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에 이끌려 신경숙님의 이름 석자만 들어도 아무런 의심없이 조곤히 책을 집어들게 합니다. 그렇게 10년 세월이 다가오며 그녀와 함께 그녀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서글퍼 보이는 글 하나하나가 가슴을 죄일 때도, 재미난 글 자락을 봐도 맘껏 웃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J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가벼움에 놀래, 한동안 먹해졌습니다. <종소리>를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망설임이 생기게 한 책이였습니다. <종소리>를 읽으면, 처음에는 웬지 모를 반가움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두번째 단편에서 맘이 한결 먹먹한 기분이 드는게, '신경숙님의 글을 읽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한것은 저인가봐요. 언젠가 어느 청소년드라마에서, 한아이가 운동장 한 가운데에 서있고, 그 아이의 친구가 땀을 흘리며 그 아이를 중심으로 뛰어다니던게 떠올랐어요. 처음 뛰어갈 떄는 몰랐는데, 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는 아이를 향해 뛰어가는 그 아이의 시선으로는 가만히 서 있던 아이가 이미 뛰던 아이보다 먼저 도착점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게 하더군요. 가만히 서 있던 아이는 아직 뜀박질을 시작도 않했는데 말이죠. 사람은 바뀌죠. 바뀌것은 나일지 모르는데, 자꾸 상대에게 바뀌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했던 것은 애정과 관심이 아니라, 인식하지 못했던 집착이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종소리>를 통해서 꺠달아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제 따라 움직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