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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의 멘토 - 현장에서 삶을 배우는 UNGO 활동가들
UNGO아카데미 강사진 엮음 / 책마루 / 2012년 11월
평점 :
UNGO(UN + NGO)에서 근무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이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관련 단체 활동도 한 적이 있었기에 지난 7월에 'UNGO아카데미'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다. UNGO아카데미는 국제기구(UNHCR, IVI,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 NGO(참여연대, 월드비전, 평화누리 등), 유관기관(KOICA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이 강사로 나서서 이 분야에 관심을 지닌 학생과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라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많은 편이 아니기에 UNGO아카데미에 참석해서 강사진으로 참여한 실무자들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게다가 나처럼 직접 세미나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강사진이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원고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세상은 나의 멘토』에는 전체 열 네 분의 강사 중에 열 세 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소중한 깨달음을 주었고 그 깨달은 바라는 것은 비단 UNGO 단체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뿐 아니라 나처럼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도 실무자로서 어떤 자세로 맡은 일을 진행해야 할 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한국 월드비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김효정님의 이야기는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서 그런 지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 글을 잘 쓰고 사진을 잘 찍는 기술적인 능력만이 아니라 구호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존중하고, 특히 본인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는 인터뷰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은경님이 소개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UN Global Compact)라는 단체의 역할도 매우 흥미로웠다. 지속가능개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발족된 자율적 국제협약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의 활동과 점차 그 중요성이 확대되어 가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에 대해 읽으면서 글로벌 개발협력에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표로 움직이는 기업들의 관심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 책임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갈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도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분야인 듯하다.
한국국제협력단 ODA교육원에서 근무하는 박수연 님의 글도 마음에 남는다. 특히, 우리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시간 동안에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생할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고도 무서웠다. 그리고 노르웨이나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원조 방법,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개발교육에 대한 소개가 아주 인상깊었다. 노르웨이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제사회의 문제와 전 지구의 미래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노르웨이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세계 시민으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불안정한 교육체계 속에서 잠 잘 시간까지 아껴가며 학교와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며 머리로만 외우는 지식을 배우고 있는 한국의 어린 아이들이 나중에 과연 세계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심히 걱정스럽다.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이라는 단체의 창설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던 최홍섭님의 이야기 또한 감동적이었는데, 씨드스쿨의 컨셉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단체를 기획하고 운영해온 분들과 봉사자로 참여했던 분들께 존경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속 장정욱 님의 글을 읽고는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많이 했다. 19세기 영국 사학자 로드 액턴은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고 한다. 권력을 가진 자의 서글픈 숙명이라고나할까? 그런데 현 상황에 불만을 품고도 그것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권력감시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어 더욱 유익했다.
이외에도 하나하나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유익한 내용이 가득한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는 지인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을 하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당당한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언급된 다만 몇 가지라도 마음에 새기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