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리본 -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 '코멘' 설립자의 감동실화
낸시 G.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정지현.윤상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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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유방암'이라는 단어는 물론 '유방암 자가진단 방법'이니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회자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방암에 걸린 여성들은 자신이 어떤 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에 대해서조차 툭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정확한 병명을 밝히는 것조차 꺼려지던 시대였으니 유방암이 환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몰고 오는 고통은 온전히 그들만의 것일 수 밖에 없었으며 병을 퇴치하기 위한 치료법의 연구도 이미 공론화 되어 관심을 받고 있는 다른 병들에 비해 더디었을 것이다. 물론 서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은 분명하고.

 

『핑크리본』은 낸시 G. 브링커라는 한 여성이 어떻게 '수잔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오늘날의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으로 키워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간단히 말하자면 낸시는 어린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왔던 친언니, 수잔을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언니와 한 약속을 지키고자 언니의 이름을 딴 유방암치료재단을 설립하게 된다.

"유방암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해. 변화가 있어야 해.....우리 여자들이 죽지 않도록. 약속해줘, 내니(낸시의 애칭). 네가 바꾸겠다고.....약속해 줘."

낸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가정교육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자원봉사 정신을 무기로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시 미국 여성 사망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되기에는 거북한 주제라는 이유로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유방암이라는 병을 외부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비록 아직 참여해 본 적은 없지만 나도 '핑크리본' 캠페인에 대해서는 보고 들어 그 존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핑크리본 캠페인의 취지와 방향,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으며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만이 아닌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부모님 덕에 어린시절부터 몸에 밴 자원봉사 정신과 습관 덕분에 낸시는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는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중년 여성들만의 병이 아닌 유방암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데, 혹은 '설마 내가....'라는 생각에 얼마나 무관심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책의 부록으로는 국내외 유방암 관련단체와 전문병원 리스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활용해 유방암 퇴치를 위한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유방암 예방이나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더욱 유용할 듯 하다.

 

핑크리본인터네셔널 http://www.pinkribbon.org/Default.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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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기획팀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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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G20 정상회의.

그 기간 동안 광화문의 해치마당에서는 우리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의 길을 묻는 <G20 기념 강연-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가 진행되었다.

10월 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이 기념 강연에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강연자로 나서서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글로벌 코리아, 미래의 정치와 행정, 지속 가능한 경제와 성장, 대한민국 공존을 향해, 그리고 문화강국 코리아라는 주제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 G20 기념 강연 일정

 

 

해치마당에 직접 갈 기회는 없었지만 나는 G20 기념 강연 홈페이지에 들어가 종종 강연 내용을 읽어보곤 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이들의 의견을 접하며 나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야 할 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이 강연 내용을 정리한 책, 『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이 출간되어 요 몇일 출퇴근 길에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은 강연 주제와 동일하게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글로벌 코리아를 꿈꾸며

2부. 지속 가능한 성장 해법을 찾아서

3부. 함께 가는 미래 정치와 사회

4부. 공존과 상생을 향해

5부.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강국 코리아

 

아무래도 강연 내용이 나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인지 나는 한비야(국제구호 활동가), 양승룡(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민경욱(KBS앵커), 이석연(변호사),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구수환(KBS다큐멘터리국 부장), 이상묵(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자스민(다문화 네트워크 '물방울 나눔회' 사무국장), 금난새(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 김경훈((주)예감 대표이사), 이상 강연자들의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지녀온 꿈이 있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해외에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인데,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난 '덕택'에 지금까지 지속되는 강력한 꿈을 갖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동안 난 내 꿈과 직접적으로 상관있는 일을 한 적도 있고 그러지 않은 일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이 내가 원해 온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크든 작든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다만, 나는 아직 배움도 경험도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내 자리, 내가 맡은 일을 통해 어떻게 하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해외에 제대로,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고 이번에 『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를 통해 접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를 주었다.

 

2010년이 끝나나 했는데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 덧 2011년 하고도 1월의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100년이라고 하면 매우 긴 시간 같지만 어쩌면 100년 전 대한제국에서 지금의 대한민국까지도 마찬가지 속도로 시간은 흘러왔을 것이다. 적절하고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앞으로 100년 후 우리가 어느 곳에 닿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향하는 곳을 나 스스로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많은 이들의 글을 종종 다시 뒤적여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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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함길수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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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고민을 했다.

이유인즉슨, 인도, 베트남, 라오스,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케냐, 짐바브웨 등 내가 아직 가 보지는 못했으되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저자가 직접 촬영한 생생한 사진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 책이 그 동안 괜찮은 여행서를 출간해 온 터치아트에서 나온 책이라는 점은 나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으나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이라든지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라든지 '문명의 저편, 후미진 세상에서 마주한 따스한 미소와 희망의 메세지'라든지 하는 표지에 쓰여진 진부한 문장들이 나로 하여금 실제로 이 책을 잡기까지 머뭇거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이 문장들 덕분에 이 책을 읽겠다는 결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역시 대상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에 따라 갈리기 마련이고 그것이 책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의 표지를 보며 다시 한 번 느낀다. 특히 요즘처럼 유사제품의 공급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말이다. 여하튼 그런 고민을 거쳐 이 책,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를 읽게 되었다.

 

몸을 반쯤 벽에 기댄 채 느긋한 마음으로 훌훌 읽어내려가기에 좋은 책이다. 사진 반, 글 반.

자동차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인 저자는 앞서 말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직접 여행하며 순간 순간 마주한 감상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냈다. 나는 좋았던 곳을 계속해서 여행하는 스타일이라 그 동안 유럽이나 일본지역만을 주로 여행 해 왔고, 그 이외의 여행지라고 한다면 중국, 홍콩, 마카오, 태국, 네팔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사진들을 접하고 나니 이곳에 소개된 내가 아직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들에 대한 호기심이 뭉개뭉개 솟아오른다.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 떠남-나를 만나러 가는 먼 그곳-라오스, 네팔, 에티오피아, 수단

2. 만남-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티오피아, 인도, 케냐

3. 생명-생명의 땅을 가다-보츠와나, 짐바브웨, 이집트, 탄자니아, 베트남, 라오스

4. 치유-매순간은 마지막이다-라오스, 에티오피아

5. 희망-희망으로 살아있다-에티오피아, 수단, 캄보디아, 케냐

 

여행지에서는 내 온 몸과 내 온 정신 감각의 촉수가 바짝 서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는 똑같은 대상을 보고도 전혀 다른 느낌을,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서울의 아침 출근길에서 대하는 한 그루의 나무와 낯선 여행지의 길목에서 만난 나루 한 그루가 몰고오는 감정의 차이. 어쩌면 나는 여행지에서 발에 채인 돌멩이 하나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을 이곳에서 함께 나누며... 일상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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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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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호이트. 아버지인 딕 호이트와 아들 릭 호이트로 구성되어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해오고 있는 팀의 이름.

이들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몇 년 전 이전 회사에서 참가했던 교육에서였다.

교육 진행자가 틀어준 동영상에는 You Raise Me Up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장애를 가진 몸으로 휠체어 혹은 고무보트에 몸을 누인 아들 릭 호이트와 그런 아들을 밀거나 끌면서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혹은 수영을 하는 초로의 아버지, 딕 호이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불편하게 삶을 사는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을 담은 눈물이라기 보다는(난 이런 눈물이 죄스럽다!) 존경스러운 이를 바라보며 흘리는 감동의 눈물을 말이다.

 

이들 부자의 이야기가 『나는 아버지입니다(Devoted)』라는 제목의 책으로 탄생했다. 책의 앞 표지에 쓰여진 문구, "아버지는 단지 내 팔과 다리 역할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내 영감의 원천이고 내가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 또한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그 따뜻한 온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 마음에 와 닿는다. 

 

목에 탯줄이 감긴 채 태어나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를 겪는 아들 릭 호이트를 두고 주변에서는 아이를 포기하라고 말했지만 부모는 그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비록 신체의 장애는 있지만 자신의 아이가 여느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커 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또 아들에게 그렇게 커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젊은 엄마, 아빠의 모습에, 그리고 "전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라는 아들의 말에 운동이라고는 접고 살았던 비대해진 몸을 가진 중년의 아빠가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마라톤 출발선에 선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인가-.'

 

1977년 10월 22일. 지미 바나코스(경기 중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웨스트필드 주립대학의 운동선수) 자선 달리기 대회를 시작으로 함께 달리기 시작한 호이트 부자. 이들은 그 날 이후 오늘날까지 서로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끌어주면서 달리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이들은 팀 호이트(Team Hoyt)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강연을 하고 각종 기금 모금 행사를 진행 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팀 호이트(Team Hoyt): http://www.teamhoyt.com/  

 

'어려움'은 있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헌신적인 부정을 보여준 아버지, 딕 호이트와 그로 하여금 70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수영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아들, 릭 호이트. 그리고 이들 부자가 다른 걱정 없이 꾸준히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준 가족(부인 주디 라이턴과 릭의 두 동생, 롭 호이트와 러스 호이트)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또 존경스럽다.

 

"저는 자식들에게 해줄 말이 있어요. 부모님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혹시 장애가 있다면 부모님과 의사, 치료 전문가들과 협력하라고 당부하고 싶고요. 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하지만 한계를 규정짓는 어떤 말에도 귀 기울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싶고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우리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그래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Yes, You Can!)"라는 말이예요. 아버지는 제게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로 이 말을 믿도록 가르쳐 주셨어요."

-릭 호이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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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2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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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에 별 사람도 다 있다.'라고 생각했다.

저자인 작가, 정찬주는 10여 년 동안 매주 혹은 매달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청산에 안긴 암자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녔다나보았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걸망을 맨 수행자처럼 구름이듯 바람이듯 만행을 했던 것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그리고는 자신이 느낀 암자의 아름다움을 세 권의 책- 『암자로 가는 길』, 『암자에는 물 흐르고 꽃이 피네』,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을 통해 세상과 나누어왔고, 이제 『암자로 가는 길 2』로 다시 우리곁을 찾아왔다.

 

나를 설계하는 봄암자, 나를 성장시키는 여름암자, 나를 사색하는 가을암자, 나를 성숙시키는 겨울암자

이렇게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7~9곳의 보물같은 암자들을 소개한다. 나는 따뜻한 내 방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책을 펼친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나는 어느 새 걸망을 둘러메고 저자를 따라 우리 산천 곳곳에 숨어 있는 암자들을 방문하게 된다. 저자가 안면을 트고 지내는 스님들을 만나 뵙고 암자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스님이 한아름 싸 준 참나물을 감사히 받아 들고는 또 다른 암자를 찾아 길을 떠난다.

 

마치 '시계 따위가 다 무어야?'라는듯 느릿한 걸음으로 옮겨가는 암자 기행은 힘을 뺀 글과 함께 매 장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사진 때문에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 중 다수가 오래 전 찍은 사진들처럼 약간은 빛 바랜 듯 약간은 촌스러운 듯 보여 요즘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크고 멋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세상에서 이런 정감가는 사진을 만나니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기까지 한다. 

'빗자루 자국이 선명한 금강굴 마당'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볼라치면 새벽같이 일어나 마치 수행을 하듯 제 키만한 싸리나무 비를 들고 좌로 우로 쓱쓱쓱 마당을 쓸어 내리는 머리가 동글동글한 스님의 모습이 그려지고,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암자 사립문'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볼라치면 툭툭 잘려진 대나무를 무심하게 이어세워 사립문을 만드는 스님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10번 이상이나 겪어가면서 암자를 찾아 산을 올랐던 저자. 산 속 암자에서 타인이 경험한 사유의 세계를 한껏 읽고 나니 이제 내가 직접 그 곳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 달 말에 서울을 떠나 계룡산에 가기로 약속을 하였다. '계룡산에 가자.'는 약속만 했지 그 산에서 무얼 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계룡산에 있다는 대자암이라도 찾아 볼까?'라는 생각이 슬슬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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