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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을 대하는 위험한 질문들
이영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6년 10월
평점 :
표절에 관한 책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으네요. '표절 plagiarism' 분명 우리 정서와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조차 어색한 서양문화의 소산입니다. 저작권, 지적 재산권과 함께 ~
이 책은 표절에 관한
14개 위험한 질문들과 여러 가지 표절의 예를
들려줍니다.
민족감정 때문에 그중 1장,
6장의 일본이 우리를 따라 했다는 표절의 예가 얼마나 통쾌하던지
~
역사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일본에는 호랑이가 살지를 않았다는데, '죽호도'를 보면 마치 대나무 숲에 일본 호랑이가
있는 것처럼 그렸다고 합니다. 우리가 내려주는 문물을 보고서 처~음으로 호랑이 그림을 본 것들이 '있어보이고' 싶었는지 자기들 땅에 있지도 않은
호랑이를 왜 그렸을까요? 일본에 호랑이 그림은 다 표절이랍니다.("암튼 없는 것들은 거짓말을 잘 한단 말이야 ~")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물, 찍개류 석기가 이슈를 타자 자기네는 4만 년 전, 50만 년 전, 70만 년 전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난리
난리를 쳤는데 그게 다 조작으로 밝혀져 국제적인 망신을 샀답니다. 이게 '이슈 표절' 이라는군요 (따라 하지 말란 말이야~~~
)
표절은 음악, 미술, 문학 어디에든
있지요.
음악, 바흐와 헨델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의 거장 바흐와
헨델은 '표절 작곡가' 였답니다.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맘대로 자기 곡에 갖다 붙이거나 아주 대놓고 곡이 맘에 들어 내 이름 붙였다고
큰소리치는 철면피들이었다네요. 단, 그 시대에는 그게 합법이었대요 바흐와 헨델이 자기 곡을 갖다 써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았다는~~ 힘없는
사람들이 당했겠죠, 감히 바흐가 감히 궁중음악가 헨델이 자기 것 뺏어가는데 권력의 횡포를 누가 막아낼 수 있었겠습니까?
;;
미술, 피카소
이 시대 혁신의 아이콘 잡스에게 영감을 부어주었다는 피카소. 그는
"훌륭한 예술가는 따라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는 정말 위대한 명언을 남겼죠, 남의 그림을 보고 막 베끼는 표절행위에 대해서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 미술가였음은 길게 쓸 필요도 없는 거 같습니다.
이 책은 지금의 후드티, 후디 Hoody는 중세 유럽 수도승들이
입었다가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이 입었다가 - 페북 사장 주커버그까지 입었다는 거, 중세 때부터 개발된 프릴, 러플, 카트린 등 많은 디자인과
'하멜 표류기'와 '성호사설', '반계수록' 등 도서와 학위논문 표절 문제까지 방대한 양의 실례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표절
운운하면서 사진, 삽화 하나 없는 것이 아쉬웠어요 ㅠㅠ
그리스어
'plagios'는 '간교'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품고 있고, 라틴어 'plagiarious'는 '남의 소유물을 훔쳐 가는 자'라는 의미까지
내포한다. 이처럼 어원만 보더라도 서양에서는 표절을 도둑질이라는 범죄행위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23쪽
표절은 '다른 이의 창작물을 마치 내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 에 있다... 다른 이의 창작물을 '내 것처럼 공표할 때' 논란이 생긴다. 109쪽.
제9장에는 표절과 혼동이
되는 클리셰, 오마주, 레퍼런스의 정의가 잘 돼있고 리바이벌, 리메이크의 차이도 알기 쉽게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이 책의 느낌은
표절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긴 했으나 저작권법, 지적 재산권에 대한 설명은 좀 부족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어요.
본래 우리 정서에는 '표절' 이라는 게 단어조차
생소하고, 지적 재산권으로 잇권을 보장한다는 것도 잘 맞지를 않는답니다
;;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문화인들은 절친에게 자기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선사하였다고 해요. 카페 쎄시봉에서 시작된
통기타 가수들은 노래가 필요하든 연주가 필요하든 함께 어울려 그룹으로 다니며 이루어낸 거의 공동체적 문화을 만들었지 어떤 1인의 잇권이 보장된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소유물을 만든 게 아니었답니다. 내가 만든 곡 네가 불러서 네가 돈 많이 벌어도 그 돈 내놓으라고 안 한다는 거죠. 표절,
이거 다 근래에 돈 밝히는 서양에서 들어온 거에요~
사상 표절도 그래요, 저도 제가 아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가르쳐주시는 스승님
거 갖다 베껴 쓰는 거예요 그런다고 표절 아닙니다.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배우고 익히고- 내 것을 만들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중인데,
이런 과정에서 제 블로그 SNS에 포스팅을 보시고 스승님이 '내 것을 훔쳐 갔다'고 생각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께 배운
제 믿음과 소신을 닮아가길 간절히 바라실 거예요. '청출어람이 청어람' 이라고 제자가 스승을 닮는 것을 그것이 어떤 분야든 표절의 범위에 넣을
수 없습니다.
표절을 판단하는 작업도 미학적이고 전문적인 파트에 속한답니다. 마치 옥석을 가리는 것 같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요, 표절자와 표절 당한 자 사이에 접촉은 있었는지, 스승이 하나인지, 비슷한 영감을 가질 만한 요소가 있는지 한마디로 뒷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군요.
인간인지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 DNA에 이미 그분들의 창의성이 녹아있고, 학문과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선배들의 성과를 답습해왔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은 표절이 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나' 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우리에게 표절이란
더욱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표절에 관한 저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표절은 그것을 가리는 자와 행위자에 대한 양심의
문제이지 사회성, 일반성, 당위성에 근거하여 진위를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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