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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컨셉 - 마음을 흔드는 것들의 비밀
김동욱 지음 / 청림출판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이노션의 월드와이드 캠페인 기획팀장으로 있다고 하는 (하지만 이 책이
나온 건 2017년이니까 지금은 또 다를 수도 있을 듯, 어쨌건) 컨셉 디렉터로 활약한 광고인 김동욱의 책. 다수의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을 이끈 광고인의 책이니, 읽어보면 일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광고의 컨셉을 잘 벼려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광고 사례들을 보여주고, 이어서 자신이 진행했던 캠페인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보여준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었는지,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 결과물은 무엇이었고, 그 결과물을 통한 효과는 어떠했는지 상세히 담아낸 것.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네이쳐리퍼블릭을 상대로 ‘자연주의’ 컨셉을 밀고나가야 했던 이니스프리가 ‘제주’를 끌어들여서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연주의’ 이미지를 갖고 온 경우라든지, 네이버나 다음의 웹툰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웹툰 서비스로 강력하게 포지셔닝을 했던 레진코믹스의 사례도
흥미롭다. 빈폴이나 폴로를 직간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인물이 나와 해지스로 갈아입는 광고도 재미있었고, LTE 서비스 초창기 시절에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을 컨셉으로 삼았던 KT 캠페인도 흥미로웠다. 그 외에도 세탁기 자체보다 세탁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즉
고객의 니즈에 포커스를 맞춰서 ‘옷을 오래오래 입고 싶은 마음’을
건드린 트롬의 사례도 재미있었다.
저자가 직접 진행한 피키캐스트, ‘우주의 얕은 지식’ 캠페인도, 테상트의 ‘러너스
기어’ 캠페인도, 현대캐피탈 ‘집중에 집중하다’, 라네즈 ‘스킨의
힘을 믿으세요’, CJ 앰플닷컴의 ‘적들의 쇼핑법’(이건 요즘의 젠더 감수성이랑은 좀 안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만), 우르오스
스킨워시의 ‘오라 우르오스의 세계로’까지, 광고인으로서 좋은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카피라이터로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 솔루션을 제안하면 좋을지에 대해 힌트를 얻은 것 같기도 하달까.
좋은 컨셉을 잡는데 필요한 게 한 두가지는 아니겠고, 또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몇 가지 방법은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브랜드의 ‘해리티지’를 잘 활용하고 드러내기. 단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제품의 특징, 즉 USP를
드러내는 게 과제에 따라선 중요하겠지만, 먼저 고객의 관점,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해서 컨셉이 고객으로하여금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낯선 단어들 간의 조합으로, (혹은 낯선 단어와 이미지의 조합으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임팩트를
주기.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하기 보다 원하는 타깃의 언어를 사용해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뾰족한 컨셉으로 승부보기. 이런 방식의 접근들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컨셉을 만드는데 필요한 접근법이자 생각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