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서 언니가 뛰고 있다. 집을 나가고 자신을 찾고 있다. 언니네방을 재밌게 읽었고, 자신없게 살았던 날들에 대해 반성도 쫌 했다. 근거없는 보수와 예의를 가죽부대에 담고 다녔다. 아직도 다 말리지 못한 채 젖어있다. 이책은 독립하기까지 자신의 상처를 들춰낸다. 독립은 혼자사는 독립일 수도 있고. 가족을 벗어나는 독립일 수도 있고, 제도를 벗어나는 독립일 수도 있고, 제도 안에서 당당한 독립일 수도 있다. 이글들을 읽다보면 적어도 한 곳에 치중되진 않는다. 다들 자신을 씩씩하게 잘 찾아가고 있으므로. 그만큼 많이 아팠고. 그것은 하나의 탈출구였고. 그 탈출구는 이제 하나의 길이 되고 있다. 이책은 '이렇게 살아라!'가 아닌 '날 좀 내버려둬, 나는 이렇게 살거야, 살아갈거야'다. 경험에서 나온 문장이어서 더욱 진실된 언니들의 목소리. 나는 이 책이 좋다.
다시 '고려원'판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라는 시집을 찾았다. 이런 시를 좋아하면 안되는데, 왜 이렇게 끌리는지. 대학 1학년 때 구내서점에서 구입한 이후 헌책방에서 보이면 바로 구입해서 선물하게 되는 시집이다. 잔잔한 고백들이 사실 내 마음과 같아, 스며드는 새벽이다. 세상에 녹지 못하고 늘상 한뎃 잠을 자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시집이다.
큰 판형에 색감이 좋은 표지. '행복' 모처럼 봄날의 일요일을 즐기며 재밌게 읽은 책이다. 사실 내용은 그다지 새롭다기보다 환기시켜 준다는 편이 맞는 것 같다. 행복에 대한 테마를 보면서 적잖게 뒤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쉽고, 재밌고, 뚜렷한 주제와 요약으로 읽기 편한 책이다. 이책 읽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열 권 구매해서 여기저기 뿌리고 싶다. 행복해지길 바라는 2009년.
비타악티바 시리즈의 여섯번째권이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시리즈. 흔히 사용하는 폭력에 대해 고민이 없었던 나로선 많은 생각을 안겨준 책이다. 물론 기본적인 용어사전이기에 홉스나 부르디외 등의 견해를 다시금 익힐 필요성도 동시에 안겨주었다. 딱딱한 사회학적 용어가 나오지만 새로운 주석 방식으로 상단에 설명이나 문구들을 빼내 게재한 점은 무척 새롭고 편리했다. 저자소개에도 나와있지만 주장하는 내내 유명한 영화와 만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언급하기에 무리없이 쉽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베토벤바이러스'를 상징폭력에서 꽤 오랫동안 설명하고 있는데, '드래곤볼'처럼 고전으로 남아야 이책의 설득력도 오래가지 않을까 우려도 생긴다. 촛불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나름 원칙적인 한계가 있지만 재밌었다. 마지막장까지 읽어내려가니 이 책 한권이 해피엔딩으로 느껴졌다. 이짧은 책 한 권으로 폭력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보여주다니...
화가가 이정도로 글을 잘쓰면 작가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산문집을 썩좋아하지 않는 내가 작가가 아닌 화가의 산문집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본다. 아마 선물받지 않았다면 인연이 없었을 책이다. 그리고 후회없이 읽었다. 쉽게 읽히는데다 다소 오바하는 듯한 표현인데도 와닿는다. 이는 감정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흠뻑 젖더라도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어서인지 더위와 허기를 노래해도 젖어있다. 신문연재를 볼땐 그냥 넘겨버렸지만, 확실히 책으로 볼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도판을 담기 위해, 사진을 담기 위해 그런건지, 고급스러워 보이기 위해 그랬는지는 몰라도 종이가 고급스러워 약간 부담스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고급스런 종이에 비해 이책 가격이 마음에 든다. 주말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