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탄생한 탑승형 외골격 ‘스켈레토닉스(Skeletonics)’는 미국의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개발 주체인 스켈레토닉스 주식회사는 일본의 공업고등 전문학교(이하 고전)가 로봇 기술을 겨루는 ‘고전 로보콤(Robocom)’에서 우승한 오키나와 고전의 선수가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평행사변형의 링크인 팬터그래프(pantagraph) 기구 등을 이용하여 인간의 동작을 1.5배의 크기로 확대한 외골격을 갖춘 것으로 보기보다 힘들이지 않고 큰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 죽마(竹馬)나 스틸트(stilt, 서양 죽마)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모습은 미래지향적이며 아주 인상적이다.
산학협동으로 연구개발 중인 것도 있다. 히로시마대학교와 다이아 공업이 공동 개발한 ‘언플러그드 파워 슈트(Unplugged power suit)’는 공기압을 인공 근육으로 사용한 제품이다. 보행 시 땅을 디딜 때 생기는 반발력을 활용하여 신발에 장착한 펌프로 공기를 압축시키고, 압축 공기가 반대편 다리에 설치한 인공 근육을 수축시켜 움직이려는 다리에 힘을 보조한다. 전기나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보행 시 쓰이는 인간의 힘만을 이용하여 인간의 움직임을 지원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자세는 유지하는 것만으로 힘들다
이처럼 액추에이터(actuator, 구동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인공외골격도 중요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하여 만화 『도라에몽』의 마술 도구인 ‘고르곤의 머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세 자매 중 셋째 메두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뚜껑 달린 상자를 열면 빛을 내뿜는 석상이 나오고 그 빛을 쐬면 생물의 근육이 돌처럼 굳어 버린다는 참으로 무서운 도라에몽의 마술 도구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 소년 노비타가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께 혼나고 복도에서 벌 받는 장면이 나온다. 서 있는 것이 힘들었던 노비타는 고르곤의 머리를 사용하여 자신의 다리를 돌로 만들어 버린다. 힘든 게 사라지자 노비타는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인간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학교에서 배운 물리법칙에는 어긋난다. 물리에서 배운 위치에너지를 설명할 때 같은 위치에서 운동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는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는 다르다. 자세를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무척 힘이 든다. 뇌신경외과 의사가 팔걸이 같은 암레스트(armrest)를 사용하면 수술 중에 손 떨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그러므로 만화 『도라에몽』에서 노비타가 고르곤의 머리를 사용했던 방법은 실은 공학적으로 매우 센스 있는 행동이었다.
인간은 자세를 유지할 때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되는 물질 ATP(아데노신3인산)를 소비한다. 그러나 불가사리나 해삼 등 극피동물은 다르다. 그들은 ATP를 소비하면 뼈와 뼈를 연결하는 ‘캐치 결합조직’이란 관절이 변하여 몸이 굳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려 한다. 이를 응용하여 스위스의 취리히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사 누니(Noonee)는 외골격과 같이 발에 장착하여 언제 어디서든 앉고 싶을 때면 마법처럼 나타나는 의자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를 개발하였다. 가동하지 않을 때는 평상시처럼 걷거나 뛸 수 있으며 프레임도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가벼운 재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총 중량이 2kg을 넘지 않는다. 가볍고 편리함이 돋보인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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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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