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관람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말코비치란 등장인물의 머리와 벽에 뚫린 구멍이 연결되어 그 구멍으로 들어가면 말코비치의 신체감각과 동기화된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영화처럼 타인의 신체에 올라타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중요한 발상이라 생각한다.
라이브 음악 영상을 볼 때 ‘내가 보고 싶은 건 그쪽 말고 ○○○가 나오는 영상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카메라 영상을 볼 때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아니라 카메라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도쿄대학교의 레키모토 준이치가 연구개발한 ‘잭 인 헤드(Jack in Head)’가 있다. 잭 인 헤드는 소니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의 부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레키모토가 공동 연구하여 만든 웨어러블 카메라이다.
이 장치에는 360도 회전카메라가 부착되어 있고 모자처럼 정확히 맞춰 쓰면 눈앞에 있는 모니터에 전방위로 주위의 풍경이 비친다. 이 역시 《존 말코비치 되기》와 유사하게 흡사 누군가의 머리 안에 들어가 그 사람의 시점으로 주위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한, 주변 전체를 담은 영상은 손 떨림 현상을 바로잡아 전송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있어도 흔들림이 없다. 스포츠 관전 등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재해나 의료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현장에서 응용하여 실용화할 것이라 기대한다.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탄다’는 일이 어쩌면 과학기술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지 모른다.
슈퍼인간의 탄생으로
이제 책에서 초지일관 강조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거듭 서술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인간을 초월한 인간의 모습, 즉 ‘슈퍼인간’의 등장을 그려 보려는 목적에서 서술해 왔다. 제1장에서는 우선 보철에서 증강에 이르는 신체의 발전상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증강신체가 도구로부터 신체화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두루 고찰하고, 신체와 외부세계의 경계선은 어디쯤 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증강인간공학이 신체의 내부와 외부 쌍방 모두에 제어 가능한 영역을 확대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사람과 기계의 일체라든가 자동화와 자유자재화라는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콘셉트를 서술하였다.
제2장에서는 신체가 지닌 역할이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하여 인간이 오감 등의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물리 세계로부터 현실감을 토대로 세계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또한, 새로운 현실감을 만들어 낼 기술로서 버추얼 리얼리티를 소개하고 인간이 해상도가 높은 현실감을 창출해 내는 방법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그리고 텔레이그지스턴스의 사례를 통해 탈신체가 지닌 의미를 탐구하였다.
마지막 장인 제3장에서는 분신으로서 로봇과 휴머노이드의 단면을 통해 인간형 로봇이 지닌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어서 분신으로부터 복수의 신체를 인간이 창출할 가능성을 서술하고 변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음의 변화, 또는 심신이 분리되었을 때의 자기동일성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그리고 신체가 융합한 신체융합, 합체라는 미래상을 묘사하고 포스트 신체사회에 대한 상상을 펼쳐 보았다. 마지막으로 슈퍼인간이란 증강신체로부터 인간과 기계의 일체, 자동화와 자유자재화, 탈신체로부터 분신, 변신, 신체융합, 합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헤아릴 수 없는 진화의 모습을 가리킨다.
정보기술, 버추얼 리얼리티 기술, 기계 기술, 네트워크 기술 등 이 전체를 과학기술이 아우를 수 있을 때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성을 자신의 손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 즉 슈퍼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슈퍼인간이란 비전을 향한 첫걸음을 묘사한 것이다.
슈퍼인간의 탄생 - 우리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
(세창미디어, 212쪽,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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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또한, 미래예측서도 아닙니다.
상상이 이루어진 과학의 현재를 보여줍니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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