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어느 혼혈아의 마지막 하루
양성관 지음 / 글과생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이 온전히 허구를 바탕으로 지어진 것이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몇 년 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 중 하나다.

『시선視線-어느 혼혈아의 마지막 하루』는 베트남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과 농부 사이에서 난 주인공 김배남의 생애 마지막 세 시간을 다룬 책이다. 농촌 노총각인 김영철은 한국에서는 자신에게 시집오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해 시간만 보내던 중에 죽기 전에 꼭 손자를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베트남에서 자신보다 한참 어린 우웬 하이앤을 데리고 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색시를 자신이 평생 산 물건 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으로 생각하는 김영철과 사랑 없이 선택 받아 먼 이국땅으로 온 어린 신부의 결혼생활은 불행히도 김배남을 낳은 우웬 하이앤이 도망을 가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 김배남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삶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에 단 한 명의 사람으로부터라도 온전하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정서 발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배남을 온전히 사랑해 준 사람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서는 도망간 제 어미를 떠오르게 한다며 아버지가 학대하고, 집 밖에 나가면 또래 아이들이며 동네 사람들이 '잡종'이라느니 '김배베트남'이라느니 하며 무시하거나 따돌리기 일쑤다. 이건 무슨 해리 포터도 아니고 '순종'한국인인 이들은 '머글'과의 '잡종'인 김배남을 자신보다 못한 존재라고 깔보고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그를 제 마음대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거하여 대한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를 하며 평생을 경남 김해의 칠산이라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살아온 김배남이지만 한국인들은 그를 이방인으로 보는 현실. 게다가 한국에 노동자로 온 베트남인들조차 그를 자신과는 다른 인간으로 본다. 결국 가족과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속할 곳을 찾지 못한 그는 철저히 외톨이로 편견이 담긴 시선을 받으며 억눌려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분노가 엉뚱하게 발산되어 그는 무고한 여성 9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으로서 법정에 서게 된다.

소설은 주인공 김배남과 김배남에게 흥미를 느껴 분석을 해가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정신과 의사, 그리고 세간의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 김배남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김배남의 형이 집행되는 날 아침 세 시간 동안 이 세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면서 김배남이라는 한 인간의 20여 년 짧았던 생애를 더듬는 형식이다.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김배남이 다른 생명을 해친 것을 용서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 지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리고 그에게도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꾸 단일 민족, 단일 민족 하는데 한국이 정말 단일 민족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이 단일 민족 국가라고 하더라도 단일 민족이 단일 민족이 아닌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결혼이나 학업, 취업 등을 이유로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이들이 많은 이 시대에 순종이니 잡종이니를 구분하는 것도 더 이상 의미 없는 일 아닐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여성부 위민넷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 교육에 관해 썼던 기사를 다시 한 번 찾아봤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 내 외국인 주민이 110만명 이었으니 지금은 그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왔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주민이 느는 속도만큼 우리의 의식 수준도 성장해가는 걸까? 여러 분야에서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나와 다른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자세를 키워가야 할 것 같다.

[올바른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을 묻다-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

http://blog.naver.com/seefahrt80/140102858413

[쌍방향적인 다문화사회를 위한 첫 걸음 제 1기 다문화강사 및 메토 수료식]

http://blog.naver.com/seefahrt80/1401050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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