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면서 새롭게 이용해 본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알라딘 중고 박스다. 그동안은 늘 집에 있는 택배 박스를 활용해 알라딘에 내가 팔 책을 보내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말로만 들어보던 알라딘 중고 박스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알라딘 중고 박스를 활용해 책 판매하기

우선, 알라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신청을 하는 단계에서 배송 박스 옵션을 '알라딘 중고 박스'로 선택한다.

알라딘 중고박스 구입은 아래 링크에서. 구매시에 9,800원을 내야 하지만 이 박스 안에 알라딘에 팔 물건을 넣어 다시 보내면 중고박스 구입 비용 전액을 환불해 준다. (단, 배송비는 알라딘 중고박스 2개 주문시부터 무료. 1개 주문시 배송료 2,500원)

박스를 뜯으면 노란색의 알라딘 중고박스가 들어 있는데, 재활용품이라 그런지 겉은 좀 더럽지만 다행히 내부는 더럽지 않았다.

알라딘에 판매할 책을 잘 정리해 넣는다. 알라딘 중고 박스 자체가 살짝 두께감이 있는 비닐 가방 같은 형태라서(마치 비닐 가방 형태의 아이스박스와 비슷함) 안의 내용물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책 사이즈가 워낙 들쑥날쑥한터라 배송 과정에서 손상을 입을까봐 같은 사이즈의 책끼리 모아 버블캡으로 1차 포장을 한 후에 알라딘 중고박스에 차곡차곡 넣었다. 단행본 사이즈 책 20권 정도가 한 상자에 들어간다.

참고로, 알라딘에서 직접 매입할 경우에는 판매자가 온라인에서 판매 신청시 책정했던 그 가격 그대로 책이 매입된다는 보장이 없다. 알라딘에 책이 도착하면 그쪽 직원들이 다시 책 상태를 살펴본 후 매입가를 다시 책정해서 정산해준다. 고로, 최상의 가격에 책을 판매하고 싶다면 판매할 책을 꼼꼼하게 잘 포장해서 알라딘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는 것이 필수다.


판매할 책과 매입신청서 인쇄한 것을 박스 안에 넣은 후 마지막으로 알라딘 중고박스와 함께 받은 케이블 타이로 지퍼를 묶어주면 끝!

여기까지만 해서 준비해 놓으면 지정택배사 아저씨가 집으로 오셔서 알라딘 중고 박스와 그 안에 담긴 책을 가져가신다. 택배 아저씨가 운송장까지 다 준비해 오시니 참 편하다.

알라딘 중고 박스랑 알라딘 지정 택배사를 이용해 중고책을 팔아보니 참 편하다. 앞으로도 같은 방법을 계속 이용하게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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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
따루 살미넨, 이연희 지음 / 비아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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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이제 몇 주 후면 나와 우리 가족을 휴식의 세계로 안내해줄 비행기표를 예약에 발권까지 해둔 이 마당에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게 다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이름을 알린 따루(따루 살미넨)씨와 그녀의 절친이라는 이연희씨가 함께 쓴 책이다. 여행 에세이와 가이드북을 섞어 놓았는데, 굳이 콕 집어 말하자면 여행 에세이에 가깝다. 그러고보니 책에도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라는 부제가 따라붙어있네.

 

한동안 스웨덴에서 산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핀란드에는 몇 번 못가봤다. 그것도 한 번인가 두 번인가는 출장으로 간 것이었다.

첫 출장은 황석영, 김영하 작가님, 그리고 핀란드 작가 세 분을 모시고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문학행사를 하는 일정이었는데 그게 벌써 6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행사장의 분위기며 방문했던 곳들, 그리고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의 저자, 안애경 선생님이 거의 현지 가이드 역할을 도맡아 헬싱키와 헬싱키 근교의 멋진 곳들을 많이 안내해 주셨었는데 나름 출장이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작가님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하셨는데) 작가님을 챙겨야 한다고 바짝 긴장해 있느라 그 찬란했던 핀란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게 참 아쉽다.

아래는 당시에 적어두었던 나만의 핀란드 방문 에필로그.

 


http://blog.naver.com/seefahrt80/140108522303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헬싱키Helsinki, 뚜르꾸Turku, 땀뻬레Tampere, 코리아Koria, 호수 지역Jarvi-Suomi, 올란드Aland, 라플란드Lapland 지역을 저자들이 직접 여행한 매우 사적인 여행기와 더불어, 알고 보면 핀란드 현지인, 따루씨가 제안하는 각 지역의 볼거리, 즐길거리, 맛집 등을 함께 소개한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따루씨의 부모님이 사신다는 도시가 코리아라는 것이었다. 물론, 쓰는 법은 Korea와 Koria로 약간 다르다. 하지만, 자신과 가장 친한 핀란드인 친구의 가족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발음이 유사한 곳에 산다는 사실에 연희씨는 얼마나 감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깊이 사귄 폴란드인 친구, 아냐의 고향에 놀러 갔던 어느 겨울, 그 아이의 고향집이 있는 거리의 이름이 다름 아닌 Korea street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도 아냐도 너무나도 놀랐던, 그리고 우리는 인연이라고 외치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소위 '북유럽 스타일'이 대유행이다. 시간이 흘러도 이 유행은 잦아들 조짐은 커녕 오히려 더 팔팔 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핀란드를 최종 목적지로 비행기에 오르는 한국인 여행객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핀란드 현지 여행 정보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 않고, 핀란드 현지인이 제공하는 살아 있는 여행 정보는 더더욱 귀하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인인 따루씨가 제안하는 핀란드 주요 관광지의 정보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직 비교적 덜 알려진 고국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그 마음, 정말 깊이 공감 되어 따루씨가 추천한 내용들을 더 자세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핀란드의 도시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곳은 헬싱키고, 두 번째로 알게 된 도시는 다름 아닌 로바니에미다.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 한때 내가 매우 진지하게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서 직장을 잡아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인데, 그곳에 계신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한국 아이들도 분명 많을 테니 한국인 직원 한 명 쯤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여하튼 이 책에는, 과거 나의 로망이었던,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로바니에미 방문기도 등장한다. 수염을 하얗게 기른 산타할아버지의 정석처럼 생긴 분 곁에 다정하게 붙어 앉아 사진을 찍은 두 저자의 모습을 보니 어찌나 부럽던지!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로바니에미에 가서 산타할아버지랑 사진 한 방 찍을 날이 오겠지? 30대 중반 아줌마의 바람이 참으로 성숙합니다그려.ㅋ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를 읽은 이래 핀란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솟아나는 중이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트램를 타고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다 햇살 찬란하게 쏟아지는 광장 계단에도 앉아 있고 싶고

 

 

간식을 싸들고 호숫가로 가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책을 읽고 싶고,

 

 

미세 먼지 걱정 없이 상쾌한 공기 마시며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고도 싶다.

 

 

그리고 이제 꽃을 보면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아기, 그리고 나만큼이나 여행 본능이 강한 울낭군과 손에 손을 잡고 꽃이 예쁘게 핀 작은 마을을 산책하고도 싶다.

원래 남의 여행기는 잘 안 읽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책자도 론리플래닛을 제외하고는 잘 안 챙겨 보는데, 정말 오랜만에 매우 사적인 여행 에세이를 읽고 왠일인지 핀란드로 당장 슝- 날아가고 싶어져버려서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야밤에 혼자 핀란드의 추억을 곱씹고 있다. 아아~ 이를 어쩔꼬! 책책책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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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위한 풍선 단비어린이 그림책 7
나이젤 그레이 글, 제인 레이 그림, 최제니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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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큰고모댁은 정말 신기하고 탐나는 물건들로 가득했다. 특히 당시의 나에게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존재와도 같았던 사촌 언니들의 방은 그야말로 보물창고 같았는데 마음 좋은 언니들은 가끔씩 나와 동생에게 자신들의 물건 중 몇 개를 주기도 했었다. 문제가 되는 순간은 여름 방학이 되어 외국에서 살던 내 나이 또래의 사촌 언니와 오빠가 나, 그리고 내 동생과 함께 큰고모댁을 방문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본 사촌 동생들에게 언니들은 또 물건 몇 개를 나눠줄 준비가 되어있었고 마침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다른 사촌도 동시에 마음에 들어할 경우에는 우리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걸 가운데 두고 당시에는 왜 그리도 "이 것도 내 꺼, 저거도 내 꺼!"를 외쳤던걸까?(오죽하면 나와의 경쟁(?)에서 져서 갖고싶던 물건을 결국엔 다 포기해야 했던 또 다른 사촌 언니는 크레파스 뚜껑에 '유미는 욕심쟁이'라고 써 놓기도 했었다고 한다.)

 

아일랜드의 작가, 나이젤 그레이의 동화, 『할아버지를 위한 풍선』에는 어린 소년, 샘이 등장한다. 소년은 자신의 풍선이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저 멀리 둥둥 날아가는 것을 보고 울먹이며 이렇게 말한다. "저 풍선은 내 거란 말이야." 그러자 바람이 대답한다. "아니야!" "풍선은 내 거야! 내 거라고!"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욕심많은 꼬마처럼 사촌언니의 선물을 독차지하려 했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라며 욕심으로 통통하게 부은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을 나의 어린 시절이.

 

어린 시절, 세상의 중심은 나 자신이다. 주변의 어른들도 다 나를 보고 웃고 나를 걱정하고 나를 보살펴주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에게 먼저 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포기하는 법, 양보하는 법을 모르고 내 손아귀에 있던 무언가가 내 손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샘이 가지고 있던 풍선이 어느 날 바람에 날려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린다. 내 것을 바람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분하게 생각하고 슬퍼하는 샘에게 아빠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너의 풍선이 사실은 굉장한 여행을 떠난 거라고. 빨간색과 은색 무늬로 반짝이던 네 풍선은 신기한 세상을 구경하며 멀리까지 날아가서 작은 섬 한가운데 망고 나무가 있는 집에 살고있는 할아버지를 찾아간 거라고. 그리고 할아버지는 "우리 샘이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풍선을 보냈구나."라고 기뻐하실 거라고.

 

아! 살다보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내 손을 떠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그런데 내 것이었던 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슬퍼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어쩌면 그 사람 혹은 물건이 내 품을 떠나 더 좋은 경험을 하고 어쩌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아름다운 동화였다.

덧붙이자면, 이 글은 저자인 나이젤 그레이가 본인의 아들인 샘이 풍선을 잃어버리고 속상해 하는 것을 보고 위로하기 위해 들려준 이야기라고 한다. 세 살, 어린 나이에 풍선을 잃고 슬퍼하던 샘은 아버지가 들려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안도를 했을까! 그 장면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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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에이징
김동엽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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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면 고의로 눈을 감아 버린다."

-마거릿 헤퍼넌, 의도적으로 외면하기 중 저자 발췌분-

 

 

아직 30대 초반 밖에 안 된 사람이 왜 벌써부터 노후 걱정을 하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내 노후가 걱정된다. 지금은 나도 남편도 둘 다 돈을 벌고 있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즐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100세까지는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수입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는 노인이 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게다가 인생 계획은 언제고 변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의 재정상태가 내 변화하는 인생 계획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불쌍한 노년을 맞이하게 되는 건 순식간의 일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나름 노년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 정도는 하고 있다. 가령, 연금상품을 들어놓는다거나 현재의 직장에서 이직이나 퇴직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미리부터 고민한다던가, 혹은 『스마트 에이징』처럼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팁을 모아놓은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미리에셋 은퇴교육센터장으로 근무한다는 저자는 100세 수명시대에 대비해 미리부터 어떻게 노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스마트 에이징』의 페이지를 빌어 풀어나간다. 저자가 말했듯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역'이지만 분명 어느 순간 더 이상 내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기에(혹은 일은 어디까지나 일이기에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 수입은 없지만 살아가야 할 미래의 날들을 위해 지금 바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산다

2장: 새로운 가족, 새로운 행복 찾기

3장: 감속 시대, 은퇴 경제학

4장: 길어진 인생, 노후자금 관리법

 

1장부터 3장까지는 읽으면서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떤 미래가 도래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한 정보라도 느꼈던 내용은 4장에 집약되어 있었다. 특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퇴직연금제도나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에 대해 다시 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루할 수도 있고, 외면하고도 싶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고, 전문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나와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결혼 후 나와 한 주머니를 쓰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도 함께 계획하고 헤쳐나가야 할 남편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한 후 진지하게 노후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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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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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빌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 있다. 열 세 살, 어린 나이지만 소년은 집안의 가장이다. 5년 4개월 그리고 24일 전에 저 세상으로 간 엄마와, 아빠와의 불화로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내밀까말까 한 형, 그리고 말기 암 투병 중인 아빠가 가족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착하고 모범적인 소년, 빌랄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종교 갈등 때문에 조국이 둘로 갈라질 위기에 놓여있음을 개탄하던 아빠에게 차마 인도 분리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아빠의 조국이 풍전등화와 같다는 말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충격이 되어 안그래도 위독한 아빠에게 마지막 펀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빌랄은 결심을 한다. 거짓말을 하겠다고. '인도 분리 계획은 무효가 되었다'고 아빠에게 말하고 실제 상황이 절대로 아빠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빌랄과 단짝처럼 지내온 초타, 만지트, 쌀림도 발벗고 나서 빌랄의 작전을 돕는다. 네 소년은 빌랄의 아빠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온갖 수를 써서 막고, 신문을 읽고 싶다는 빌랄의 아빠를 위해 가짜 신문을 만들기까지 한다. 나중에는 어른들까지 빌랄의 뜻을 알고 소년을 돕게 되지만 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지켜나가는 가짜 세상과는 별개로 진짜 세상은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만다. 그나마 빌랄의 마음을 위로한 사실은 아빠가 이 결정이 내려지던 날 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1947년 8월, 인도 내 이슬람교도들을 중심으로 동, 서 파키스탄이, 그리고 힌두교도들을 중심으로 인도가 영국연방의 자치령으로 독립을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고조되던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충돌이 격해지면서 결국 인도는 파키스탄(동, 서 파키스탄은 나중에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리된다.)과 인도로 나뉘에 된 것이다.

 

소설, 『빌랄의 거짓말』은 바로 이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사실, 이야기는 굉장히 평면적이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추측 가능한 만큼,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령, 빌랄의 죽마고우로서, 이 작은 소년의 작전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초타, 만지트, 쌀림은 빌랄과는 종교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있어 종교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단짝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둘로 나뉘면서 종교가 다르면 가족들조차 생이별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잘가라는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서로의 인생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소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반전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야 했다. 이 소설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했기에, 그리고 분명 '빌랄'과 같은 소년이 실제로 존재했을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분단 국가이기에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슬픔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거의 70년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적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는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역사적 아픔은 비단 인도와 파키스탄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서로 달랐지만 한마음으로 선의의 거짓말을 했던 빌랄과 세 명의 친구들처럼, 서로 다르지만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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