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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와 떠나는 형이상학 여행 - 칸트 탄생 300주년
문성학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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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문성학 교수는 칸트 전공자로서 칸트 철학을 50년간 연구한 명실상부 칸트 전문가다.

연구 초기부터 '순수이성비판'의 변증론, 그 중에서도 이율배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가능적 무한'이라는 관점을 추출해냈고, 이를 바탕으로 '순수이성비판', 더 나아가 3비판서, 더 확장하면 칸트 철학의 전 체계를 독자적이고 정합적으로 해석해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성학 교수의 연구 노선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단순 총결산을 넘어 문성학 교수가 여기서 처음 펼치는 주장도 여럿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난해한 칸트 철학을 통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문성학 교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파본 문제를 지적하는 몇몇 분이 있던데, 내가 주문한 책은 파본이 아니었다.

파본 문제는 다 해결됐으므로, 관심 있는 독자는 안심하고 주문해도 될 것이다.

용어 문제를 지적하는 리뷰어도 있었다.

그러나 문성학 교수는 동떨어진 번역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칸트학회의 번역어 선정을 지지하고, 그 용어들을 사용하며, 그 용어들을 채택한 이유들을 설명하고 있다.

백종현 교수의 번역어에 찬성하는 분들도, 용어 선택과 관계 없이 이 책에서 많은 영감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2025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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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의 현상학 우리 시대의 고전 13
메를로 퐁티 지음, 류의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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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메를로-퐁티의 사상이 심오한 것이지, 류의근 교수의 번역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성호 박사의 번역본도 주문했다. 이는 입체적 독서를 위한 것이지, 누구의 번역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하기 위함은 아니다. 두 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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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의 동물 타자 클리나멘 총서 12
임은제 지음 / 그린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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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감동하며 읽은 기억이 있다.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메시지, 단정한 문체, 설득력 있는 논변 모두 훌륭했다. 이제, 최근 출간된 데리다의 ‘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을 읽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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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교환양식 가라타니 고진 라이브러리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고(vigo)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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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교환양식'은 전작 '세계사의 구조'의 단순한 축약본이 아니다. 분량은 줄었으되 사유는 깊어졌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에서 사유의 기본구도로 네 가지 교환양식을 제시한다. 네 가지 교환양식이란 A(공동체, 증여와 답례)와 B(국가, 지배와 재분배), C(자본, 상품과 화폐 교환), D(어소시에이션)이다. 가라타니는 B와 C의 폐해가 지양된 상태에서, A의 고차원적 회복 형태인 D가 언젠가 그리고 마침내 도래할 거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세계사의 구조'와 '힘과 교환양식'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개 방식이다.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각 양식의 의미와 그 특정 양식에서 다른 양식으로의 전환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의 의미를 설명하고 A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 주로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준 다음, A에서 B로의 변환이 이뤄진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반면 '힘과 교환양식'은 가일층 복합적이다. 한 양식 안에 이미 다른 양식들이 들어와 서로 밀고 당기며 비트는 것이다. 그 양식 바깥의 시공간도 역동적으로 바뀌어간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꿈틀거리는 내재적, 외재적 변화의 함량에 따라 그 특정 양식에서 다른 양식으로의 변환의 싹이 움튼다.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A에서 B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정태적 설명에 치중하고 있다면 '힘과 교환양식'에서는 훨씬 더 역동적이다.

(물론 '세계사의 구조'에서도 각 양식 안에 다른 양식이 보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A 안에 B와 C가 들어와 작동한다는 건데, 그 다른 양식, 즉 B와 C가 단지 작동하고 있다는 점만을 설명할 뿐이다. 다시 말해 각 양식 간의 상호 작동 관계, A 안에서의 A와 B와 C의 상호 작동 관계에 대한 기술은 거의 없거나 충분하지 않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힘'이다. 유령, 물신 등으로 불리는 그 힘이 이런 역동적 변화를 설명하는 원천이다. 가라타니는 그 힘을 이 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현안에 대한 적극적 접근이다.

기본소득 문제, AI 문제, 기후환경 문제 등 현세대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현안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특히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가라타니 자신의 사유 구도 하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결론 부분이다.

가라타니는 '세계사의 구조'에서 칸트와 마르크스를 참조해, D로서의 어소시에이션(세계공화국과 세계동시혁명)은 각 국가가 국제연합에 군사력을 증여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많은 논자들이 그 비현실성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세계 정세는 고진의 그런 구상이 단순한 공상만이 아님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이미 발발한 전쟁이거나 중국-대만 간 잠재적 위험성일 것이다. 고진 스스로 '힘과 교환양식' 서론과 후기에서 전쟁의 현실적 또는 잠재적 위기와 그로 인한 D의 필연적 도래를 언급하고 있다. 물론 전쟁 확대는 불행한 일이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계 정세는 사람의 뜻대로만 전개되지 않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계사의 구조'에서보다는 현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지 세계사가 반드시 그렇게 전개될 거란 보장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가라타니 스스로가 D는 초월론적 가상으로서의 규제적 이념이라 일컫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난이도 문제다.

초중기작 '탐구1,2'에 비해 최근작 '세계사의 구조'나 '힘과 교환양식'에서 사유는 갈수록 익어가고 그 서술은 점점 더 친절해져간다. 보다 젊었을 때 다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면 노년의 가라타니는 편안해 보인다. 물론 사유는 치열하다. 학자의 풍모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물론 대중적으로 더 많이 읽히기 위한 전략, 더 나아가 번역의 용이성을 염두에 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힘과 교환양식'은 여러 모로 가라타니 자신의 고차원적 회복(이라기 보다는 극복)이라 할 만하다.

P.S 이 책이 번역 출간된 지 2주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언론에서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그동안 가라타니가 신작을 낼 때마다 앞다퉈 보도하던 전례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무조건적 열광이나 찬사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이유 없는 무관심도 학계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 서평 기사가 없을까? 출판 담당 기자들이 아직 열심히, 꼼꼼히 읽고 있는 중이라서?

P.S2 가라타니는 이전 저작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묵가를 이 책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이소노미아의 한 예로서 주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엥겔스에 대한 재평가도 주목해볼만한 부분이다. 가라타니는 이전 저작들에서 엥겔스가 사적 유물론(생산양식=생산력+생산관계)의 숨은 창시자이며, 마르크스의 사상 궤적에서 사적 유물론은 중기에 해당한다는 것, 후기('자본론') 마르크스는 D의 고차원적 회복을 모토로 삼았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가라타니는 이번 저작 '힘과 교환양식'에서 엥겔스가 마르크스와는 별개로, 보편종교를 지렛대 삼아 독자적 방식으로 D의 고차원적 회복을 사고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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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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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전작 '트랜스크리틱'과의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지루한 반복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전개는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사유는 가팔라진다.

가라타니는 이 책을 '비평'이 아닌 체계를 갖춘 '사상'이라 말한다.

전통적인 철학서라고 보기엔 그 체계가 다소 느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유가 치열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가라타니 버전의 세계체제론이다.

나름의 사상과 체계를 갖춘 세계체제론으로서.

따라서 이 책은 철학에 가까이, 무한히 접근해 가는 세계체제론으로서의 사상이다.

치열한 사유를 전개하고 있지만, 설명은 반복적이다. 친절하다. 논지를 따라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결론의 한 예시로서, 각국이 유엔에 군사력을 증여해야 한다는 부분은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존 롤스의 만민법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단 '세계사의 구조'에서 가라타니가 기술하고 있는 롤스의 '만민법'에 관한 이해는 다소 피상적이다. 반면 전작인 '트랜스크리틱'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이 롤스 자신의 주장대로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재산소유민주주의임을 강조하면서 , 이를 일종의 어소세이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보다 계발적이다.)

물론 가라타니 본인은 이것(세계공화국, 세계동시혁명)이 공상이 아니라 규제적 이념, 트랜스크리틱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나름의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선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철학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나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논지 전개 과정 그 자체이다.

그 과정이 매우 풍부하므로 명민한 연구자라면 그 과정을 자양분으로 다른 결론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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