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의 버추얼 리얼리티 영화가 《매트릭스 시리즈》라면 텔레이그지스턴스의 버추얼 리얼리티 영화는 미국에서 2009년에 개봉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써로게이트》일 것이다. 여기서 로봇 연구가인 가나데 다케오(金出武雄)와 이시구라 히로시(石黑浩)가 자신들과 닮은 안드로이드(인조인간)와 함께 초반부에 등장하기 때문에 연구원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사회조직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일을 로봇이 대행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 로봇을 조작하는 인간은 안전이 보장된다. 영화 《써로게이트》는 확실히 텔레이그지스턴스를 통해 원격지에 있으면서 분신인 로봇을 조종하여 생활하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만화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복제 로봇은 코를 누르면 자신과 똑같이 복제되는데 써로게이트는 자신과 비슷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어도 다른 신체(로봇)를 지닐 수 있어 영원히 젊음(로봇의)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묘하게 사실적이다. 또한, 영화 《써로게이트》의 테마 중 하나는 부부관계이다. 써로게이트라는 젊은 육체로 밤마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린 아내와 이에 정나미가 떨어진 남편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싸우는 것은 써로게이트가 아니라 실제 인간이다. 여기서 분신을 조종하게 되면 어느 쪽이 진정한 분신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감각을 교환하는 텔레이그지스턴스를 실험하는 재미있는 인스털레이션(Installation)이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하치야 가즈히코(八谷和彦)가 고안한 ‘시청각 교환 머신(Inter DisCommunication Machine)’이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한 두 사람이 머리에 설치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마이크로 담은 음성 등 시청각을 그 상태 그대로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를 실제로 체험해 보면 악수를 하거나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다. 상대와 자신의 신체가 혼재된 듯한 혼란스러운 감각은 불가사의한 체험이다.
서로 신체를 교환하는 모티브는 이전부터 있었으며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영화 《전교생》에도 묘사된다. 당시엔 거의 무명이었던 오미 토시노리와 고바야시 사토미가 열연하였으며 남녀의 신체가 서로 뒤바뀐다는 의미에서 문제작이었다. 이를 실제로 현실에서 실험해 보았다. 앞의 시청각 교환 머신처럼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끼고 같은 형태로 체험하는 ‘젠더 스와프(Gender Swap, 성별교환, 2014)’란 실험이다. 성을 교환하는 방법은 일단 사전에 남녀가 함께 움직일 것을 지시한 다음, 시간이 지나면 움직일 때마다 흡사 자신의 성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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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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