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문학 걸작선 - 이갑수 소설집
이갑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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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6일 토요일 오후 6시, 나는 노원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봄에 서 열리는 이갑수 소설가와 최지운 소설가의 북토크에 놀러갔다. 올해 3월, 김홍 소설가님과 류진 시인님의 북토크에 갔을 때, 이갑수 소설가님과 알게 되어 약간의 친분이 있었던 상태였다. 작가님이 운영하는 서점 로티에 놀러간 적도 있었고.

북토크가 끝나고 질문 시간, 객석에서 “글 쓸 때 무엇을 신경쓰시냐”는 질문이 나왔고 최지운 작가님은 “첫번째로는 이 글을 과연 독자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한다고 답하셨다. 대학에서 강의하실 때에도 제자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한다고. 읽는 사람 생각 안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쓴다고 쓰면, 그런데 잘 쓰지 못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그렇게 일러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갑수 소설가님은… 딱 그 반대로 한다고 답했다. (🤣)

흥미로운 주제라 나도 질문을 얹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OTT 콘텐츠라면 투자자가 있고, 거대 자본이 투입되서, 그걸 회수해야 하니, 관객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소설은 예술이잖아요? 그렇다면 독자들의 취향 너머의 무언가를,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던져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뭐 이런 질문. 문학알못인 내가 뭘 안다고 이런 얘길 했을까 싶네…. 근데 사실 독자들이 뭘 좋아할지 생각하고, 읽는 사람을 신경쓰고, 흥미를 주기 위해 연구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당연히 원론적으론 옳다고 생각한다. 그냥… 논쟁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문학이야 뭐 다양할수록 좋은 거 아니겠나 싶고.

어쨌거나, 이갑수 소설가의 소설집 <외계 문학 걸작선>에 실린 소설들은, 그의 말대로 “독자들이 뭘 좋아할까” 보다 “난 이런 게 재밌더라, 내가 뭔가 새롭게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봤는데, 함 읽어볼래?”의 태도로 쓰인 작품들 같았다. 작가가 신나고 재밌어서 쓴 게 읽으면서 온몸으로 느껴졌달까.

표제작인 ‘외계 문학 걸작선’은 칼 세이건의 저작들 그러니까 <코스모스>라든지, <창백한 푸른 점> 등을 읽었다면, 그리고 외계인과 언어로 소통하는 내용의 테드 창 소설이나 그것을 원작으로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 등을 봤다면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로 SF 장르 속 레퍼런스들을 신선하고 재미나게 조합했다. ‘이해학개론’은 외교관 아버지의 죽음과 전 여자친구와의 재회, 그리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뼈를 어머니의 무덤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를 각종 물리학의 공식과 수학 방정식을 틀로 삼아서 보여준다. 신적인 존재인 외계인이 등장하는 ‘우주 관점’이나 멀티버스 설정의 ‘인류애’, 로봇이 어린이대공원의 경비로 취직하는 ‘수문장’, 타임 루프를 다루는 ‘시간의 문법’ 모두 SF 장르에서 나오는 소재들을 문학적으로 재조직한 결과물이다.

약간은 다른 결의 작품들도 실려있다. 아내와 딸이 무려 단검을 던지는 내용의 ‘달인’과 스티븐 호킹의 죽음과 함께 퇴사 행진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구적 팽창으로부터의 부드러운 탈출’, 무협 소설을 읽는듯한 감각의 ‘대통령의 검술 선생’이 그것인데, 시니컬하면서도 엉뚱하고, 냉철하면서도 어딘지 맹해서 귀여운… 괴짜 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들이었다. 작가님을 닮았달까… 😅

창작에는 당연히 괴로움이 따르겠지만, 또 그만큼의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외계 문학 걸작선>을 읽으면서 작가가 느낀 창작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작인 소설집 <편협의 완성>과 장편 <킬러스타그램>도 기대가 된다. 아울러 다음 작품 활동도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열심히 써주세요. 넘 재밌었어요.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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