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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판타지소설]코-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이제하 -지음/ 달봄- 출판 1판1쇄 2012 10 30/ 반양장본 484쪽 188*128mm (B6)/부록-초판한정 CD1장
<코> 몇 장을 읽어내리고는 헉- - 놀라고 말았었다.
이제하님의 작품이 (중국에서 노벨상을 받았다는)모옌과 필적할 국내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라서였을까?
내가 40년 간 사용해온 한국어를 내가 못알아듣는 것인가 하고 잠시는 <코>가 말하는 문학의 깊이와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헤맸던 것이다.
<코>는 39개의 미니 픽션이 모였는데 나에게는 판타지소설이 낯선 장르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코>초판 한정의 CD까지 합하여 소설+그림+음악 3종세트의 기쁨을 다 누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의 작가 이제하님은 화가, (조영남 씨가 부른 '모란동백'의 원곡자인)가수,시인, 소설가라는데 나는 그분의 모든 면에서 예술적 감흥을 다 받지는 못했다.
이제하님은 <코>를 일컬어 등단 56년만에 “보다 관심 갔던 주제, 골몰했던 메모와 노트들에서 뽑은, 이 책은 지금껏 천착해온 주제들의 피라미드 꼭짓점에 있다.” 고 책마무리를 하셨는데 나는 <코>소설보다 삽화가 더 매력적이었다.
작가님은 역시 홍대 미대 출신이다.
종합선물세트라 하면 그 중에 1가지 정도는 마음에 안드는 폭탄이 꼭 끼어있어 받는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코>의 3종세트 중 불행하게도 그것이 나에게는 '메인' 이었다;
이외수님의 <아불류시불류>를 읽을 때는 작가의 글발+ 다른 분의 삽화+ 책갈피의 향 이렇게 3종세트가 처음부터도 매우 흡족하게 들뜨게 하고 끝까지 행복하게 감성을 적셔주는 반면 <코>는 소설+ 그림+ 음악의 3위일체를 내가 다 누리지 못했음이다.
아마도 <코>에서 삽화를 삭제한다면 나는 책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소설과 그림과 음악 3개 중에 하필 나는 작가의 그림에 매료돼버렸다.
<코>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
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비 오는 날만 서있는 여인을 만나고, 8순 노인네가 금욕을 말하고, 동료 죄수의 아내를 사랑하고, 처체를 사랑하고......
<코>의 39개의 환타지에는 모두 반전이 있다.
반전으로 유명한 오헨리의 소설들과도 성격이 다르다.
영화 공식처럼 속편을 암시한다든가 주제를 함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뜬금 없기도 하다.
<코>는 반드시 끝까지, 마지막 구절까지 읽어야한다!
반드시 마지막까지 똑똑히 읽어야만 그동안 읽어온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왜 곰을 길들여 인격화해야 했는지, 남들에게는 안보이는 여인이 보이는지, 왜 다른 사람의 그녀를 사랑해야하는지......
<코>가 단편집이라고 대충 읽어버리면 꼭지글의 마침표를 보면서는 머리가 아파진다.
소설이 픽션인데 판타지까지 장르를 넓혀 이해해야한다, 사람과 동물과 사물 그리고 영혼의 현현까지 조화롭기도 부조화롭기도 하다
<코>에 대단한 소재는 1가지도 없다.
일반인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물과 상황들이 예술가를 만났을 때 꽃이 되는 것처럼
일상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이 이제하님을 통해 그림으로 형상화되고 글로 피어나고 음악이 되었다.
'거장'이라 불리우는 작가의 소울에 교감하기에는 나의 내공이 모자랐으나 레벨 높은 아티스트와 만나기에 <코>는 충분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이제 종이책은 <코>처럼 3in1의 서비스는 갖춰야할 것 같다.
<코>에는 39개의 이야기에 39가지의 각각 다른, 사랑을 하기 위한 판타지와 준비가 있다.