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지돈 지음, 윤예지 그림 / 마음산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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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에 따르면 부르주아가 태동하던 근대에, 유머는 교양의 일종이었다. 부르주아에겐 물적 자본과 함께 재치와 유머 감각이라는 일종의 상징 자본이, 교양으로서 필요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유머는 자기 고유성을 만드는 토대로 인식되기도 했다. 촌철살인으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가 대표적이다.

이 책엔 소설가 정지돈이 쓴 18개의 짧은 소설이 담겨있다. 이 이야기들에는 유머와 재치라는 상징 자본 혹은 교양이 아주 잘 활용됐다. 그래서 이 책이 작가에게, 돈이라는 물적 자본까지 많이 안겨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됐는진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책 판매량의 지표가 되는 인터넷 서점의 세일즈 포인트. 2023년 11월 30일 기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검색한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는 932점이다. 그리고 같은 해에 나온 이미예 작가의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세일즈 포인트는 96,850점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으로 부자가 되진 못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고 부자가 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제가 막 엄청 가난한 건 아닙니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며 “‘비에 젖은 쥐새끼’처럼 가난했다” 고 표현했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매고 다니는 백팩에 우산을 챙기고 다니기 때문이다…. 우산 만세! 잠깐 그런데 내게 재치와 유머 감각이라는 상징 자본은 있나….

테리 이글턴으로 돌아가보자. 테리 이글턴은 유머의 발생 원리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방출’, ‘우월‘, ’부조화‘가 그것이다. 일상의 긴장 상태에 의해 억눌린 에너지를 폭발시킴으로서 웃음을 주는 것이 ‘방출’이다. 우월감을 통해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이 ‘우월‘이다. 그리고 논리의 역전, 비이성적인 상태와 상황을 활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부조화’다. 소설집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가 적극 활용된다. 약간 이상한(…) 소리들을 마구 늘어놓아서 삶의 긴장을 풀어준다. 어떤 인물들은 약간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논리를 넘나들고 횡단하는, 실없는 소리들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실없어지기 위해 애쓰는 글들. 그저 빛… 그저 갓… G.K 체스터턴은 말했다. “근엄해지기는 너무도 쉽다. 실없어지기는 너무도 어렵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글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그저 빛… 그저 갓….

이 책은 2020년 봄에 나왔다. 나는 그때 두 작품 정도를 읽고 책장 한켠에 박아두었었다가, 3년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나는 원래 이 책을 트레바리 모임 책 중에 한 권으로 선정했었다. 근데 사람이 안 모이자, 담당 크루님이 “지금 선정하신 책 중에서 몇 권은 좀 더 유명한 책으로 바꿔보면 모집이 더 잘 될 거예요”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로 대체되었다…. 물론 교체를 했다고 모집이 잘 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깨달았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는 죄가 없다는 것을….

나는 ‘당신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겠다’라는, 제목부터 웃긴 작품을 읽고 좋아하기도 했고, 서평가 금정연님을 주인공으로 한 ‘어느 서평가의 최후’도… 너무 웃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모든 작품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진짜?” 라는 생각을 마구 떠올렸다. 어쩌면 그래서 좋아했을 것이다. 읽는내내 자유롭다고 느꼈으니까. 사회학자 엄기호와 언어학자 김성우의 대담을 담은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엄기호는 영상을 다루는 것과 글을 다루는 것의 핵심적인 차이를 ‘자유로움’에 둔다. 논리의 전개, 인용과 배치, 편집 등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지돈의 이 소설집에는 그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진다. 그 덕분에 한껏 실없을 수 있었다. 세상은 무겁고 슬프지만 그래도 가끔은 성공적으로 실없는 작가들이 있다. 다닐 하름스,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그리고 정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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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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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지 않으며 산다는 게 가능할까.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해보인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간은 욕망하는 한, 번뇌한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해탈하고 초연할 것이 아니라면, 자기를 완전히 비워버리고 세상에 완전히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은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것일테다. 그래서 삶은 고통을 다루는 기술을 요구한다.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아야 하니까.

한편 고통을 겪는 자는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다만 울부짖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은 그 자체로는 나눌 수 없다. 심지어 고통 받는 자는 응답을 원하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자기 고통을 들어줄 이를 찾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 받는 자는, 자신의 고통에 귀기울여 줄 ‘곁’을 필요로 하는 딱 그만큼, 자신의 곁을 파괴하기도 한다. 곁에서 응답하는 자를 무의미한 자로 만들어버리니까.

고통 받는 자가 고통을 다루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자기 고통을 바라봐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고통이 자신의 곁을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저자는, 고통 받는 자가 ‘자신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을 겪는 자신이 그 고통의 곁에 위치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통이 있는 자리에 있으면 그 고통에 함몰된다는 것이다. 그 위치 옮기기를 위한 기술로 ‘글쓰기’를 제시한다. 자신의 고통을 만든 피해에 대해 살펴보고, 서술하고, 그럼으로서 역설적으로 ‘고통은 말할 수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외로움이다. 자신의 고통은 말해질 수 없음을 깨닫는 외로움. 고통 받는 자들은 이 외로움을 나눌 수 있다. 그 때 비로소 의미있는 위로도, 소통도, 공감도, 치유도, 연대도 가능해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통과해야 했던, 혹은 겪고있는 고통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구구절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썼다. 이를테면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 가족에 대해서.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순간들과 그때의 내 감정에 대해서. 가족들과 너무 화목하고 친근하게 보이는 이들에 대해 느끼는 나의 부러움에 대해서. 살면서 거쳐온 여러 일터에서 겪은, 여러 종류의 괴로움들에 대해서. 점점 친구들을 잃어가고 있는 나의 인간 관계에 대해서. 사랑하는 연인과 커플 셀피를 올리는 이들에게 내가 느끼는 부러움에 대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가 사랑하는 누군가에 대해 느끼는 질투심과 열등감에 대해서. (이런 게 그런 건가, 진화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알파메일에 대해 느끼는 베타메일들의 수준 낮은 증오와 적개심 같은 거? 전문직에 부자에, 셀럽처럼 살아가는, 온갖 잘 나가는 남성들에 대해 느끼는 부러움을 나도 갖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 하고 싶은 것들은 잔뜩 있는데, 시간은 없는 현실에 대해서.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인간이 싫어지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나는 썼다.

하지만 이런 것도 다 엄살 아닐까. 비장애인 이성애자 남성이 부릴 법한 엄살. 나는 감사해야 할 것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감사하다.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도 많고, 좋아해준 직장 동료들도 많다. 트레바리에선 싫어하는 인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게 굳이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많다. 좋은 친구들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보고 싶은 영화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쓰고 싶은 글들도 많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조카도 있다. 고통에 매몰되어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던 시기의 나는 삶이 무척 고통스러웠다. 무슨 사회적 참사의 주인공도 아니면서(아니 전 지구가 참사의 현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될 만 한 조건이나 정체성이 부여된 것도 아니면서(하지만 나는 또 어떤 다른 조건에선 소수자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엄살 부리는 나에게 이 책은 일종의 사회학적 치료제가 되어주었다. 물론 내 고통을 엄살이라고 축소해서 말하는 것이 내 고통을 제대로 직면하지 않은 증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보단 그냥 “네가 참 괴롭고 외로웠나 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넓게 생각하려고 하는 거로구나”라고 따뜻하게, 너그럽게 봐주시길. 고통 받는 인간에게 위로와 미소를 건네주시길.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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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타 페이지터너스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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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이라 믿고 북펀드 참여했습니다. 중남미의 역사와 깊이있는 여성주의적 관점과 사유, 생생한 삶이 담긴 드라마가 기대되는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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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00% 활용법
요한 이데마 지음,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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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에 모임을 만들게 되서 선정하고 읽은 책. 미술 전시 관람의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다. 읽어보니 책은 진짜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지 않은 말로 예술을 향유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기본기를 세워주는 책이라. 분량도 많지 않은데 굉장히 실용적이다. 멤버들이 잘 모여서 이걸 보고 같이 미술 전시를 보러가면 좋을텐데… 잘 될지 모르겠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행위’, 또 한 작품을 보고 다른 작품으로 건너가기 위해 ’걸어가는 행위’, 그리고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와 같은 물리적인 행위들, 그 자체에 집중한 것이 재밌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곳에 있는 예술을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곳으로 옮겨다 주고 사유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할까.

화이트 큐브라는 일반적인 미술관의 구성 조건에 대해 의문을 던져주는 것도 흥미롭다. 액자라는 틀이 작품과 세상의 접점이 된다는 이야기도 좋았고. 침묵을 지키고 관람하게 만드는 전시 문화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흥미로웠다. 미술관만큼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좋았던 건 예술을 향유하는 데 필요한 ‘메타적 태도’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미술 전시를 보고서 뭔가 대단히 ‘있어보이는 것’을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뭐야? 이게 예술이야? 이런 건 나도 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한 사람이 무언가를 그리거나 연주하거나 쓰기 시작할 지도 모르니까.

나는 예술을 향유한다는 건 자기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예술이든 그것은 한 인간의 창조적 자아를 만드는 불씨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누구든, 미술 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연극, 음악 등 어떤 예술을 만났을 때 그것을 자기 언어의 재료로 쓴다면 좋겠다. 보다 창조적인 자아들이 자기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발현하고 날뛰는 세상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세상일테니까. 나 또한 뻔한 인간이고 싶지 않다는 어떤 창조적인 욕망이 있고. 그런데 최근에 주문한 책 <문예 비창작>에는 독창성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 대목이 있던데. 그렇다면 예술은 과연 무엇을 동력으로 할 수 있을까. 예술을 향유하는 애호가는 또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인지? 뭐 그건 그 책 읽고나서 생각해볼까(언제 읽을진… 모름).

근데 예술이 어쩌고 독창성이 어쩌고 그런 건 일단 잘 모르겠고 사람들이 잘 모여야 이런 얘기도 나눌텐데, 잘 모일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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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1-06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처음 봅니다. 좋아 좋아!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내년에 미술 도서 읽기 모임을 만들 생각이에요. 그래서 요즘 미술 입문서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

칼리아예프 2023-12-26 12:55   좋아요 0 | URL
ㅋㅋ 해성님 굉장히 만족하실 것 같아요! 😆
 
전화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박세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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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고로, 인간은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거짓이다. 사실 인간이 진심으로 견뎌 낼 수 있는 일은 손꼽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진심으로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확신을 지닌 채 성장했다. 이 문단의 첫 번째 문장은 참이다. 그러나 파멸과 광기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런 문장은 볼라뇨 말고 또 누가 쓸 수 있을까. 물론 다른 좋은 문장들도 세상에 많다. 내가 볼라뇨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이 아득해지는 문장은, 볼라뇨를 읽을 때에나 만난다. 진짜… 미친 것 같음….

단편집 <전화>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작가 혹은 작가의 생활, 창작 혹은 창작의 이면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이 담긴 1부, 죽음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긴 2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3부. 개인적으론 1부의 작품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글쓰기와 문학에 대해 갖는 감상주의적 태도를, 베테랑 의사가 예리한 매스로 종양을 제거하듯 해체하는 작품들이다.

첫 작품 ‘센시니’에선 동경하던 작가 센시니를 만난, 볼라뇨의 분신이자 젊은 작가인 아르투로 벨라노가, 글쓰기가 아닌 공모전에 대해 조언을 듣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을 공모전 헌터라고 지어도 될 판…. ‘엔리케 마르틴’에선 시에 대한 어떤 이해하기 힘든 집념과 열정을 보이다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인물이 나온다. 시 같은 건, 문학 같은 건 치기어릴 때나 쓰는 것처럼 얘기하는 때 조차도, 무언인가 창작하던 인간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다. 서스펜스와 함께 코미디를 제대로 작렬시키는 ’문학적 모험‘도 인상적이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역시 결코 일반적인 방식으론 다루지 않는 표제작 ’전화‘도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2부와 3부도 물론 너무 좋았다. 좋은 작품들을 쓰지만 공모전에 천착하게 되는 작가와 시인이 되지 못 한 시인, 어쩌다 정의의 편에 서게 된 프랑스의 ‘삼류’작가, 형사들, 발음이 새서 ‘예술’이라고 말했던 건데 그 덕분에 살게 되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까지 되어버리는 전쟁 포로, 교육 받기를 그만두는 낙제생, 마피아와 엮인 체육 교사와 러시아 여자 육상 선수, 미국의 포르노 배우까지, ‘정착’과는 거리가 먼, 밑바닥 삶을 사는 인물들을 이 소설집은 보여준다. 감상적인 태도 없이, 거리를 두고. 그렇지만 강렬하다. 글쓰기, 문학, 예술, 섹스, 죽음, 자살, 폭력, 포르노, 범죄, 코미디까지 어떤 소재를 다루든 예외없이 강렬하다. 그러니 기억하시길. 볼라뇨를, 로베르토 볼라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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