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장르가 확실한만큼 해외문학 중에서도 추리는 한번도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내가 짧지 않은 분량의 '비밀의계절' 2권을 읽었다니...;;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추리소설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제목이야 그렇다해도 표지가 독특하다...

재밌긴 하지만 미친듯이 1장부터 끝장까지 한눈에 읽어내려간 것은 아니다. 금요일밤부터 월요일새벽까지 걸렸으니까.

버니를 왜 죽였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책읽기는 이내에 고전어학과의 모임으로 옮겨졌다. 

학창 시절에 비슷한 모임을 한번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기에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버니를 죽음으로 몰고간 직접적인 원인이었을 디오니소스제의 부문은 섬뜩했지만 매혹적이었다.

저마다 대학시절 한번쯤 스치고 지날법한 사유를 파고드는 문장의 섬세함과 그 위에 담겨진 살아있는 각각의 캐릭터들.

검색해보니 같은 책이 오래전 까치에서 나왔다는 것과 다른 번역된 작품이 없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블랙펜클럽 첫째권이라는데 후속이 뭔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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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어쩌다가보니 한강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읽고 있으니 'kbs낭독의 발견'에 낭독했던 한강의 음성들이 들린다. 그때 소설가 한강이 좋았다. 노래를 부르는데, 그녀의 미세한 모든 신경들이 긴장한 듯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도 밀고 나갔다. 불러나갔다. 가만가만 나즈막하게 부렀다. 아, 한강이 있었구나.

내가 한강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대학 3학년 시절이었다.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연구실 서가에 있는 '내 여자의 열매'라는 소설집을 보면서다. 유달리 눈에 띄였다기보다는 '강석경소설가팬카페'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 몇 구절을 인용해 올렸는데 기가 막힌 구절이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던 찰라에 그 책을 접한 것이다. 당시 교수님은 저자와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셨다. 싸인본이었다. 욕심나게 시리...

연구실을 나온 나는 곧장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대출했고 그날 밤에 다 읽었다. 그의 섬세한 감성적 문장들이 좋았다. 그후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을 읽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채식주의자'가 한창 유행할 때 나는 한철 지난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흠뻑 빠졌다.

 이 책이 한편 한편마다 동감하는 대목이 있는 것은 아마도 그 연배가 우리 큰형과 같아서인 것 같다. 그녀가 끌어올리는 노래 한 편의 추억들이 지방 어느 바닷가 근처 한 방에 누운 삼형제가 카세트테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을 자꾸만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큰형은 대학생이었고, 한번씩 고향에 내려오면 해바라기, 노찾사, 정태춘, 전교조 등의 테잎을 몇 개씩 가져와 불을 끄고 같이 듣곤 했다. '이종환의 디스크쇼'도 많이 들었고, 라디오극장도 많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노래들과 일치하는 곡들이 많다.

한 민중가요를 들려주며 "가사전달력이 정확해야 가창력이 좋은 가수다"라고 말한 큰형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들었던 음악과 풍경이 중첩돼 흐른다. 살아오면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소소하게 풀어낸 책이다. 한강이 시를 썼다는 것을, 시로 등단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래서일까. 체념 저편에서 이는 쓸쓸한 바람같은 글들. 피아노 사달라고 떼쓰다 포기한 뒤 종이건반으로 연습한 추억들...

일부 팝송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알거나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라 기분이 좋다. 김현식도 그렇고, 들국화, 피터폴&매리, 하다못해 임방울의 '쑥대머리'까지... 그녀의 음악적 취향과 나의 취향이 거의 일치하는 음표를 가진 듯해 좋았고, 감성적이지만 장황하지 않고 약간 숫기있는 듯 보이는 글이 갖는 매력이 좋다. 그녀의 선곡들이, 그 선곡에 대한 느낌과 추억들이, 비록 나이차는 적지 않지만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나도 하루 두번 그 푸른 시간을 좋아한다.

창고에 둔 컴퓨터 본체에 있는 음악파일을 모두 꺼내야겠다. 갑자기 듣고 싶은 음악들이 내 안에서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노래가사를 인용하면서 사용한 폰트도 보기 좋고. 편집자 실력 좋은 가보다. 책 제목부터 부제도 단순소박해서인지마음에듦          

(p.151)하루에 두 번, 밤과 낮이 바뀌는 푸른 시간을 좋아한다. 혈관의 피까지 파랗게 물드는 그 시간. 하늘의 먹빛이 서서히 가시고, 모든 사물이 경계에서 뛰쳐나오려 하는 새벽의 떨림을 좋아한다. 옥타비오파스의 <새벽>이라는 짧은 시를 좋아한다.

차갑고 날렵한 손길이

한 겹 한 겹 어둠의 베일을 벗긴다

나는 눈을 뜬다

아직 나는 살아 있다

한가운데

아직도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깊게 느끼는 시간.

말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그 시간.

...

(p.154) 십 년 전쯤 한 단편소설에서, 만약 죽기 전에 세 시간이 허락된다면 햇빛을 쬐는 데 허비하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 마음도 변함없다. 그 세 시간 동안 햇빛 속에 온전히 온몸을 담글 것이다. 단, 사랑하는 너와 함께. 나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갈 네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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