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
따루 살미넨, 이연희 지음 / 비아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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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이제 몇 주 후면 나와 우리 가족을 휴식의 세계로 안내해줄 비행기표를 예약에 발권까지 해둔 이 마당에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게 다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이름을 알린 따루(따루 살미넨)씨와 그녀의 절친이라는 이연희씨가 함께 쓴 책이다. 여행 에세이와 가이드북을 섞어 놓았는데, 굳이 콕 집어 말하자면 여행 에세이에 가깝다. 그러고보니 책에도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라는 부제가 따라붙어있네.

 

한동안 스웨덴에서 산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핀란드에는 몇 번 못가봤다. 그것도 한 번인가 두 번인가는 출장으로 간 것이었다.

첫 출장은 황석영, 김영하 작가님, 그리고 핀란드 작가 세 분을 모시고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문학행사를 하는 일정이었는데 그게 벌써 6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행사장의 분위기며 방문했던 곳들, 그리고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의 저자, 안애경 선생님이 거의 현지 가이드 역할을 도맡아 헬싱키와 헬싱키 근교의 멋진 곳들을 많이 안내해 주셨었는데 나름 출장이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작가님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하셨는데) 작가님을 챙겨야 한다고 바짝 긴장해 있느라 그 찬란했던 핀란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게 참 아쉽다.

아래는 당시에 적어두었던 나만의 핀란드 방문 에필로그.

 


http://blog.naver.com/seefahrt80/140108522303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헬싱키Helsinki, 뚜르꾸Turku, 땀뻬레Tampere, 코리아Koria, 호수 지역Jarvi-Suomi, 올란드Aland, 라플란드Lapland 지역을 저자들이 직접 여행한 매우 사적인 여행기와 더불어, 알고 보면 핀란드 현지인, 따루씨가 제안하는 각 지역의 볼거리, 즐길거리, 맛집 등을 함께 소개한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따루씨의 부모님이 사신다는 도시가 코리아라는 것이었다. 물론, 쓰는 법은 Korea와 Koria로 약간 다르다. 하지만, 자신과 가장 친한 핀란드인 친구의 가족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발음이 유사한 곳에 산다는 사실에 연희씨는 얼마나 감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깊이 사귄 폴란드인 친구, 아냐의 고향에 놀러 갔던 어느 겨울, 그 아이의 고향집이 있는 거리의 이름이 다름 아닌 Korea street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도 아냐도 너무나도 놀랐던, 그리고 우리는 인연이라고 외치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소위 '북유럽 스타일'이 대유행이다. 시간이 흘러도 이 유행은 잦아들 조짐은 커녕 오히려 더 팔팔 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핀란드를 최종 목적지로 비행기에 오르는 한국인 여행객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핀란드 현지 여행 정보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 않고, 핀란드 현지인이 제공하는 살아 있는 여행 정보는 더더욱 귀하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인인 따루씨가 제안하는 핀란드 주요 관광지의 정보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직 비교적 덜 알려진 고국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그 마음, 정말 깊이 공감 되어 따루씨가 추천한 내용들을 더 자세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핀란드의 도시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곳은 헬싱키고, 두 번째로 알게 된 도시는 다름 아닌 로바니에미다.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 한때 내가 매우 진지하게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서 직장을 잡아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인데, 그곳에 계신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한국 아이들도 분명 많을 테니 한국인 직원 한 명 쯤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여하튼 이 책에는, 과거 나의 로망이었던,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로바니에미 방문기도 등장한다. 수염을 하얗게 기른 산타할아버지의 정석처럼 생긴 분 곁에 다정하게 붙어 앉아 사진을 찍은 두 저자의 모습을 보니 어찌나 부럽던지!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로바니에미에 가서 산타할아버지랑 사진 한 방 찍을 날이 오겠지? 30대 중반 아줌마의 바람이 참으로 성숙합니다그려.ㅋ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를 읽은 이래 핀란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솟아나는 중이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트램를 타고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다 햇살 찬란하게 쏟아지는 광장 계단에도 앉아 있고 싶고

 

 

간식을 싸들고 호숫가로 가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책을 읽고 싶고,

 

 

미세 먼지 걱정 없이 상쾌한 공기 마시며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고도 싶다.

 

 

그리고 이제 꽃을 보면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아기, 그리고 나만큼이나 여행 본능이 강한 울낭군과 손에 손을 잡고 꽃이 예쁘게 핀 작은 마을을 산책하고도 싶다.

원래 남의 여행기는 잘 안 읽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책자도 론리플래닛을 제외하고는 잘 안 챙겨 보는데, 정말 오랜만에 매우 사적인 여행 에세이를 읽고 왠일인지 핀란드로 당장 슝- 날아가고 싶어져버려서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야밤에 혼자 핀란드의 추억을 곱씹고 있다. 아아~ 이를 어쩔꼬! 책책책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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