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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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전작 '트랜스크리틱'과의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지루한 반복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전개는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사유는 가팔라진다.

가라타니는 이 책을 '비평'이 아닌 체계를 갖춘 '사상'이라 말한다.

전통적인 철학서라고 보기엔 그 체계가 다소 느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유가 치열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가라타니 버전의 세계체제론이다.

나름의 사상과 체계를 갖춘 세계체제론으로서.

따라서 이 책은 철학에 가까이, 무한히 접근해 가는 세계체제론으로서의 사상이다.

치열한 사유를 전개하고 있지만, 설명은 반복적이다. 친절하다. 논지를 따라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결론의 한 예시로서, 각국이 유엔에 군사력을 증여해야 한다는 부분은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존 롤스의 만민법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단 '세계사의 구조'에서 가라타니가 기술하고 있는 롤스의 '만민법'에 관한 이해는 다소 피상적이다. 반면 전작인 '트랜스크리틱'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이 롤스 자신의 주장대로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재산소유민주주의임을 강조하면서 , 이를 일종의 어소세이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보다 계발적이다.)

물론 가라타니 본인은 이것(세계공화국, 세계동시혁명)이 공상이 아니라 규제적 이념, 트랜스크리틱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나름의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선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철학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나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논지 전개 과정 그 자체이다.

그 과정이 매우 풍부하므로 명민한 연구자라면 그 과정을 자양분으로 다른 결론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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