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동청소기 ‘룸바(Roomba)’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MIT의 로봇 공학자 로드니 브룩스(Rodney A. Brooks)가 개발한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사의 산업용 로봇 ‘박스터(Baxter)’가 있다. 박스터는 인간의 상반신을 본떠 만든 로봇으로 뭔가를 지시할 때 ‘해보자!’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지금까지는 지시내용을 ‘티칭 펜던트(Teaching Pendant)’라는 리모컨 역할을 하는 기기에 동작을 입력하거나, 프로그램에 동작을 입력하는 등 지시 사항을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현장 노동자가 매우 알기 쉬운 인터페이스이다. 이처럼 작업 상황을 표정으로 전달하는 편리한 소통방법에서도 인간과 공존하며 작업하는 휴머노이드적 접근방식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가 처음으로 교토대학교 다치 스스무의 연구실에서 로봇 ‘테레사’를 설명도 듣지 않고 쉽게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용하기 편한 신체와 같은 인간형의 분신 로봇이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것도 개나 새 모양이었다면 새롭게 조작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의 신체를 조작하는 데 익숙해 있다.
이 같은 인간형 로봇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호불호를 보여 주는 영화로 미국에서 2011년에 개봉한 SF 액션영화 《리얼 스틸》이 있다. 영화는 로봇끼리 싸우는 내용으로 여기서 팔을 공중에서 움직이는 호버(hover) 조작과 조이스틱 등 우리가 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봇 조작의 인터페이스가 모두 등장한다. 주목할 점은 인간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때 프로복서의 강인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봇 영화로도 볼 수 있지만, 신체와 인터페이스를 고찰하는 데 훌륭한 공부재료이다.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하다
한편 ‘모든 로봇이 인간형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 미국의 SF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이 1956년에 발표한 SF소설 『여름으로 가는 문(The Door into Summer)』이 있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고양이 모양을 하고 청소 등 가사 일을 돌봐 주는 인간형 가정용 로봇이 등장한다. 휴머노이드를 거론하며 빗자루와 청소기를 잘 사용하는 로봇이 인간형이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하인리히 소설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대의 청소 로봇은 ‘룸바’에서 보듯이 원반형으로 마루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로봇이다. 굳이 빗자루를 사용해야 할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필요성은 없을 것이다.
미래에는 로봇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여기서 살펴봐야 할 영화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으로 1990년에 개봉한 미국의 SF영화 《토탈 리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화성에 이주한 인류를 배경으로 슈워제네거가 화성에 뛰어들어 종횡무진 활약하는 할리우드적인 면이 가득한 작품인데 이 중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택시를 휴머노이드가 운전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인간형 로봇을 고찰할 때 어려운 점은 과학기술의 정상적인 발전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로봇에게만 부여될 과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인라인 시대라면 취사든 세탁이든 휴머노이드에게 맡길지 모르지만, 지금은 대부분 전자동으로 밥도 지을 수 있고 세탁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SF는 인간형 로봇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 책 등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면 전후 이야기를 고려하여 인간형 로봇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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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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