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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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빌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 있다. 열 세 살, 어린 나이지만 소년은 집안의 가장이다. 5년 4개월 그리고 24일 전에 저 세상으로 간 엄마와, 아빠와의 불화로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내밀까말까 한 형, 그리고 말기 암 투병 중인 아빠가 가족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착하고 모범적인 소년, 빌랄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종교 갈등 때문에 조국이 둘로 갈라질 위기에 놓여있음을 개탄하던 아빠에게 차마 인도 분리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아빠의 조국이 풍전등화와 같다는 말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충격이 되어 안그래도 위독한 아빠에게 마지막 펀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빌랄은 결심을 한다. 거짓말을 하겠다고. '인도 분리 계획은 무효가 되었다'고 아빠에게 말하고 실제 상황이 절대로 아빠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빌랄과 단짝처럼 지내온 초타, 만지트, 쌀림도 발벗고 나서 빌랄의 작전을 돕는다. 네 소년은 빌랄의 아빠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온갖 수를 써서 막고, 신문을 읽고 싶다는 빌랄의 아빠를 위해 가짜 신문을 만들기까지 한다. 나중에는 어른들까지 빌랄의 뜻을 알고 소년을 돕게 되지만 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지켜나가는 가짜 세상과는 별개로 진짜 세상은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만다. 그나마 빌랄의 마음을 위로한 사실은 아빠가 이 결정이 내려지던 날 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1947년 8월, 인도 내 이슬람교도들을 중심으로 동, 서 파키스탄이, 그리고 힌두교도들을 중심으로 인도가 영국연방의 자치령으로 독립을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고조되던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충돌이 격해지면서 결국 인도는 파키스탄(동, 서 파키스탄은 나중에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리된다.)과 인도로 나뉘에 된 것이다.

 

소설, 『빌랄의 거짓말』은 바로 이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사실, 이야기는 굉장히 평면적이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추측 가능한 만큼,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령, 빌랄의 죽마고우로서, 이 작은 소년의 작전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초타, 만지트, 쌀림은 빌랄과는 종교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있어 종교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단짝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둘로 나뉘면서 종교가 다르면 가족들조차 생이별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잘가라는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서로의 인생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소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반전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야 했다. 이 소설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했기에, 그리고 분명 '빌랄'과 같은 소년이 실제로 존재했을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분단 국가이기에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슬픔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거의 70년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적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는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역사적 아픔은 비단 인도와 파키스탄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서로 달랐지만 한마음으로 선의의 거짓말을 했던 빌랄과 세 명의 친구들처럼, 서로 다르지만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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