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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의 사상과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서사시 ㅣ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7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사순옥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그럼, 스님은 스야?" 버럭하면서 작곡자이자 가수인 주영훈이 생각난다.
자신이 목사님 아들이라면서, 목사님한테는 '님'자 안붙이고 '목사'라 하며 스님한테는 왜 꼬박꼬박 '님'자를 붙이냐고 ㅎㅎ.
그런데, 니체는 왜 루터파 목사님의 장남이,어릴적에는 '작은 목사'라 불리울 만큼 신앙이 돈독했던 아이가,
왜 기독교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중의 하나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본 책의 내용과 조로아스터교 교주 짜라투스트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니체의 대변인으로서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지, 교주로서 제자를 양육하거나, 병을 치유하거나,기적을 체험하는 일도 없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를 통해, 예수님은 40일간 광야에서 시험 받았으나 자신은 스스로 10년동안, 더 오래 정신수양을 했음을,
기독교의 신은 죽었다고 말하면서 초인사상에 빠지는 우월감도 드러낸다.
성경은 전지전능한 하나님과 예수님을 말하지만,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하며, 성경은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만, 니체는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다고 말한다.
성경은 창기와 개같은 자를 멀리할 것을 말하지만, 니체는 이웃의 악마와도 화목하라고 말한다.
성경은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이라 말하지만, 니체는 전쟁은 필요악이라 말하고,
성경은 여자의 순결을 목숨처럼 강조하나, 니체는 순결이란 대개의 사람들에게 죄악이라 말한다.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면, 이제 신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니체는 성직자와 대화를 나눈 후에는 반드시 뒤돌아 손을 씻을 정도로 기독교인을 혐오했다고한다.
그러나, 니체는 기독교인은 싫어하면서도 예수님은 존경했다고 하니,여기서 나는 인도의 간디가 매일 성경을 읽으며,
'나는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인도를 식민지 삼은)영국을 보아서는 하나님을 절대 믿을수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모태신앙인 니체가 믿음이 없을 리 없다. 오히려 이 책의 곳곳에는 니체의 신학의 깊이가 많이 보인다. 신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도 역설이다.
누가 목사님의 아들을 이렇게 하나님을 미워하도록 만들었을까?
그것은 시대적 배경때문이라고 한다.
니체가 살던 중세 기독교는 마녀사냥의 홍수를 이루었으며, 기독교의 변질된 종교성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던 시대이었으므로.
홍신문화사의 책을 보면 각주와 해설 덕분에 매우 읽기 편하게 짜여져 있으나, 먼저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 책부터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니체 사상은, 그가 말하는 형이상학과 성경에 토대를 둔다.
철학가는 죽어서도 말하는 것이, 1930년대 니체의 '초인사상'이 나치와 히틀러에 의해 나치즘의 시조가 되었다니, 이것을 죽은 니체는 알고 있을까?
1980년대 였나? 대학가의 대자보,낙서를 모아 출판한 '슬픈 우리 젊은 날'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신은 죽었다-니체, 니체는 죽었다-신'
니체는 너무도 열심이고,거짓없고, 순수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열심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이념에, 종교에, 사랑에 미치지 않는다.
니체는 스승격이었던 쇼펜하워와 적이 되었다고 한다.
쇼펜하워의 '자살론'으로 수많은 청년들이 자살할 때, 정작 쇼펜하워는 80 다 되도록 기름진 음식 골라 먹어가며 악착같이 살 정도로 이중인격자였다고 하니,
니체처럼 올곧고 정의감이 강한 사람은, 이처럼 입만 바른 것을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교도 이와 마찬가지였을 것.
('초인사상'을 승계했다지만) 히틀러같은 미치광이 말고, 니체 그 신학과 철학과 문학 사이에서 형이상학적인 동경을 못이겨 미쳐버린 이의 대표작을 읽으면서,
1세기가 더 지나간 책이지만, 가슴이 아팠다.
독어를 배운 적이 없지만,원문으로 읽으면 얼마나 더 와닿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니체의 문장이 나를 매료시킨다.
니체는 말년에 정신착란으로 입원 중 사망하였다고한다.
내 동기들 중에 '민족복음화'를 외치며 선교하다가 정신착란으로 입원한 아이들을 보았다.
공통점은 너무나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적당히, 니체가 말한것처럼 '넘쳐서는 안된다.약간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름다움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