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독서 -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
금정연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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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어리고 예민하던 시절, 그러니까 2014년 10월, 출판사 마음산책에서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은 씨네21에서 연재된 영화 에세이를 모은 책이었다. 서로 다른 영화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어 소개하고 독자들을 새로운 사유와 인식의 장으로 안내하는, 빛나고도 아름다운 책. 나는 마음산책 트위터 계정에서 이 책의 몇몇 구절을 보고 금새 마음을 빼앗겼다. 금새 책을 완독한 나는 이 책이 인생책이니 뭐니 하며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추천을 하곤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마음산책 트위터 계정에는 <난폭한 독서>라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그 계정에는 책을 극찬하는 독자들의 트윗이 열심히 리트윗됐다. 그런데 극찬하는 내용이 좀… 이상했다. 이를테면 “너무 웃기다”, “이 책 쓴 사람 미쳤다(?)” 같은 내용이었다…. 아니 어떤 책이길래 이런 감상평이 나오지….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이럴 수 있나. 뭔가 좀 이상했지만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너무 좋게 읽었던 터라, 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고, 책 쇼핑 중독자답게 바로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나의 최애 작가 중 한 명이 되어버리고야 마는데… 그의 생애(?)가 궁금한 분들은 정지돈의 소설집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 두번째로 실린 작품을 읽어 보세요. 근데 사실 나는 이 책을 제일 먼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었다. 그 전에 서평집이 먼저 하나 나왔다는 걸 알고, 서평집 <서서비행>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나선 <소년이여 요리하라>라는 앤솔로지를 읽었다. 그리고 그 뒤엔 정지돈 소설가와 함께 쓴 <문학의 기쁨>을 읽었고,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묶은 <일상기술연구소>를 읽었고,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을 읽었고, <아무튼, 택시>를 읽었고, <담배와 영화>를 읽었고,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를 읽었고, 역시 정지돈 소설가와 함께 쓴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를 읽었다. 그렇게 약 8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던 어느날, 퇴근 후 침대에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에 놓인 이 책이 말하고 있었다. “자 이제 이 책을 읽을 차례야”

<난폭한 독서>는 10년 전 프레시안북스에 연재된 ‘금정연의 요설’을 묶은 책이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부터 프란츠 카프카의 <성>, <소송>까지 열 명의 작가가 쓴 작품들을 다룬다. 추천사를 쓴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난폭한 책이다. 자신이 다루는 책들에 대해서 어떤 존경심도 표명하지 않는 독서. 하지만 금정연은 나를 맞받아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책들을 몹시 사랑해요.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존경은 물러나는 법이다. 어떤 법? 존경하던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면 반말을 하기 시작하는 법. 정확하게 그런 의미로 나는 이 책에서 사랑을 읽는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사랑을 읽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내가 원하는 책이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모리스 블랑쇼의 글이다. ”독자는 자신을 위하여 쓰여진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거기서 미지의 무엇을, 또 다른 현실을, 그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가 변화시킬 수 있는 별개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는 바로 그러한 낯선 작품을 원한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이 바로 그 낯선 작품이다. 20대 때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대해 인생책이니 뭐니 하며 추천했던 것처럼 이 책을 추천하고 다니고 싶다. 이런 말을 덧붙이면서. “너무 웃기다”, “이 책 쓴 사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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