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구체화를 쥐를 이용하여 진행한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실험이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의 존 샤핀(John Chapin) 교수 등이 1999년에 실행한 실험이다. 먼저 지렛대를 누르면 물을 받아 낼 수 있는 로봇을 이용하여 쥐에게 발로 지렛대를 누르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다음엔 지렛대를 조작하기 직전에 작동하는 뇌의 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검출하고, 신경세포가 작동할 때에 보낸 뇌신호를 바탕으로 로봇 팔이 작동하여 물을 마실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쥐는 처음에는 발로 지렛대를 눌러 물을 마시다가 이윽고 발을 움직이지 않아도 머리로 생각만 하면 로봇 팔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이는 뇌신호를 해독함으로써 뇌(생각)와 기계의 직접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하다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라는 연구로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유명한 실험이다.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만화 『바벨 2세』와 같이 앞으로는 염력(念力)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이른바 사이코키네시스(Psychokinesis)의 세계가 실현될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원숭이가 생각하는 힘만으로도 로봇 팔을 움직인다거나, 컴퓨터 커서를 작동시키는 것 같은 실험이 성공하였다. 이러한 연구의 실험결과가 말해 주는 사실은 인간의 신체감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작은 언어표상(言語表象)이 가능한가?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의 발상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시킨 것이 ‘네코미미(Necomimi)’이다. 이름 그대로 고양이 귀 모양을 한 헤드기어를 쓰고 이마에 장착한 센서에서 읽어 낸 신호가 고양이 귀를 움직여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재미있는 제품이다. 게다가 의도대로 고양이 귀를 움직이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당사자도 의도하지 못한 동작이 소통의 계기가 되는 뜻밖의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2011년에 미국 「타임」지의 ‘세계의 발명 베스트 50’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품이다. 확실히 ‘생각’만으로도 무엇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SF 같아서 멋있고, 대부분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는 훌륭하군!’ 하고 칭찬하겠지만, 진정 최선의 인터페이스인가 하는 의문에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82년에 개봉된 미국영화 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파이어 폭스》란 작품이 있다.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소련)이 대립했던 냉전체제를 배경으로 전반부에는 스파이 활동이, 그리고 후반부엔 전투기의 공중전이 전개되는 영화다. 소련이 고성능 신형전투기인 파이어 폭스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미국이 입수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적의 비밀기지에 잠입하여 그 전투기를 빼낸다는 내용이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 기술로 조작되는 신형전투기 파이어 폭스는 러시아어만 사용할 수 있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러시아어에 능숙한 비행사로 나온다.
이 설정을 지금 되돌려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가 담고 있는 과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행동은 어디까지 ‘언어표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왼쪽, 오른쪽을 가리키는 단순한 문제라면 문화와 관계없이 식별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미국인이 ‘컵을 오른손에 들고 물을 마신다’고 생각할 때, 러시아인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뇌신경이 똑같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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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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