부린 것 같아서 좀 귀여웠다. 그리고 수현과 사랑을 나누는 순간의 강욱은 정말 에너자이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저돌적이었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재규어? 집요하고 포기를 모르는 면모가 닮은 것 같다. 외모, 키 그리고 잠자리에 임하는 자세까지 반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근데 이런 남자 볼 때는 좋은데 왜 내 남자라고 생각하면 별로일까. 보면서 멋있다 생각은 들었지만 내 남자라면 부담스러울 듯. 그래도 사랑스러운 남자임에는 틀림없다.

생각보다 가볍고 외소한 분량에 엇, 금방 볼 수 있겠다 했는데 정말 금방 봤다. 그만큼 쓱쓱 잘 읽힌 책이라는 말씀! 본문 편집 스타일도 가독성 좋게 배열해서 눈에 피로 없이 봤던 것 같다. 로맨스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낯간지럽지도 않았고 오글거리는 부분도 없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장면 이 대사>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연애.”

수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슬며시 웃는 그의 모습에 얼굴을 붉힌다.

“진짜 연애, 그걸 하자고.”


<베스트>

가독성 GOOD! 막힘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힌다.

사내에서 메신저로 대화하는 두 사람 모습에 공감 UP! 추억이 방울방울(나도 메신저로 꽁냥꽁냥하던 때가 있었지, 하면서).

정신 쏙 빠지는 입맞춤이 잔뜩 나온다, 잔뜩…(그러고 보니 난 언제 해 봤더라……쿵)!


<워스트>

같은 표현의 반복이 식상해!

(찌푸렸다, 일그러뜨렸다 등 반복되는 표현이 거슬렸고, 덕분에 내 미간도 심히 구겨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하기에는 화끈거릴 정도의 러브신이 적지 않았나.

(좀 더 화끈할 줄 알았던 기대치에는 못 미친 듯, 중편이라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름)




*봄출판사(봄미디어)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


십자가는 다른 두 직선이 단 한 번 마주친다.

우리는, 언젠가, 분명히, 마주친 적이 있다.


이야기는 어느 중학생 남녀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만남과 함께,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경영하는 나카하라 미치마사가 경찰의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혼한 전 부인 사요코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11년 전, 여덟 살이었던 딸 마나미를 잃었다. 그때 마나미는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살을 살해한 범인은 강도살인죄로 수감된 전과가 있고, 당시는 가석방 중인 몸이었다. 재판에서 범인은 사형을 받았지만, 함께 사는 것이 괴로워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결국 이혼했다. 나카하라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5년 전부터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해왔고, 사요코는 최근까지 도벽증 환자들에 대해 취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요코가 살해된 것이다. 범인은 자수했지만, 두 번이나 유족이 된 사요코의 부모는 범인의 사형을 원한다. 범인은 68세 노인으로, 사요코의 가족들은 물론 나카하라도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다. 범행 동기는 돈을 갈취하기 위한 우발적 살인이라 했고, 범인의 사위에게 사죄의 편지가 도착한다.


이 소설은 범인에게 어떤 형벌을 내려야 마땅한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표면에 불과할 뿐 본질은 속죄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일본 아마존 리뷰를 보면 사형 제도에 관한 분분한 의견들을 볼 수 있다. 반드시 사형 제도가 존속되어 누군가에게 가장 큰 형벌로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과 잘못된 판결의 선례들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것을 감안, 사형으로써 벌하는 것은 무의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형이라는 것은 찬반으로 나뉘어 양립할 순 있지만 우열로 가릴 순 없는 길고 긴 논쟁의 화두인 것이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제도 등의 모든 꼬리표를 떼고 원론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만약 살인 사건의 유족이 된다면 우리는 범인에게 어떤 형벌이 내려지기를 바라야 할까. 소설의 구절처럼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로 묶어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 이입되고 그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숨 쉴 수 없을 만큼의 긴박한 전개와 주인공의 심정을 파헤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추고 내용을 곱씹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읽는다는 표현보다 체험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이 소설은 앞부분의 수많은 복선이 후반부에 핵폭탄처럼 터지며 휘몰아치며 대답할 수 없는 의문을 계속 던진다. 단언컨대, 그러면서도 사형 제도와 속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딸의 죽음과 전 부인의 죽음. 그리고 숨겨진 제3의 죽음. 이 세 사건과 뒤얽힌 과거,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관한 수수께끼가 서서히 밝혀진다. 이 과정에서 치밀하게 직조된 이야기가 놀라온 결말을 선사할 것이다.


책장을 덮을 때, 당신은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형벌의 무게와 의미>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과연 사람이 사람을 죽인 일에 대한 형벌은 어떤 의미일지, 얼마 만큼의 무게일지 번뇌하게 만든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심판 받는다. 과연 그 심판은 얼마나 완전한 것일까. 그 법을 만든 존재가 바로 불완전한 사람인데.


딸을 잃은 남자와 여자. 딸을 죽인 사람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처우라고 희생자의 유족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 범죄자가 죽는다고 죽은 딸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살아 숨쉬는 꼴은 못 보겠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희생된 생명을 보상 받아야 되는가. 공허한 십자가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번 글도 결코 쉽지 않았다.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그들의 고통을 전부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생각하게 됐다. 나한테도 있지 말라는 법 없는 그 일에 대하여.


법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존재해야만 된다. 그렇다면 사람을 죽인 인간들은 모두 죽어야 하는 걸까. 반성하지 않은 채 죽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려둘 수 있을까. 저자는 해답을 주지 않았다. 나 역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할 수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소개>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오키상 수상작 <용의자 X의 헌신>이 속한 '갈릴레오 시리즈'의 제4탄.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이시가미와의 대결 후 다시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유가와 마나부(일명 '갈릴레오 교수')가 친구인 구사나기 형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살인 사건에 개입하여 범인과 첨예한 두뇌 싸움을 펼친다.


IT 회사 사장 마시바 요시다카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인은 맹독성 독극물인 아비산에 의한 중독사. 사건을 맡은 메구로 경찰서의 형사 구사나기는 숨진 요시다카와 내연의 관계인 와카야마 히로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구사나기의 후배 형사인 우쓰미 가오루는 사체 발견 당일 친정인 삿포로에 가 있던 요시다카의 아내 아야네를 의심하게 되는데.


수사 개시 다음날 삿포로에서 올라온 아야네를 만난 구사나기는 첫눈에 아야네의 매력에 빠져들고, 구사나기가 계속해서 아야네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자 가오루는 개별적으로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야네에게는 철벽같은 알리바이가 있다. 또한 아비산을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살인 방법도, 범행 동기도 알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가오루는 구사나기의 친구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정교한 구성과 복선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사건의 그늘에 슬픔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인간 드라마를 전개시키는 작가 특유의 감성이 잘 살아 있는 소설이다. '허수해'라는 불가사의한 트릭에 도전하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와 용의자를 사랑하는 형사 구사나기, 완전 범죄에 도전하는 용의자의 삼각 구도 속에서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애증에 의한 구제의 나날들​​>


결혼생활에서 아이가 최우선인 남자와 살 수 있을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면 1년 안에 헤어져야 한다. 그게 결혼조건이라면 남자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남편이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다. 남편의 입으로 그 사실을 들은 아내는 제 마음을 죽인 그를 죽이고 만다. 처음부터 아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걸 알고 독자들은 글을 읽어야 한다. 왜, 가 아니라 어떻게, 에 집중하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만 어떤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트릭을 밝혀 나가는데에 이 글은 초점을 맞췄다. 허수해,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 그 일을 아내는 실행으로 옮겼고, 감성의 형사와 정도의 형사 그리고 기발한 과학자가 트릭을 파헤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한 여자가 사랑했던 사람을 죽였다. 결코 유쾌하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손에서 책을 놓기 싫었다. 끝까지 꽃에 집착하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막바지에 이르러서 알게 됐다. 반드시 읽어보라는 추천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읽고 나서 여자라는 존재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하고 싶은 책을 찾고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소개>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가’,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는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 등 화려한 찬사와 함께 데뷔와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우뚝 선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 제목 그대로 편지 형식으로만 전개되는 연작 미스터리로, 손글씨로 주고받는 편지가 서간문 고유의 독특한 호흡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빚어내며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설파한다.


십 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생 사이에서 행방불명된 한 친구를 계기로 시작되는 편지 릴레이 '십 년 뒤의 졸업문집', 퇴직을 앞두고 오래전 한 사건을 겪은 여섯 제자의 안녕을 확인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바람을 담은 '이십 년 뒤의 숙제', 지금은 오랜 연인이 된 중학교 동창 남녀의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등 모든 에피소드는 과거의 한 사건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보내는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이라는 형식을 빌려 대화이면서 동시에 일방적인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편지에 적혀 있는 글이 100퍼센트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 미스리딩을 유발하며 작품의 묘미를 만든다. 또한 손글씨 편지가 빚어내는 향수, 이야기 상대와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 등의 요소가 다소 느릿한 호흡과 템포를 자아내며 빠르게 빠르게만 전개되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가지며 새로운 미스터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두세 번은 읽어야 될 책​​>


세 편의 글이 담긴 이 책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 이십 년 뒤의 숙제,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편지를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특히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이 인상깊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까 싶을 정도로 인물들의 성격이 글에 흠뻑 담겨 있다.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인간의 모습들. 거기다 숨겨진 진실까지 도달하는 치밀한 짜임새와 전개 방식에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요즘처럼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편지는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는 이벤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오로지 편지라는 매체 하나로만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 편지라서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쉽고 진실을 담기도 쉽다는 점을 절묘하게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몰입도가 다른 시점보다 탁월하게 좋다. 한 번 읽었을 때는 충격적인 결말에 감탄하느라 그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잊고 말아서 두 번, 세 번은 읽어야 사건 하나하나의 전체적인 윤곽이 어느 정도 익혀질 것 같다. 믿고 보는 미나토 가나에의 책!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수상작이다. 소설은 두 개의 프롤로그로 포문을 연다. 첫 이야기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의 어느 날, 평범한 아침식탁에서 시작된다. 식사를 끝낸 남편은 집을 나서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남편의 출근길 배웅에 나선다. 다음 순간, 다짜고짜 이어지는 '묻지마' 살인사건. 남편은 칼에 맞아 쓰러지고, 아내 역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잃는다.


이야기의 무대가 바뀌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프롤로그. 칠석 무렵, 나팔꽃 시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간 중학생 소타는 발을 다쳐 잠시 혼자 떨어져 쉬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소녀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데, 소타는 이때부터 핑크빛 첫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버지의 불호령과 소녀의 차가운 외면으로 풋풋한 소년의 연심은 이내 빛을 잃고 만다.


각각 한 편의 독립된 단편이라 할 만큼 밀도 있는 프롤로그에 이어, 작가는 지체 없이 이야기의 소용돌이로 안내한다. 은퇴 후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노인의 사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손녀딸 리노였다.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노란 꽃을 피운 화분이 사라졌는데…. 리노는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노란 꽃에 의혹을 느끼고 사건의 진상을 좇기 시작한다.


소설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는 리노의 이야기를 씨실로 삼고,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소타의 이야기를 날실로 삼아 마치 기하학적 미학을 자랑하는 아라베스크의 양탄자처럼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하나의 그림을 직조해낸다. (리노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죽음의 뒤를 추적하는 집요한 추적극이면서, (형사 하야세를 중심으로) 붕괴된 가족의 뭉클한 화해의 드라마이고 동시에 (소타를 중심으로) 사회적 의무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서는 개인적, 사회적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작가가 10년 동안 놓지 못한 꽃>


평범한 부부가 일본도를 든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첫 번째 프롤로그. 소년과 소녀가 나팔꽃 시장에서 만나게 된 두 번째 프롤로그. 프롤로그를 읽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될 때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분명! 100%! 그만큼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게 사건이 발생된다. 리노의 사촌이 자살을 하고 그 장례식에서 만난 리노의 친할아버지가 어느 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최초 목격자는 리노. 할아버지가 가꾸던 정원, 수많은 화분들 중 사라진 하나의 화분. 거기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숨 가쁘게 얽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가리키는 단 하나, 노란 나팔꽃! 그 진실에 도달한 순간, 감탄하고 만다. 마지막에 소타가 한 말이 참 인상적으로 남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몽환화가 처음이다. 첫 시작이 마음에 든다. 작가가 쓴 원작 단편도 보고 싶어질 정도. 왜 그 긴 시간을 붙잡고 있었는지 200% 이해가 된다.


결코 가벼운 주제의 글은 아니지만 단숨에 읽히는 책. 흡입력 강력한 역사 추리 미스터리가 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